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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자녀에게 식당에서 술을 권하는 부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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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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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그라운드


BY dudghkchry 2002-07-19

"나이?"
"그래..."
"휴~~33이지?"
"너도 젊을땐 멋있었는데...뭐~~지금도 멋있다는 소리야..."
"뭐야? 놀리는거야?"
"여부가 있겠습니까?"
"칫..."
가벼운 미소로 선홍의 농담을 흘려버리는 명보...하지만 뭔가 짚이는게 있는지 가만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꼭...가야해?"
명보의 힘없는 소리에 선홍은 고개만을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기현도 무슨 의민줄 아는지 고개만을 숙였다.
"휴~~그럼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이..."
"될수...있겠지?"
서로 말을 번갈아 가며 반복한 세사람....
다시 말없는 침묵이 흘렀다. 늘 이런 분위기로 서로의 마음을 숨기어 온 세사람...
"안가면 안돼?"
막내도 아닌 기현이 힘없이 선홍에게 아양을 부렸다. 평소답지 않게 행동하는 기현....
그럴 수밖에 없던 기현....
기현이 처음 국가대표 선수로 뽑혀 오던날...너무나 어색했던 팀 분위기에 늘 혼자 지냈던 기현에게 하나의 다리를 놓아준 선홍은 너무나 큰 스승이나 마찬 가지였다.
'왜...여기 혼자있니?"
'네?'
'보아하니...처음오는 앤데...이름이?'
'네! 설기현 입니다!'
'와~보기보다 씩씩한데?'
'고맙습니다...'
'이런데는 처음오는 거지?'
'네...'
'나도 처음왔을땐 너무 두려웠어..하지만 여러 선배들이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잘 싸울수 있었지...그러니 너도 힘내...알았지?'
'네...'
"안돼는거...누구보다 기현이 네가 잘 알텐데..."
선홍은 찝찝한 마음에 담배를 물었다. 대답대신 선홍이 물고있던 담배를 빼앗아 버리는 기현...
"담배...몸에 안 좋은 것 몰라?"
"휴~~내가 언제 그런 것 따졌냐?"
"형...아직 국가대표 은퇴 안했어...적어도 선수란 말야!"
"선수는 담배 피면 안된다는 법 있냐?"
"그래도...담배는 안 좋네요!"
"훗..."
잠시 웃음이 맴돌던 방...명보는 아예 채념하듯 방안에서 조용히 눈을감고 누워 버렸다.
그런 모습을 본 선홍....괜시리 미안해지기만 한다...
"홍명보....."
"..."
"홍명보..."
"...."
말을 해도 못 들은척 눈만 감고 누워있는 명보....
선홍은 명보옆에 나란히 누운다...그리고 자신도 잠시 눈을 감는다....
"홍명보...."
"왜?...."
선홍은 명보를 한번 더 불러본다. 꽤 오래보기도 보았는데 명보가 일본에 가서 뛰는날 선홍은 나가지 않았다. 아껴온 동생이 떠나 차마 눈물을 보일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자신이 떠나는 것이다. 명보처럼 잠시있다 오는 것이 아니라 평생 그라운드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내일 경기 잘해..."
"형두..."
"컨디션은 어때?"
"뭐..그럭저럭.."
"그럭저럭 이라니? 괜찮아야지..."
"그래..괜찮으니까 걱정마...나는 형이 더 걱정되는데 뭘..."
"그래? 훗.."
"킥..."
월드컵을 할때마다
느낀건데...
형은 너무 멋진 것 같아...
많이들은 나이에 불구하고..
팬들과 우리나라를 위해
목숨바쳐 그라운드를 헤쳐
나가는 형을 본땐...
내 자신이 부끄러워....
그런데 지금 그런 형이
떠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가슴이 매여....
나도 기현이처럼 할수만 있다면...
내 성격이 이런걸....
형....가서도 우리팀 선수들 잊으면
안돼는 거....알지?
명보는 잠시동안 눈을 감았다. 다시금 생각하는 동안 선홍은 가볍게 명보의 머릴 흐뜨려 주었다.
"휴~~내일은 폴란드와 붙나?"
"그럴껄?"
"나 솔직히 자신없다....우리나라 축구성적 보면 승보다는 무승부가....무승부보다는 패가...더 많잖아..."
"패가 많다고 뭐 축구 못하는 법 있냐? 그런 것 아니잖아...안그래? 설기현!"
"그렇지!"
"휴~~"
명보는 또 다시 한숨을 내 쉬었다.늘상 부는 한숨....이젠 질릴법도 한데 명보는 한번...또 한번....
한숨만을 내쉬었다.
"저...선홍이 형!"
"응?"
"감독님이 오라는데?"
잠시 명보는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무슨 뜻인지 잘 알기에....그런 명보를 선홍은 조심스레 쳐다보았다.
다시 차가워진 눈빛...이제는 선홍의 얼굴조차 바라보기가 싫어졌다.
"갔다올...게..."
"맘대로...난 샤워나 해야겠어..."
"으..응...."
말을 붙일수 조차 없는 목소리...차가운 얼음보다 더 차가운 눈빛...기현도 놀라 명보와 선홍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선홍은 잠시동안 명보를 바라보았다. 명보는 그런 선홍을 지나쳐 욕실로 몸을 숨겼다.
선홍은 섭섭한 마음에 감독실로 조금씩 걸어 나왔다. 평소에는 길게 느껴졌던 복도가 오늘따라 짧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변괴인가!
똑똑....조심스럽게 두드린 감독실...왠지 문을 두드린게 후회가 된다.
차라리 못 들은 것처럼 하고 조금더 동생들과 얘기를 나눌걸....
"네..들어오세요..(영어)"
선홍은 조심스럽게 고리를 돌렸다. 처음과 달리 부드럽게 돌아가면서 열리는 감독실 문....
"어...선홍이 왔냐..."
"네..."
감독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선홍을 가까운 쇼파로 안내하였다. 지금 선홍은 빨리 이 장소를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래서...동생들과 함께 신나는 술자리를 나누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