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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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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gihing 2002-05-18

그는 대학에 가지 않았다. 원하는 대, 원하는 과를 선택하기 위해 내년으로 미루었다.

재수생인 그와 나와의 만남은 주로 도서관에서 이루어졌고 어느 곳이든 공부할 만한 곳을 찾아다니며 함께 시간을 보내었다.

나 역시 사무실에 손님오시면 커피 심부름이나하고 사무보고, 외근하는일이 가끔 있었기 때문에 적성에는 그리 잘 맞는 직업은 아니었다.

때문에 나역시 공부하여 공무원시험을 치루려고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도서관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다.

도서관은 남녀가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에 들어가면서 다음 만날 시간을 정하여 만나기로 하였다.

그런데 그날은 비가 보슬 보슬 봄비가 내린 끝이라 남산의 나무들이 더욱 푸르게 느껴지며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충동질 하기에 충분했다.

공부하고 있는 여자 도서실 앞에 누군가 서성거리며 안쪽을 향해 "강 미소씨 계십니까?"라고 외쳐대는 남학생이 있었다.
순간 나는 얼굴이 빨개져 주섬주섬 가방을 챙기고, 공부하던 여학생들은 일제히 출입구쪽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내가 아닌 냥 태연스럽게 걸어 나왔지만 단번의 그의 손에 이끌려 도서관 밖으로 빠져나오고 있었다.

"you 이런날에는 앉아서하는 공부는 잘 안되지?"
"우리 자연공부하러 청평으로 갈까"
"----------------------"
"아무 말 없는 것을 보니 내 말에 동의 한것으로 알고 떠나는거야"
"지금 성북역으로 가면 이따 오후 5시정도에 다시 그 기차를 타고 올 수 있을것 같은데 어때? 좋지?"

전혀 예상밖의 행동들 이었지만 싫지 않았기에 난 그의 말처럼 무언으로 동의하고 있었고, 그런 그의 행동이 나의 마음을 기대고 싶어지게 하는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우린 철부지 어린아이들의 반항아들 처럼 아무런 구애됨이 없이 기차를 타고 달렸다

"기차 맨 끝으로 가 볼까 아마 굉장히 환상적일것 같은데"

기차를 타면 언젠가 영화에서 처럼 철길을 바라보며 달려보고 싶다는 충동을 가진적은 있으나 실제로 기차의 맨끝에서 철길을 바라보며철길위를 달리는 기분이야말로 정말 환상 그자체의 희열같은 후련함이 느껴져 왔다.

순간 나는 "야호!"하며 환호성을 질렀고 그도 역시 나를 바라보며 "야호!"하며 소리 높여 환호를 했다. 그러나 우리들의 소리를 그 누구도 시끄럽다고 탓하는 사람이 없었다. 우린 그런 구속감의 굴레에서 벗어난 냥 대성리에 다다를 때가지 큰소리만을 질러댔다.

무엇으로 부터의 탈출이었을까! 그건 아마도 20여년 쌓아온 정도의 굴레의 속박 이었던것도 같고 혼자서 아니 다른 누군가와 나의 선택의 의해서 움직여지는 자유로움이었을까 아무튼 속이 후련할 정도로 소리를 질러대었으며 그도 또한 나처럼 마음 한 언저리에 답답함을 끌어앉고 있었던것을 훌훌 털어내고 싶었서였는지 우린 그렇게 한마음으로 소리소리를 지르며 청평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