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기차역앞은 붉은자갈이 깔려진 언덕같았다.
그언덕을 몇몇의 사람들은 자신의 도착을 알리려는듯 공준전화로 향했고 몇몇의 사람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듯 초조함을 나타내고 있었다.
언덕이 시작되는 곳을 향해 내딛던 혜진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선율을 느낄수 있었다. 기타와 함께 처량맞은 자신의 이야기를 위로해주는듯한 노래소리...혜진은 몇몇의 사람들이 모여 기타를 쳐대며 자신의 목청을 자랑하는것을 바라다 보았다.
"노래 잘한다 그치?"
"응"
은경은 혜진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치며 저리로 가보자는 눈짓을 했다.
"가보자.."
"아니.. 은경아 나중에..."
이미 몸을 돌리던 은경은 혜진의 이야기에 쓴웃음을 보이며 이야기 했다."기집애.. 알았어 기현씨 빨리 보러가자는 거지?"
혜진은 택시를 향해 발을 내딛었다.
노란색의 몸통을 햇빛받아 마치 미스코리아 뽐이라도 내듯 광채를 내며 여러대의 택시들은 혜진을 맞이 하고 있었다.
"아후 무거워서 죽는줄 알았네 . 이것좀 봐바 혜진아.. 내손 피가 죽은것 처럼 시꺼메..에이~내가 누구땜시 못살어~"
은경은 택시안에서도 헤진을 향해 입을 쉼없이 놀려대기 시작했다.
혜진은 창을 조금 내렸다.
부산의 공기가 코를 스미며 헤진에게로 달려들었다.
혜진은 눈을 감았다.
기현이의 모습이 떠오르질 않았다.
보기만하면 단번에 알아볼 기현이의 얼굴.. 하지만 코는 오똑한지 내려앉은 코인지 입술은 벌어진 입술이였는지 쪼글쪼글 주름이 많이 간입술이였는지 눈은 가느다랗던지 큰눈이였는지.. 아무것도 떠오르지가 않았다.
"혜진아 다왔어.. 내리자 얼릉.."
은경의 한마디에 혜진은 감은눈을 살포시 떴다.
산으로 가득차여진 이곳...
혜진은 심장이 터질것 같았다.
"저기서 면회신청하는건가 보다..기다려 내가 말하고 올께"
은경은 혜진이를 대신할수 있는일이 생겨 마냥기뻐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소풍나온 어린아이가 신나하듯이...
면회실에서 기다리라는 보초병의 이야기에 헤진은 까만비닐봉지에 여러겹으로 쌓여진 음식들을 챙겨보기시작했다.
여러명의 남자들이 지나다닌다.
헤진은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설때마다 모자아래의 얼굴을 확인하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처음들어서는 기현이를 몰라보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도 있었기 때문이였다.
한시간이 지났을쯔음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혜진아..." 은경이의 목소리였다.
"헤진아.. 저기..."
혜진이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진 기현이를 볼수 있었다.
아무말없이도 기현이의 맺혀진 눈물로만으로도 수많은 말을 대신할수 있었다.
혜진은 기현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기현이의 손가락이 혜진의 머리칼을 하나둘 스쳐지날때 헤진은 기현이의 손가락이 너무나길고 얼마나따스한지 첨으로 느껴지는듯 했다.
어둠에 혼자 덩그러니 웅크리고 앉아있던 헤진에게 기현의 품은 밝은 햇살가도 같이 따스했다.
"연락하고 오지...잘못하면 어긋날뻔했었자나..."
헤진의 얼굴을 매만지며 기현은 이야기 했다.
"나 오늘 휴가 였단말이야.. 바보 내가 놀라게 해주려고 했는데 니가 날놀라게 해버렸네.."
"이곳이 송정이라는 곳이야"
헤진을 품에 안고있는 기현은 하얀거품을 비눗방울 하듯 불어대는 바다를 향해 이야기 했다.
은경은 어느새 바지를 걷어부치고 기현과 혜진을 향해 손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헤진아..."
"혜진아..."
헤진은 기현이의 부름에 기현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물한방을 기현의 볼에 내려놓은듯 기현의 볼은 물기가 내려 앉고 있었다.
"혜진아..."
"정말 불러보고 싶었어.. 내가 얼마나 너의이름을 불러보고싶었게"
혜진은 가슴을 박차고 오르는 슬픔에 아니 기쁨에 몸을 맞기고 싶었다.
"이리와"
기현은 혜진의 손을 꼬옥잡아 바다를 향해 뛰기시작했다.
혜진의 숨결을 반갑다는듯이 바다는 안아주었다.
기현은 마치 어린아이 같았다.
물을 처음보는 아이에게 엄마가 대하듯 바다는 기현에게 부드러워 보였다.
"헤진아~~"
"헤진아 정말 사랑해~!!"
기현은 바다를 향해 두손을 모아 외쳤다.
바다도 그런 기현이가 사랑스러웠던지 메아리를 보내주는듯 했다.
웃고있는 혜진의 손을 기현은 바다안으로 끌여들였다.
기현이의 다리가 혜진의 다리와 부딪히며 거품을 헤칠때 혜진은 차가운물속에서도 기현의 체온은 정말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다.
기현은 어디서든 정말 따스한 사람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