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캄캄하다.
정신을 차릴수 없다.
도무지 스위치를 ?을수가 없다.
눈뜬 장님 상태로 엉금엉금 방을 맴돌아 본다.역시.
이성 마저 희미해진다.
포기하고 가만히 누워있자니,서서히 어둠이 익숙해진다.
내가 누운 왼쪽 위에 창문 같은 윤곽이 보인다.
그렇다면 오른쪽엔 방문이 있으리라...
문 손잡이를 ?아 더듬거리던 내 손에 뭔가 잡힌다.
그토록 ?던 스위치다.
아아...어쩌나...스위치를 올렸음에도 불이 안 켜진다.
도대체 내가 왜 여기 있어야 하는지...
영영 빠져나갈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를 압박한다.
다시 더듬거리는 손에 방문 손잡이는 금방 잡힌다.
다행히 문도 잠겨있지 않다.
거실인지 어둠의 시야가 좀더 넓다.
또다시 벽을 더듬다보니, 나란히 붙은 스위치 세개가 있다.
이런.....마찬가지다.
그 어느것도 톡소리만 날뿐 실내에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아예 전원 차단기를 내렸다보다.
나쁜놈. 나쁜 새끼.
눈물이 쉼없이 흘러내린다.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아무리 벽을 쳐도,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
겨우 ?은 현관문도 밖에서 잠갔는지 꿈적도 하지 않는다.
나쁜 놈.더러눈놈.악랄한 놈.
내가 이곳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이 안난다.
그놈의 차에서 기절하기직전, 몸부림치며 반항을 하다
가슴과,허벅지 안쪽을 강하게 구타당했다는것 외엔..........
그 후의 기억은 이곳의 어둠처럼 온통 새까맣다.
또다시 정신이 아득해진다.
한참 시간이 흐른것 같다.
어느순간,덜컹 현관문이 열리며,시커먼 실루엣 하나가 들어온다.
"넌 여기서 못나가.
도망갈 생각도 하지마.
내가 너를 포기했다 생각하지마.
내가 널 본 순간. 그 순간부터 넌 이미 내 여자야.
전화? 이사? 도망? 흥! 그래 해볼테면 해봐.
이 세상 끝까지 난 널 쫓아 갈거야.
신고? 꿈도 꾸지마.
내가 오늘 너를 가지면 ,넌 어디에도 못가.
너 동네 챙피당하고 싶진 않겠지?
넌 여자고,난 남자야.
난 잠깐 콩밥 먹으면 되지만,넌 영원히 고개 못 들고 다닐걸!
자,급한 회사일도 해결?怜渼?
이제 한번 신나게 놀아볼까. ㅎ흐?..........."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검은 실루엣이 내게 덤벼든다.
나를 자빠드리고,내 옷을 억지로 벗기려든다.
우두둑....셔츠 단추가 떨어지며,그의 큰 손이 내 가슴을 움켜진다.
끈적끈적한 혀가 가슴으로,목으로,입술로 밀고 들어온다.
반항한다며,흉악한 욕을 내뱃던 그가 내 뺨을 서너차례 때리더니,
땀에 범벅이 된 몸뚱아리가 강하게 비집고 들어온다.
"안돼! 나쁜 새끼.
건들지마! 더러눈 놈. 넌 정신 병자야!
니가 이런다고 내가 니것이 될것 같아?
이건 집착이지,사랑이 아니라고!
지금부터 털끝하나라도 나 건들면,혀 깨물고 죽어버릴거야!
비껴! 비키란 말이야.
제발 저리가! 제발 좀 저리 가라고!
............................................
..........................................
살려줘요 .날 보내줘요
다시는 도망 안갈께!
시키는 대로 다 할테니 ..제발 날 보내줘요..제발..
나 그냥 보내주면,우리 집에 남자 있다 애기할께요.꼭!꼭이요!
오늘만 그냥 보내줘요!
결혼해 주면 되잖아요!
제발! 제발요!
....피부위에 버글버글 기어다니는 소름끼지는 벌레들....
....온통 검은 피로 점칠되어, 내 몸을 휘감아도는 커다란 뱀....
....검붉은 혀를 날름거리며,숨구멍 마다 독기를 내뿜는 검은 유령...
....살아 움직이며,온몸을 찌르고,도려내는 서슬퍼런 칼.......
....까마득한 벼랑으로,벼랑으로 나를 내모는 붉은 몽둥이...
