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성을 가진 여자는 남자를 흥분 시키지 못한다?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은영은 아침 부터 보글보글 된장 찌게를 끊이고, 냉장고에서 밑반찬을 꺼내 식탁위에 셋팅을 한다.
"수인 엄마!"
"왜?"
"내 속옷 좀 챙겨줘"
방으로 후다닥 뛰어간 은영은 기겁을 할수 밖에 없다.
어젯밤 섹스를 했던 두 사람의 속옷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7살이 된 딸아이가 보면 무슨 말을 할것인가. 이 남자가 정신이 있나 싶었다. 속옷 하나 못 꺼내 입는 저 인간을 볼때면 열불이 날 뿐이었다. 저는 손이 없어? 발이 없어?
안방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 온다.
"수인아. 속옷!"
딸아이 이름이 김수인. 남편은 나를 수인이라 부른다.
내 이름 은영은 결혼과 동시에 없어진 셈이다.
"옷장 세번째 서랍에 있잖아!
바쁜 사람 번번히 불러서 이래야 되? 내가 몇번 얘기 했니?
경대 세번째 서랍에 있다고!"
"알았어.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께"
내 남편의 18번. '미안해 다시는 안그럴께.' 아내의 잔소리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라고 남편 나름대로 터득한것 같다.
그러고는 여러번 같은 실수 반복 하고 딱 짜증 이다.
"엄마!" 딸아이가 눈을 부비며 안방으로 걸어 들어온다.
속옷이 널부러진 것을 보이기 싫어 딸아이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엄마, 이상한 냄새 나"
"그러게... " 오! 내 된장. 부엌으로 달려 들어갔지만 된장은 이미 끊어 넘쳐 있었다. 하여튼 내 저 인간 때문에 될 일도 안된다니깐...
어이구 내 팔자야. 다른 여자들은 남편 잘만나 행복하니 다시 세상에 태어나도 결혼하고 싶다니 하는데 거기에 대하여 은영은 100% 반발이었다. 내가 미쳤어? 저 인간이랑 결혼하게? 이를 깨물고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해. 딸아이 수인이 머리를 빗어 달라고 떼를 쓴다.
요! 얄미운것. 지 애비 닮아서, 바쁠때 와서 괴롭혀? 은영은 죄 없는 딸아이 수인의 머리를 쥐어 박는다.
앙!~ 딸아이의 울음소리가 온 집을 뒤덮는다.
샤워를 마친듯 빵점 자리 남편 또한 백점 자리 아빠 형수가 뛰어 나온다. "왜 울어? 수인아?"
"옷 좀 입어. 이 인간아! 아침 부터 속 끊게 하지 말고"
딸아이 한테 챙피한것도 모른채 나체를 다 들어내놓고 그게 무슨 꼴인가 싶다.
"엄마가 때렸어"
"왜 애를 때리고 그래?"
"당신 닮아서... 그랬다."
"뭐야?" 남편이 열이 받은듯 손을 들어 올렸다.
"때리겠다고? 이 무식한 인간아! 때려봐! 어지간히 딸자식 교육 잘 되겠다"
"아빠, 엄마 때리지마. 싸우지마."
"그래... 우리 수인이"
남편은 손을 내리고 딸 수인이를 안고 안방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래도, 아빠 노릇은 잘 하겠다는 저 꼴이 맘에 안들 뿐이다.
우리의 생활은 항상 이런식이다.
그런 생활의 지루함이 하루하루 은영이를 괴롭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