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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 의 거울 회상


BY B&H1973 2002-07-13

"너 인생도 나처럼 답답 하겠다..."

짧은 스포츠 머리,큰 키.쌍커플 이 없는 가는 눈.순진한 미소.
약속 약소에서 첫 만남을 가진 그의 첫 인상이다.
답답하리만치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스물 여섯의 100 % 순진남.
나와 정 반대의 분위기를 가진 그와의 만남은,
차갑고, 내성적인 나를 조금씩,조금씩 활발하고,적극적인
여자로 바꾸어 나갔다.
4년 가까운 세월동안...조금씩 조금씩.
그렇다면 내가 그를 사랑했느냐?
아니다. 그렇게 3년이 흐를 때까지는,
그는 나의 이방인일 뿐이었다.

"나는 너의 뒤에 항상 서 있을 거다.
너를 앞서 가지도...끌어 가지도 않고,
니가 돌아보면,항상 그 자리에 있을꺼야.
나는 나무이고,장승 이고, 큰 산이야.
니가 바람으로 내게 머물지라도,
나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어디서,들어온건지, 아님 베껴온건지...그에게 절교 선언 을 하고,
내가 두문 불출 할때마다 , 변함없이 내 삐삐에 남겨지는 사연.
4년 내내 하도 줄기차게 들어서,7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 뇌리속에 꼭꼭 박혀있는 그의 단어들.

그와의 연애가 남들보다 특별 했다는건 아니다.
사랑을 해본 사람들에겐 ,별로 낯설지도 않는 단어들일것이다.
흔히들 그러듯이, 만나서 밥먹고,영화보고,카페 가고.....
어쩌면,다른 연인들보다 우린 더 단조로운 데이트를 했을것이다.
난 ,늘 그에게 냉담하고,무뚝뚝 했고,말은 그만 했으니까.
다만 나는 ,내가 그를 내 사람으로 인정하기까지,4년동안 한치의
변함없이 내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그의 인내를 애기하고 싶다.
요즘 사랑은 인스턴트 사랑이라 하기에.........

늘 냉정하고,3 년내내 생일 한번 안 챙겨준 여자.
손은 커녕 팔짱도 절대 안껴는 여자.
다른 남자를 사겨서 보란듯이 만나는 여자.

물론, 정을 떼기 위해 일부러 그랬지만 ,
그역시 오기로 나를 기다린건 아니었다.
3년 되던해 그가 딱 한번 술에 취해 울며 고백했는데,
그의 나이 스물 넷때, 대학에서 알게된 여자가 있었단다.
그런데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에,사랑한다 말하기도 전에,
그녀가 그가 보는 앞에서,불량배 넷 에게 강간을 당했단다.
아무런 힘도,도움을 줄수 없던자신이 너무 비참 했고,
그 일 이후 둘은 서먹서먹해져 결국,헤어졌고,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른단다.
그러면서 내게 한다는 말이...
너 기억할지 모르겠다고,
3년 전에, 네번짼가 만났을때 ,
술 왕창 먹고 ,울면서 너 그랬다고.
앞으로 전화도 하지말고,?아 오지도 말라고.
당신 좋아할 마음도 없고,남자는 너무 무섭고 싫다고........
실연을 했나 싶어 달랬더니,
알던 사람에게 납치당해 당할뻔 한걸,
울고,물어뜯고,할키고,매달려서 겨우 도망쳤다고......
내가 꺼이꺼이 울면서 그러더란다.
그때 그는 그런 생각이 들더란다.
이 여자만은 내가 지켜주고 싶다고,
이 여자 상처만은 내가 꼭 아물게 해주고 싶다고....
그래서 네가 아무리 내게 냉정하고,차갑게 대해도.
너만은 끝까지 내가 지켜주고 싶다고,
끝까지 보듬어 주고 싶다고.........
그는 울며 내게 말했다,너 한테 바라는것 아무것도 없으니
제발 헤어지잔 말 말라고.

난 그에게 술먹고 ,고백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그는 내 상처의 송두리까지 끌어안고,아파하고 있었다.
눈을 떳을때 , 눈물과 구토 로 범벅이 된 얼굴을
그가 자신의 런닝을 물에 적셔, 세심히 닦아주고 있었고,
나보다 더 눈물이 범벅이 된 얼굴로 그가 울고 있었다는것 외엔.
차 앞자석이 나의 구토 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는거 외엔.
난 아무것도, 그 어떤것도 기억나는게 없는데....
어쩌면...그때 그의 눈물은,그 순간부터,
내 가슴속에 깊이 파여있던 ,비밀의 상처를
조금씩,조금씩 씻겨내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늘상 헤어지자 외치면서도,
내 가슴속에선 끝내 그를 놓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의 고백을 듣고,그제서야 나는 그를 받아 들였다.
쑥스럽긴 했지만,어색하게나마 손도 잡고,팔짱도 끼고 다녔다.
그렇게 더 1년을 만났다.
그와의 만남이 계속 되는 동안 ,
우리집에선 나의 결혼을 서둘렀다.
봄이 되면 스물 일곱이 되는 스물여섯 11월 어느날.
그와 집안 어른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집안,학벌,외모,직업, 요즘의 잣대로봐도
반대의 여지가 없다고 내가 생각했던 그가 ,
엉뚱한 문제 에서 우리 가족의 반대에 부딧쳤다.

[사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복병.
전라도 섬마을에서 나서 평생을 섬에서 살아온 나의 부모님.
혼사 에선 사주가 첫째 이어야 한다는 그 분들의 말씀.
더구나 문제는 그가 아니고 나였다.
내 사주가 서방을 잡아먹는 사주란다.
마음이 곧지만,불인 나의 사주에 그는 나무여서,
나와 합하면 타서 죽으니...좋으면 평생 아프고,아님 죽는단다.
아무리 믿을게 못대는 시골 한 구석 점쟁이 할미의 풀이라지만,
나 때문에 그가 죽는다 는데... 무시하려 해도,마음이 찜찜 했고,
제 자식때문에 남의 자식이 죽는다는데,...
욕심이 난다해서 억지로 맺어주는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부모님의 말씀.
사랑만 가지고 평생은 살수없다는 ...그 분들의 말씀에
나는 그와의 결혼을 고집할수 없었다.
그에게 아무런 애기도 하지 못한체,

나와 사주가 맞다는 지금의 남편과 중매로 만났다.
몇번의 형식적인 만남속에, 남편과의 결혼은 어른들 사이에
구체적으로 애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그대부터 시작된 끝을 알수없는, 나의 우울증과 불면증.
보다 못한 가족들은 친구와 무박 1일의 여행을 권했고,
난 가족들 모르게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
처음이자 마지막 둘만의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