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인사드리고 날을 잡고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집은 둘의 병원이 가까운 곳으로 정하고 신혼 살림을 하나 하나 고르러 다녔다.
시간에 쫓기는 레지던트 이지만 시간을 쪼개어 기꺼이 동참해주는 광혁이 고맙기만 하다.
어머니 어머니 하면서 붙임성있게 구는 광혁을 우리 사위 우리 사위 하면서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뵈오니 정말 가슴이 따뜻해져왔다.
의외로 단출한 광혁의 가족들
부모님은 광혁이 대학때 돌아가시고 위로 누님만 한분이 계셨다.
그 분도 의사이신지라 자주 뵈올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가끔 집으로 초대되어가 저녁을 들면서 광혁의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부모님이 다계셔서 다행이라며 사랑 많이 달라고 부탁하곤 하신다.
모두들 따뜻한 분들이라 정민의 가슴의 응어리는 차츰 차츰 눈녹듯이 녹아가고 있었다.
때론 준영이 생각날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가슴이 아프지는 않았다.
결혼식을 올리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광혁과 정민
서로의 시간이 잘안맞아 며칠에 한번 볼라치면 보자 마자 만지고 뽀뽀하고 옷을 벗어던지기에 바빴다.
정민은 광혁의 애기 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에 싱그러움을 느낀다.
광혁은 정민에게서 풍겨나오는 야릇한 빛에 매료되곤 한다.
둘이 쉬는 날이 맞으면 하루 온종일 침대를 떠나지 않는다.
"자기야 나 배고파 우리 이제 좀 일어나 최소한의 생계는 유지 해야될것아니야"
"난 이게 먹는것 보다 더좋아" 그러면서 다시 정민의 가슴을 파고 들곤 한다.
나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정민은 행복하다고 느낄때 마다 죄인이 된듯한 기분으로 금새 슬퍼 지기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영화와 수다를 떨다가 배가 고파진 두사람은 정민이 냉면이 먹고싶다는 생각에 냉며집으로 항했다.
잘먹지도 않는 냉면 타령에 영화의 혹시나 하는 의혹의 눈길을 받으며 정민은 그때사 저번달 생리를 걸렀다는 사실을 기억해냈다.
냉면을 먹는둥 마는둥하고 광혁에게 전화를 넣은후 쉬는날인데도 오늘은 환자의 자격으로 병원을 향했다.
광혁의 들떠있는 모습을 접하니 정민 또한 가슴이 두근거려 진정이 안되어 큰 심호흡을 들이쉬었다 내쉰다.
초조하게 의사의 진단을 기다리며 정민은 환자들의 초조함을 어느정도는 이해할수있을것만 같았다.
"축하해 이선생 임신이네" 광혁의 친구에게 임신이라는 진단을 받은 광혁은 그자리에서 정민을 번쩍 들어올린다.
항상 외로웠는데 아이를 가져주어서 고맙다며 정민의 입술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는다.
친구의 야유를 받으면서도 좋아 어쩔줄 모르는 광혁의 모습을 지켜보는 정민은 이제사 광혁에게 조금이나마 속죄를 하는 그래서 조금은 행복해도 될것같았다.
여기 저기 전화로 정민의 임신소식을 알리는 광혁 .....
태어나서 오늘이 제일 기쁘다며 연신 싱글 벙글 광혁의 싱글거리는 모습에 덩달아 정민의 기분도 하늘을 날것같이 가벼워진다.
배가 불러오자 병원일이 힘들어 진다고 그만두라고 광혁이 성화를 부렸지만 정민은 고집을 피워가며 끝까지 직장생활을 고집했다.
병원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다리도 붓고 몸이 천근 만근이 되는때도 있었지만 정민은 고집을 피워 직장생활을 하는터라 광혁이 알까봐 재대로 피곤하다고 아프다고도 하지못하고 밤엔 끙끙 소리까지 내면서 앓아 누워야했다.
영화는둘도 없는 친구가 임신을 했다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 요것 저것 챙겨주었다.
부모님도 이제는 내가 안부전화를 넣는것이 아니라 매일 전화하셔서 괜찮은지를 물어보신다.
시누이는 없는 시간을 쪼개어서 임산부에게 좋다는것은 무엇이든 사들고 오셨다 정민이 불편해 할까봐 금방 일어 나시곤한다.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정민은 처음으로 준영과의 옛 추억을 이제는 정말로 가슴 저밑바닥의 한 기퉁이에 접으며 준영에게서 자유로워 진다.
이제는 정말 광혁의 아내로 아이의 엄마로 그렇게 살아 갈수 있을것 같았다.
사랑은 물흘러가듯이 흐르는것, 흐르지 않으면 썩어들어가는것...
그렇게 정민의 한가정을 지키는 주부로 돌아가기로 했다.
8개월때 임신중독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병원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일도 중요하지만 정민에게 아이가 우선이기에 병원을 당분간 쉬기로 했다.
이번주만 지나면 그만 두어야 할일이기에 열심히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