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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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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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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허브향 2002-04-28

92년 10월 11일 11:00.a.m.

아침 9시부터 아들 유태의 기분은 하늘을 날 정도로 떠있었다.
오늘이 바로 첫 월급이라고 외식을 시켜주겠다고 한다.
검사 월급이 얼마나 된다구...
하지만 기특했다. 부모로서 자식이 성인이 되어, 자신의 적성에 맞고, 행복한 직업을 갖게 되면서 수확을 하는것. 그건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것임이 틀림이 없었다.
3대독자로서, 평범한 회사 직장인으로 살아주기를 바랬던 가족들의 소망을 깨뜨리고, 사법고시를 준비하면서, 10번 가까이 졸도를 했었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비전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아들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부모와 친지들에게 걱정을 끼쳐 드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대학교 3학년 부터는 아예 고시원으로 들어가 7달 가까이 세상과 단절한 생활을 한 것을 보면 몸만큼 마음도 약한것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연수원을 다녀오는 아들을 붙잡고, 부둥켜 안으며 나는 그동안의 고생과 지금의 행복의 표현을 눈물로 분출해 냈다.
"이제 끝났다 유태야. 이제 끝났다!"
"어머니. 지금 부터 시작이예요"
아들의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마르고, 얼굴이 화끈 거렸다.
내 아들의 성숙함이 나보다 더했구나.
장하다. 내 아들아. 나의 작은 배속으로 바다 같이 넓은 마음을 가진 네가 태어난 것은 하나님께 감사드릴 축복과 다름 없다.
"똑똑!"
"네 들어오세요"
화창한 날씨에 교수실에서 학생들의 레포터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이상스하게도 수진의 레포터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
"교수님"
고개를 내미는 것은 다름아닌 수진이었다.
"수진아 레포터 가지고 왔니?"
"네"
"여기요!"
"이렇게 늦으면 A 받기도 힘들다는거 알고 있지?"
"물론이예요"
"다음부터 이러지 말도록...! 오케이?"
"알겠습니다. 저 교수님"
"응?"
"점심 같이 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
"오늘? 오늘은 좀 힘들것 같은데...
아니 수진아. 나랑 같이 가겠니?"

청담동의 작은 한식집이었다.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시원한 기와집을 개조한 식당이었다.
나는 교수님을 따라 온것이 너무도 불편스러웠다.
존경하고, 좋아하는 교수님이라지만 모자 간의 사이에 낀다는 것은 가시 방석과 같았다.
"수진이 많이 불편하니?"
"네 좀..."
"불편할것 없다. 나는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니깐"
"네?"
"네가 나를 엄마라고 했잖니. 말은 주워 담을수 없다는거 우리 수진이도 알고 있지?"
"감사합니다"
"어머니!"
수진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바라봤다.
180cm의 준수한 외모와 자연스럽게 흘러내린 앞머리. 양복을 차려 입었지만, 부드러움과 자상함이 서려 있었다.
"유태야. 내가 얘기한적 있지?
수진이라구. 엄마 제자!"
"아... 어머니께서 바짝 긴장한 수재 학생!"
"안녕하세요. 민수진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유태라고 합니다."
"수진이가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는데 내가 우리 아들 녀석한테 수진이를 너무 많이 자랑하고 싶어서 같이 왔는데...유태 너도 만족하지?"
"물론이예요 상상이상이죠. 미인이라서 더욱 만족인데요"
"수진이 너두 그렇게 생각하니?"
"교수님처럼 유태씨도 좋은 사람 같아요"
"감사! 감사! 어머니 들으셨죠?"
"이 녀석아! 부모 잘둔 덕이다"
모자의 모습이 참으로 따스했다.
수진은 부러움의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인연은 내게 다가온다.
그게 사랑이고, 그게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