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86

육체적 사랑


BY 허브향 2002-04-18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방송이 흘러나가는 도중에도 자꾸 딴 생각으로 머리는 복잡했고, 마음은 이미 영욱에게로 가 있는 것이었다.
진행자가 NG 내는 것 조차 파악하지 못해 몇번의 반복 끝에 촬영이 끝이 났다. 방송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영욱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오후 3시에 집앞으로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다.
오후 3시에 맞춰 집앞에 갔을때 명준은 흘러내리는 눈물을 꿀꺽 꿀꺽 집어 삼키고 있었다. 두꺼운 종이가 목구멍을 통해 넘어 오면서 피를 흘리는 그것을 삼키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다.
영욱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큰 트렁크 가방과 여권과, 비행기 표였다. 영욱을 향해 밝게 웃었다.
밖에서 영욱은 명준의 모습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썬텐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명준은 울지 않고 떠나려는 영욱의 가슴에 크나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을 몇번이고 되새기고 있었다. 교외로 향하는 길 명준과 영욱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모텔이 들어서고, 강이 보이는 그런곳에 둘이 섰을때 영욱은 환하게 웃었다.
"나 절대로 당신도 미국행도 포기 못해"
"..."
"나 고민 많이 했어.
내 꿈. 내 욕망. 내 사랑 그리고 부모님."
"네 선택에 맡길께"
"나 믿는 거지?"
"그럼. 네가 편한대로 먼훗날 돌아봤을때 후회 하지 않았음 해.
만약 네가 내 곁으로 와서 후회 한다면 나 더 힘들테니깐"
"어. 명준씨! 나 후회 안할 자신 있어.
그리고, 미국 가서 정리 하고 올꺼야"
"..."
"명준씨 아이 낳구, 명준씨 하구 함께 늙어 가면서 나 그렇게 살고 싶어. 한국 여자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그렇게 말이야.
내 꿈. 내 욕망의 미련은 그런걸로 채우면 되지 않을까?"
"..."
"그래도 될것 같애. 그래도 될것 같아.
나 믿어! 나 쓰러지지 않을 테니깐"
"영욱아!"
너의 강인함을 항상 느끼고 싶어.
하지만 영욱아. 넌 능력있고, 멋진 여자잖아.
강을 바라보는 니 눈에 들어있는 많은 생각들. 언제쯤이면 나 그것 또한 읽을수 있을까? ... 사랑한다. 사랑해.
천하의 김영욱이를 사랑한다구! 알겠니? 알겠어?
하지만 널 구속할려고 프로포즈 한건 아냐.
그건 단지 내 마음을 너에게 밝히고 싶었다구.
부담스럽니? 그럴 필요 없어.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구.
"후련하다 명준씨 당신은 어때?"
"... 영욱아!"
"프로포즈 여러번 받아 봤는데... 이번은 느낌이 달랐어!
최명준 당신은 역시 PD자격이 있나봐.
드라마 처럼 아름답게 그리고 슬프게 했어. 애절하게 말야. "
"... 고맙다"
"노우! 그런 대답 듣고 싶다고 한 얘기 아니잖아?
미국에서 정리 하고 돌아올때 당신은 결혼 준비 모두 해둬야 된다.
내 드레스두 당신 턱시도도 함께 말이야.
상상만 해도 멋진 일이다.
아이도 낳구 당신과 함께 산책도 하고 자전거도 타구 말야."
"..."
"명준씨 저기 보여?"
영욱의 손길을 따라 눈을 돌렸다.
명준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화려한 조명의 모텔이었다.
"사랑해!"
"영욱아. "
"바보! 데쉬를 해줬으면 행동은 네가 해야지.
최PD 당신과 함께 자고 싶다구! 러브신. 베드신! 알겠냐?"
"... !"
"그럴 필요 없어.
순진하긴... 하지만 걱정마.
난 아무에게나 잠자리 요청하진 않는다구.
내 몸이 얼마나 눈부시다고. 얼마나 아름답고.
당신은 나를 바라볼수 없을껄... 썬그라스 하나 준비 해야 될꺼야."
"이럴 필요 까지는"
"피하지마.
맞서서 싸워야 하잖아.
그리고 사랑은 영혼과 정신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야.
육체적인 사랑도 필요한거라구."
강을 보며 차를 마시다가 밤 9시가 되어서야 모텔로 들어왔다.
욕실로 들어가는 명준을 바라보며 영욱은 쓴 웃음을 지었다.
사랑은 흐리게 변한다.
세월이 흐르면 변한다. 사람도 사랑도...
그래서 나는 겁을 내는지 모르겠다.
사랑하니깐 선택한 길을 포기하면 어쩌겠는가.
그건 돌이킬수 없는 상처를 낳고, 그 상처는 또다른 상처를 낳을 것이다. 부모님께서 나에 대해 실망할 것을 생각하면 꼭지가 돌았다. 후~ 한숨을 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사랑이 다가올것이다.
사랑이 뜨거운 가슴을 열고, 내 곁으로 올것이다.
나는 가슴 깊이 문을 열고 그것을 받아 들이면 된다.
샤워를 끝낸 둘은 창턱에 기대어 앉아 샴페인을 한잔씩 마셨다.
"명준씨! 사랑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강인하고 용기 있던 여자가... 사랑앞에 무릎꿇고 사랑앞에 눈물을 흘린 것이다.
동시통역사로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여자가 말이다.
사랑한다. 사람아... 그렇다.
영욱에게 다가가던 명준은 영욱의 가운 사이로 보이는 가슴을 보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깊은 곳이었다.
그 속에서 숨쉬는 새들의 지적임도 들을수가 있었다.
침대에 누운 영욱의 위로 덮치는 명준은 용기 있게 그녀를 보듬어 안았다. "명준씨!"
"사랑해. 영욱아"
명준씨 우리 하나가 되는 거다.
나 정말 기분이 묘한걸... 내 배 위로 당신의 살이 지나다니는 그 기분 얼마나 아름다운 건지. 난 미처 왜 몰랐을까?
사랑은 없다고. 사랑은 더러운 것이라고. 말하던 내가 사랑을 받아 들이고 있다니...
영욱의 머릿결과 어깨선을 따라 손을 움직였다.
아름답고 깊은 가슴에 손이 갔을때 명준은 본능적으로 영욱의 가슴에 뺨을 기대고 누웠다. 그녀의 배를 따라 허벅지 사이로 손이 갔으며, 영욱 또한 명준의 깊은 사랑을 받아 들이고 있었다.

나 미국에서 돌아올수 있을까?
나 미국에서 돌아와야 할텐데...
아냐. 꼭 돌아올꺼야.
당신이 날 믿고 내가 당신을 믿고
우린 믿음으로 둘러싸여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