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토요일에. 시간있니?
언니는 밥을 먹으며 그저 오늘 날씨 좋다는 말처럼 심드렁하게 묻는다.
하지만 나는 그런 언니의 몸짓에서 없는 시간도 만들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어. 왜?
나는 불필요한 말을 한다. 쓸데없는 질문. 언니는 대답하지 않지만
나는 그 대답을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있단 걸 언니도 알 거였다.
지원이. 외갓집에 맡겨놓고 같이 갔다 오자. 괜찮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앉은 지원의 머리를 괜히 한 번 쓸어본다.
나는, 나와 언니는 이번 주 토요일에 그에게. 간다..
불륜. 그런 게 뭘까.
지금도 나는 종종 생각해본다.
어떤 건 사랑이고 어떤 건 불륜이고.
누가 그런 걸 정한 거지?
나도 사랑하는데. 그도 날 사랑한다는데.
왜 내 사랑은 손가락질 받아야하는 거지?
가정이 있는 남자였다.
아내가 있었고 그 아내와 가정을 사랑하던 남자였다.
그런 그에게 그와 아내 사이에 내가 끼어든 것이다.
그래. 내가 나쁜 여자다. 나만 나쁜 여자였다.
평범했지만 행복했던 단란한 가정에 내가 껴들어
모두의 인생을 망쳐버린 것이다.
그의 어머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내가 죽일 년이다.
그래. 때로는 용서받지 못할 사랑도 있다.
사랑해선 안될 사람도 있다.
나는 아직도 믿을 수 없지만
누가 정했는지는 몰라도 그런 게 있는 모양이다.
오늘..
미치도록 우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