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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출입 금지 안내문을 붙인 헬스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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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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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BY bebestar 2002-07-06

-아랫집 여자.(1)

오늘도 김말자씨 남편의 귀가 시간은 10시를 훌쩍 넘기고 있다.

째깍 째깍

낮 동안에는 아무리 노려보고 있어도 들리지 않던 시계 초침소리가
곰 인형을 손에서 놓쳐버린 딸 아이의 잦은 숨소리가 들리는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그녀의 고막에 조용히 노크를 해온다.
리모콘을 바닥에 내려 놓고서 아들의 베개며 이불을 바로 덮어 준다.
그리고, 다시 리모콘을 들고 열심히 여기 저기로 채널을 틀어댄다.
'오늘 만큼은 ...'
내심 기대를 하고 있던 그녀는 그녀의 애교가 단 1%의 효과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수치스럽기도 하고 분한 마음에 애궂은 리모콘에다 화풀이를 해대고 있었다.
'흥, 니가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어디 두고보자.'
김말자씨는 어제 낮에 커피 한잔 마시자며 찾아온 아랫층 여자에 생각이 미치자 불끈 화가 치밀었다.

"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문이 덜컥하고 열린다.
어려서부터 너무 문을 꼭꼭 걸어 잠궈도 도둑이 든다는 말을 들으며 커서인지 도통 대문을 잠글줄 모르는 성격 탓에 주위에 조금 친하다 싶은 이웃들은 아예 초인종도 누르지 않고 불쑥 불쑥 문을 여는 친구들이 많기는 하지만,
오늘처럼 밤새 감기에 걸린 딸아이 때문에 밤 잠을 설친데다가, 요즘 부쩍 늦게 다니는 남편이랑 신경전 벌리느라 예민한 때는 자기네들 편한데로 드나드는 손님들이 그렇게 썩 반갑지 만은 않은게 사실이다.
약 먹지 않겠다고 손으로 엎어버리기를 두번,
결국 딸 아이의 궁둥짝을 손바닥이 화끈 할 만큼 한대 패고 나서야 겨우 먹인 약이 5분도 안되서 거실 바닥에서 확인 될때는 아무리 인격이 훌륭한 여자라고 해도 "꺅~" 하고 악쓰는 소리가 나기 마련이다.
김말자씨도 어제에 이어 오늘도 그런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이었다.
폭발 일보직전에 아래층 여자가 쑥 들어선다.
얼굴이야 같은 아파트 통로를 쓰는 처지라 눈인사 정도는 하고 다녔지만 이렇게 스스럼없이 집에 드나들 정도의 사이가 아니라는 생각이 미치자 김말자씨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순간 그녀의 얼굴에도 당황스러움에 어색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신을 벗고 현관으로 들어선다.
태연스런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경훈이 엄마. 애기 약 먹이고 있었나 보네.."
앞니를 훤히 들어내 보이며 어찌나 밝게 웃어보이던지 김말자씨는 자신의 얼굴이 굳어있다는 걸 순간적으로 느끼며 어색한 웃음을 입가에 흘렸다.
온 거실바닥에 엉망인 약을 대충치우며 4살배기 혜정이를 째려 봤지만 그뿐.
엄마와의 실갱이가 저로서도 힘들었었는지 이내 손가락을 빨며 잠이 들어있었다. 김말자씨는 잠자리를 봐서 혜저이를 방에 데려다 눕혔다.
그러는 동안에도 아래층 여자는 미동도 않고 거실 소파에 앉아 제 할말만 열심히 하고 있었다.
"한번 와보고 싶었는데 어쩜 이렇게 아담하게 꾸며놨어?
나는 동네 젊은 애기 엄마들이 잘 지내는거 보니까 정말 보기 좋더라. 그중에서도 경훈이 엄마가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제일 좋은것 같구해서 집은 어떻게 해놓고 사는지 무지 궁금했었거든.
웬만한 애기엄마들 집은 가 봤는데 경훈이 엄마는 사람이 너무 깍뜻한거야 아니면 깍쟁이인 거야?
젊은 사람들 말고는 말도 잘 안 섞고 눈도 잘 안 마주치고 해서 처음엔 좀 건방지다는 생각도 했어. 호호호."
실로 그녀의 말은 끝이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김말자씨가 특별히 대꾸를 한것도 없고 호응을 하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그저 집안 여기저기를 ?고 있던 그녀의 눈과 순간적으로 마주칠때 한번씩 어설픈 미소를 지어 보인것 말고는 ...
커피를 드시겠냐는 말에 그녀는 "프리마 둘 , 설탕 셋" 하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손을 들어 손가락을 흐느적 거렸다.
'저 아줌마가 어쩐 일이지?'
속으로야 궁금하긴 했지만 대놓고 물어 볼 수도 없는일이라 커피잔을 내려 놓고 조금 떨어진 옆에 가서 앉았다.

'진아 엄마 조심해, 사람이 남의 말을 얼마나 쉽게 하고 다니는지 우리는 될 수 있으면 안 친해 질려고 인사도 잘 안해.
혜정이 엄마도 조심해, 한번은 놀러 갈꺼야. 그럼 형식적인거만 얘기하고 집안 일같은건 농담으로라도 하지마. 다음날 동네 소문 나는건 시간문제니까. 그것도 사실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야...'

김말자씨가 이곳에 이사온 지가 벌써 3년이 다 되어 가지만 이사오고 처음 사귄 또래 애기 엄마에게서 들은 이 이야기를 아직도 하나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그 말을 듣고 난 후에 알게된 진아엄마(아랫층 여자)는 그 친구가 일러준 것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김말자씨에게 다가왔기 때문에 그 친구가 이 여자를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물어 보고 싶어서 였다.
그녀가 그렇게 조심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 일은 얼마전 슈퍼에 우유를 살려고 내려갔다가 일어나게 되었다.
고구마가 싸서 뒷일은 생각도 못하고 5Kg을 사가지고 온적이 있었는데 집에 오던 중에 있었던 일이다.


---안녕하세요.
지금 부터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 또한 전업 주부로서 생활한지가 벌써 만7년이 넘어서고 있는 전형적인 아줌마 이기도 하구요.
어쩜 제 얘기 일수도 있고 아니면 이 글을 읽게 될 여러분의 이야기 일수도 있는 그런 얘기를 써보고자 합니다.
생활속에서 찾을 수 있는 작은 감동이나 갈등들,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 또한 담아 보고자 합니다.
관심있게 지켜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