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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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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인사


BY dkflfkd67 2002-04-02

하루종일을 검사실 안에서 실갱이를 하다가 외부로 나오자 그나마 작업현장을 밝히는 전등빛이 눈 부시다. 눈앞에 시원스레 나열된 세줄의 긴 라인들에는 아직도 제품들이 건조대를 타고 내려온다. 첫 공정에서는 이제 겨우 작업을 끝낼 준비에 손놀림이 부산스럽다.

까만 밤....
그래도 공단의 밤은 각 기업체를 보호라도 하듯 전봇대같이 곧게 뻗은 등들에 의해 어둠이 한결 물러나있는듯 하다.

어줍잖은 눈 인사와 더불어 퇴근버스에 몸을 싣고 가라앉은 어둠을 가로지르며 붕붕거리며 통근차는 서서히 움직인다. 옆에앉은 양 미정은 유난히도 눈동자가 맑다. 하루가 피로에 찌들어도 그 아이의 눈은 매번 초롱인다.

"야...! 저번에 관심있다던 그 사람있잖아..? 함 만나봤니?"

"아니....원진 아저씨가 아직 말 못했나봐..."

"벌써 사흘이나 흘렀는데...?"

"글쎄 말이야, 내일은 꼭 다시 물어봐야겠어"

그러고 한참을 지나서 차가 정차될 기미가 있자 차 뒷편에 앉아 있었는듯 관심의 주인공이 앞으로 성큼성큼 나가는것이 아닌가?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더니 양반되기는 걸렀다. 이윽고 칙 소리를 내며 정차된 차에서 그가 내렸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었다.

"안녕히 가세요...!"

그 사람 힐끔 돌아보는듯 할때 차 문이 닫히고있었고 무심코 던진 나의 한마디에 얼굴이 달아오르다 만다. 옆에앉은 미정이 피식 웃는다.

밤은 도무지 조용한 날이 많지가 않았다.
늦게 들어온 타 회사 직원들은 한방에서 기거하는 가족?이 자고있거나 말거나 제멋대로 소음들을 내뺀다. 그날도 모회사 경리직원이라는 정양도 매 마찬가지다. 그나마 사무실에 앉았다고 혼자 잘난척 하며 아니곱게 굴더니 그날은 자신을 비위선자,또는 부도덕한자로 스스로 낙인을 찍고야 말았다. 아닌밤중에 홍두깨도 유분수지...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돼지 배를 갈라서는 산더미같은 누리끼리한 동전을 헤아리고 또 헤아리는것이 아닌가?

자는 사람을 조금이라도 배려했더라면 밉지나 않지,미안하단 말한마디없이 쩔렁 쩔렁 잘도 헤아렸다. 뭐라고 중얼대더니 다시 돈을 헤아린다. 아이고 내 팔자야....하긴 뭐 팔자소관 해본들 혼자의 힘으로 방얻을 돈도 아직 못모았으니 이러고 참고 살수밖에....

잠을 설친 관계로 뒷날 출근길은 발길이 무겁다. 유유히 안개를 발길로 걷어내며 저만치 다가오는 통근버스로 발길을 재촉한다.

늘 반복되는 기계의 움직임처럼 일렬로 하차하여 경비원들의 감독하에 출근 카드에 도장을 찍기위해 기계에 들이밀고 그리고 의무처럼 상사들께 아침 인사를 주고 받는다.

혼자서 아니 많은 사원들의 행렬속에서 묵묵히 건물로 향하는데 누군가 등을 무엇으로 툭 친다. 놀라서 뒤돌아보니 그 사람 어느새 나와 도보를 맞추며 의문스런 얼굴로 묻는다.

"어제 혹시 저 한테 인사했어요?"

무슨 말인지 의아해서 대답도 못하고 얼버부리는데 그 사람 무안한지 '아니면 됐다'며 이내 내 곁에서 멀어져간다. 그의 손에는 일간지가 들려져 있었고 말의 억양이 분명 충청도 특유의 억양이었다. 저만치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이 어느새 건물 속으로 사라져갔고 남겨진 마음은 어제라고 한 말에 귀가 쏠깃 기운다.

아...! 그랬지...
어제 퇴근길에 일방적인 인사를 던진 장본인이 내쪽이 아니었던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인사를 했으니 그사람 스스로가 의문스러웠을수 밖에... 그러고 보니 바보스런 나자신에게 한줄기 웃음이 일었다. 그리고 그 사람에대한 호기심이 잠깐 잠깐씩 발동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