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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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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미이나 2002-07-18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왕 저지른일 끝장을 보고싶은 마음과 어쩌면 다시 그를 만날수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흥분도 되었다

화장을하는 손은 떨렸고 한참을 옷장앞을 서성였다
대충의 외출준비를 마친 나는 일찍집을 나섰다
도저히 집에 있을수가 없었다
종우씨와의 약속장소까지는 한시간여가 걸렸다
불과 일여년전 연욱과 같이 거닐던 그곳에 다시오게 된것이다
변한것은 없었다
자주 만났던 커피솝도 거기 그대로 있었다
그곳에서 변한건 나뿐인듯 했다
혼자 탐색하듯 이곳저곳을 돌아다보니 오히려 약속시간을 놓쳐버린
난 빠른걸음으로 약속장소로 향했다

커피솝 문을 열자 종우의 모습이 금방보였다
입구에서 잘보이는곳에 자리잡은 그는 담배를 피워물고 있었고
날보자 얼른 비벼껐다
"오랫만이네요 희경씨"
"네.. 정말그러네요"
우린 간단한 인사말을 주고 받았지만 어색한 분위기에 그도 나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래,결혼은 했어요?"
"네.. 종우씬요?"
"두달 됐어요"
"축하해요..그때 그..미영씨라고 했던가요?"
"네, 근데 날찾는 이유가 연욱이 때문인가요?"
그는 평소 자기 성격답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맞아요, 이제와서 오빠소식 묻는다는게 이해안되리라 생각
하겠지만..더구나 결혼까지하고 말이예요
하지만 그냥 궁금해요 꼭 알아야 할것 같아서요"
"난 이해가 안되네요..지금 연욱이 소식을 알아서 뭘하겠단건지.."
종우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차가운 커피를 한모금 들이켰다
"회산 그만뒀더군요..왜 그만둔거예요?"
"글쎄요,뭔가 새로운게 필요했겠죠
사실 연욱이한테 희경씨와의 결별은 충격이었거든요"

"충격요? 설마요.. 오빤 우리가 헤어지던날 까지도 태연했어요"
"희경씬 연욱일 잘모르는것 같네요
연욱이..그렇게 차가운 냉혈안 아닙니다"
종우는 답답하단듯이 바라보았고 난 괜시리 냉수잔에 손을 갖다
대었다

"그건그렇고 혹시 오빠한테 안좋은일 생긴건 아니죠?"
"안좋은일이라뇨?"
"그러니까.. 삶을 비관해서..."
"희경씨! 지금 무슨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연욱이가 자살이라도 했냐고 묻는겁니까?"
"그러니까 꼭 그렇다는게 아니라..."
종우는 날더 한심하단듯이 바라보더니
"걱정마요,그럴일은 절대 없을테니.."
"그럼 오빠 잘있는거죠?"
다급하게 묻는 내가 좀 이상했는지 이젠 그도 제법 진지하게
말했다
"연욱이 잘지내고 있어요..
사실 그녀석 여태껏 여잘 진지하게 만나고 사궜던건 희경씨가
첨이었을꺼예요
까불거리긴 했어도 연앤 잼병이었죠
난 두사람 정말 결혼할줄 알았어요
둘다 착하고 좋은사람들이었잖아요,근데 희경씨 갑자기 결혼한다는
얘기 연욱이한테 듣고 나도 정말 놀랬어요"

"그땐 정말 어쩔수 없었어요
우리가 스무살도 아니고 둘다 먹은만큼 먹은데다 오빤 결혼얘긴
꺼내지도 않았어요
그건 나완 결혼할 의사가 없단뜻 아닌가요?"

"희경씨 알고봤더니 정말 현실적이군요
연욱이가 나이답잔게 좀 낭만적인데가 있죠
그건 희경씨도 알꺼예요
뭐,내가 연욱이 맘을 다는 모르겠지만 희경씨와 결혼까지할 맘이
없었다는건 오해인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