왜 자기는 자기에 대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않는거지?
민혁이 이렇게 물었다.
머..할말이 있어야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민혁은 낙엽을 쓸어모으듯 내 가슴을 만지며...
슬며시 입술을 갖다댄다.
나는 가벼운 한숨을 토해낸다.
민혁은 슬며시 웃으며,
자기가 늘 내 말만 들어주고, 자기말은 안하니까..
내가 싫은가..하는 생각이 들어.
늘 전화도 내가 먼저하고...
이렇게 말했다.
바쁘기도 하고, 할말이 없어서요..그렇게 생각했어요?
나는 이렇게 말한다.
사실..나는 민혁에게 별 감정이 없다.
그런데도 그를 만나는 이유가 뭘까?
단지 내 외로움의 한켠을 채워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때문인가.
내가 달아날수록 민혁은 더 내게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 민혁은 내게서 멀어져갈것이란걸 안다.
그는 그를 바라보고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
유부남과 만나는 것..
이제는 지겨워질라고 한다.
아니..이제서야 나는 불륜이라는 단어를 슬슬 떠올리기 시작하는 것일까?
당당하게 만나고, 안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을 기대하기때문일까?
순간 핸펀벨이 울린다.
희수이다.
민혁의 품에서 빠져나와서 전화를 받는다.
아직도 친구들하고 놀고있어? 희수가 말했다.
네..내가 말한다.
남자녀석들도 있지? 희수가 말했다.
네..내가 말한다.
술 먹었니? 희수가 말했다.
네..내가 말한다.
그럼 운전못하겠네..내가 데릴러갈께..희수가 말했다.
나..아직 더 놀거같은데...내가 말한다.
알았어..끝나면 전화해..늑대같은 남자녀석들한테 맡기는거보다 낫지 머...희수가 말했다.
전화를 끊고나서 다시 민혁의 품안으로 들어온다.
느낌 참 묘하네..민혁이 말했다.
그래요?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한다.
그 사람 아직도 만나? 애인은 나인데..그 사람이 애인인거처럼 말하니까 ...이상해. 민혁이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요. 그 사람이 애인되면 민혁씨 안만날거라구..내가 말한다.
바보같은 남자...한밤중에 나 데려다준다고 기다리는 남자면 벌써 애인된거지...모르는척하네..저 이기심...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모텔방 한켠에 붙은 시계가 11시를 넘고있다.
마치 펜션분위기로 꾸며놓은 모텔방은 바닥에는 오래된 것같은 짙은 갈색 원목이고, 침대머리맡에 길게 양쪽으로 커튼이 늘어뜨려져있다. 편안한 분위기를 최대한 살린 인테리어이다.
나는 이 방안에서, 민혁의 품속에서...
내 전화를 기다릴 희수를 생각하며 마음졸이고 있다.
그사람이 데려다준다고 했다면서 어디에 내려주면 되지? 민혁이 말했다.
아..강남역앞에 내려주세요...내가 말한다.
나..지금 질투하나봐..기분별루 안좋아..민혁이 말했다.
질투할걸 해요. 유부남이...살짝 눈을 흘기면서 나는 말한다.
그래도..그남자에게 자기 맡기고 가는거..별루야..민혁이 말했다.
운전 조심하고 가세요..내가 말한다.
전철역에서 내려서 최대한 천천히 역삼역방향으로 언덕위를 올라가면서 전화를 한다.
나..지금 전철역이에요..친구가 여기 내려줬어요..내가 말한다.
알았어..지금 내려갈께..희수가 말했다.
빌딩들마다 저마다의 빛으로 반짝이면서 나를 내려다보고있다.
흔들리는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나를 불안하게 한다.
멀리...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뛰어오는 희수가 보인다.
술많이 안먹은거같네? 희수가 말했다.
벌써 다 깼죠..내가 말한다.
희수는 나를 꼭 안고, 내 이마에 살짝 뽀뽀를 한다.
희수의 품이 따뜻하다. 편안하다.
민혁에게서의 불안감이 아니다.
그래..이 남자야...나는 생각한다.
희수씨 졸린거같으니까 그냥 내가 희수씨 차 운전해서 갈께요. 내가 말한다.
그러던지..그럼 나랑 잠깐 있다 가라..희수가 말했다.
그냥 고수부지에서 잠깐 이야기하다 가라는 얘기인줄로 알아듣고 나는 그러자고 한다.
잠깐사이에 희수는 여관골목으로 들어선다.
어? 이..이게 아닌데...나는 생각한다.
모텔로 들어가도 희수는 당당하다.
저사람들 불륜이다...희수가 말했다.
어떻게 알아요? 우리같은 사람들일지도...나는 말한다.
척보면 알지..바보..희수가 말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희수는 나를 껴안는다.
진짜 많이 보고싶었어...희수가 말했다.
나는 아무말도 안한다.
아까 민혁과의 뜨거운 정사를 생각하며..
나..내일 죽었구나...나는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