안돼..........
안된다고...........
더 이상...더 이상...
살려줘.................살려줘.....아악.............
아..........악..................악...........
"산아!
산아!
왜 그래? 일어나...산아!
괜찮아? 눈 좀 떠봐! 산아!
나야. 나라구! 오빠야. 오빠 여??어.
그래...나야...꿈 꿨니? 악몽이야?
짜식...니가 하도 소리 질러서,내가 더 놀랬다.
무서운 꿈 꿨어?그 나이에 키 클려고 그러나?ㅋㅋㅋㅋ
어휴....이 땀좀 봐라...아쭈 눈물까지...너 되게 무서웠나보다.
밖에서 들으면 , 너 때리는 줄 알겠다.
이런,땀으로 옷이 다 젖었네...열도 있고...
가이드한테 내일 올라가겠다고 애긴 했는데...너 정말 괜찮아?
멀미 하더라도,집에서 편히 쉬고 모레 출근하는게 나을텐데...
너 여벌옷 안 가져왔지? 내 옷은 남자 거고....
이대로 입고 갈수는 없고,지금 빨면,내일 입고 올라갈수 있으려나?
정신좀 들어? 괜찮아? 물 좀 마실래?
샤워하고,내 옷으로 빌려줄께 입어."
휴......꿈이었다.
내 인생중 제일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
희망과 절망, 두려움과 공포.
패배와 살기가 공존했던 내 스물 둘의 처참한 기억.
도망나오는 길에 있던, 커다란 쓰레기통에 버려져,태워졌어야 할
기억들이 끝끝내 죽지않고,악몽으로 되살아나,나를 괴롭힌다.
그의 눈을 똑바로 볼수가 없다.
육체적으로야 순결할지라도, 내 상처의 뿌리는 순결하지 못하다.
더 이상 고통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네가 있음으로, 행복하다...는 마음보다...
너에게 있어 나는 불행이야...라는 마음이 앞서는 사랑.
그 사랑으로 내가 가연 그를 환하게 웃게할수 있을까.....
뜨거운 물로 깨끗이 씻겨 나가는 내 몸의 땀처럼,
내 마음의 상처도 그 동안의 고통과 눈물로 깨끗이 씻겨질수 있다면.
빨래와 샤워를 하고 나오니,발 밑에 그의 스웨터가 곱게 개켜져있다.
얼굴에 가만히 대어보니,기분좋은 피죤 냄새가 난다.
속옷위에 그의 푸른 스웨터를 가만히 입었다.
너무나 아늑하고,포근하며,따스하다.
그의 품도 그럴까........
그의 품에 안기고 싶다.
그의 가슴을 품어주고 싶다.
아니, 그의 모든걸 안아주고싶다.
결혼전가지 지켜주고 싶다던 그의 순결한 맹세.
그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
그의 모든걸 느기고 싶다.
팬티에 그의 스웨터를 걸친 내가 민망한걸까.
물을 가져오겠다며 ,갑자기 일어서는 그의 손을 잡았다.
어찌할바 모르는 그의 벌개진 얼굴이 보인다.
그의 손을 내 가슴위에 대었다.
그의 심장의 떨림이 손을 통해 느껴진다.따스하다.
그의 입술위에 내 입술을 갖다대었다.절실함...
한참을 머뭇거리던 그가,이윽고 나를 안는다.
촉촉한 입술이 나의 이마에,눈에,입술에,가슴에 살포시 머문다.
둘다 처음이지만,그 누구도 서둘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시간속에 우릴 맡길뿐이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눈빛만으로,마음만으로,자신의 모든것을 애기할뿐이다.
강인하면서도,부드러운 어깨가 나를 감싸온다.
단단하면서도 따스한 손이 내 손을 마주한다.
작고,야무진 입술이 세상의 모든것을 내게 속삭여준다.
비밀의 문.
생명의 문.
아릿한 고통과 환희의 문.
천천히...강하면서도..부드럽게...그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환희.....................
그가 내 안에 있고,내가 그 안에 있다.
처음이자,마지막으로 그와 나는 하나다.
그와 나는 태초에 아담과 이브이다.
그후로 4 번의 봄이 왔다갔다.
봄이 되면 언제나 그가 생각난다.
겨울이 되면 언제나 그의 푸른 스웨터가 떠오른다.
내 나이 서른.
이브의 거울 속엔 언제나 그가 서있다.
한 그루 나무로....커다란 산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