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120, 140, 160... ...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다급해지는 명준의 얼굴에는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그리움이 존재 되고 있었다.
이 시간 속에 영욱이가 함께 한다니...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속에 함께 할수 있다니... 눈물이 명준의 뺨에 흘러내렸다.
보고 싶다. 영욱아. 사랑한다. 사람아...
"언니!" 영욱의 표정은 사색이 되었고, 모든 것이 교차되는 지점에 닿아 있었다. 전화선을 잡고 있는 가녀린 손의 떨림은 온몸을 온 세상을 흔들어 대고 있었다.
'딩동!' 영욱은 순간적으로 인터폰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터폰 화면에는 몇년을 그리워한 죽음 앞에서도 잊지 못할 남자가 서있었다.
"아가씨, 최명준이라는 사람인데 열어 줄까요?"
"유모, 열어 주세요."
최명준? 최. 명. 준. 최명. 준. 보고 싶다.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이게 꿈이면 어떻게 되는 거지?
왜 왔어? 이 따위로 물을 것인가? 울며 불며 자존심 밟아 버리고 살려달라고 애원 해야 될것인가? 다신 보고 싶지 않다고 해야 되는걸까.
현관문이 열리며, 작은 멜로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명준은 굳어 버렸고, 영욱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 눈물을 흘려선 안된다.
명준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우리를 위해서...!
영욱은 감고 있던 무거운 눈을 떴다. 세상의 태양이 눈을 뜨는 시각.
내 눈앞에 밝게 웃고 있는 멋진 남자. 내 사랑이 서있었다.
태양 보다 눈부시고, 달빛보다 따스한 그 사람이.
"최PD"
"많이 이뻐졌다. 기대했던거 보다 더 많이..."
"언제는 안 이뻤나?"
"아차, 그랬지."
항암제와 싸우느라 얼굴의 볼살 하나 없이 수척해 져 있었다.
눈부시게 아름답던, 머릿결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뭘봐? 이 남자야! 나 빡빡이도 어울리지?"
"그래... 이쁘다. 태양 같은데"
아픔을 웃음으로... 불행을 행복으로... 포장할수 있는 능력을 가진 영욱을 영원히 사랑하고 싶다.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