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르릉.....따르릉...
전화벨이 계속 울리는데 받질 못하고 서있다. 망설이다 조심스레 받았다.
"엄마야.. 옆에 누구있어?"
"아니........ 왜에?"
".............."
"엄마... 왜그래? 울었어?"
" 병신같은 인간... 보험해약해서 줬더니 좋다고 나갔어. 내가 그건 저 병들고 늙어 힘없으면 쓰라고 남겨 둔건데... 그렇게 안해주려고 나뒀는데 때리고 있는욕 없는욕하면서 결국에 해줬더니...... 가지고 그년한테 전화하더니 나갔어. 내가 35년을 살았는데 더는 못참겠냐?... 너도 결혼시키고 좀만 잘했으면, 날 이렇게 마지막까지 비참하게 안만들었으면 참고 살았지..."
" 엄마.... 울지마. 할만큼했어. 더이상은 나도 싫으니까 잘했어. 여지껏 잘참아줬어.. 엄마! 민희 울어. 나중에 다시 할께"
울지도 않는 아이 핑게를 대며 전화를 끊었다.
울음도 안나오고 뭔가 일어나는 일어 가슴만 답답할뿐이다...
무슨일이 일어났던건지 연속극을 본듯 선명하다.
나잘살자고 시댁식구 누구라도 알까봐 참고 살아주기만을 바랬는데......
그런생각에 눈물이 났다. 앞으로 닥쳐올일이 겁이날뿐이다.
엄마는 우리 두딸의 동의를 얻고서야 그간 35년의 결혼생활을 끝내려 소송을 걸었다.
2주전 일본에 있을때 동생 지현이가 전화를 했다.
항상 그랬지만 친정식구 누구라도 전화를 하면 가슴이 떨리고 쿵하는 답답함을 먼저 느끼고야 얘기를 하게 된다.
"언니... 다음주에 확실히 와?"
"응.. 왜?"
"엄마땜에.. 말도 안하고 무슨일을 꾸미는 사람같애. 아빠랑 이혼 정말 할건가봐.."
" 또 무슨일 있었어?"
" 아빠 .. 뭐 맨날 그지랄하는게 있잖아.... 이러다가는 내가 미칠거같애."
"그래 다음주 수요일에 가니까 그때 다시 말하자"며 급히 전화를 끊었다. 뻔한 스토리 듣기 싫어서였을까? 다음주까지만이라도 여유롭자...
"누구야?"
놀라며 남편을 보니 내가 놀라는게 이상한지 눈을 크게 뜬다.
"어... 지현이... 다음주에 오는거 맞냐고.."
고개를 끄덕이며 남편은 집안정리를 한다. 5년간의 일본생활을 정리하는게 마냥 즐거운 표정이다.
"그렇게 좋아?"
"당신은 안좋아? 난 일본놈들, 일본땅 다지긋지긋하다. 시원해."
" 가면 당신 어서 오라는 학교가 있는것도 아닌데..."
내 말에 씨익 웃으며 복숭아 먹느라 범벅이된 아이들 입을 닦아준다.
가기싫어 창문만 보면서 한숨쉬는건 나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