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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더 행복했을지도...


BY Mia0409 2003-06-20

 

******** 그때가 더 행복했을지도... ******************

바다를 바라다본다
어둠에 몰려드는 바다는 끝이 보이지가 않은 체
캐리비안의 하늘보다도 푸른 바다는 짙은 어둠에 색깔을 잃어 가고 있었지만 은수는 그런 바다를 바라보는 일이 좋았다

낮에 일을 하느라 몸도 마음도 지쳐버린 이 순간을 잊기 위하여 은수는 무념의 상태로 저녁식사이후 계속해서 바다만을 바라다보며 꿈결처럼 들려오는 라이브밴드의 음악 속에 살짝 몸으로 박자를 맞추며 칵테일을 마시고 있노라면 조금은 피곤함이 가시는 듯도 하였다

필름이 도착하고 미리 봐두었던 헌팅 장소를 따라 이동하며
캐리비안의 아름다운 경관을 배경으로 은수의 카탈로그 촬영은 쉼 없이 이어지고 사진을 찍는 최기자의 일에 대한 욕심 때문에 은수는 시도 때도 없이 옷을 갈아입으며  군소리 한마디 없이 사흘을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일에 몰두하였던 터라 기진맥진하였고
그런 은수를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승규 때문에 저녁을 먹은 후 더 이상 서있을 기운도 없었지만 애써 긴장을 풀지 못하고 태연한 척 바다를 바라보며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승규가 자리를 뜨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그러면 자신도 방으로 가서 침대에 몸을 의지하고 쉬고 싶었다

그런 그녀의 바람을 알기라도 한 듯 승규가 먼저 자리를 떴고
은수도 깊은 수면을 위하여 독한 술 한잔을 시켜 단숨에 마시고는
자신의 방갈로로 가기 위하여 바다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마지막 술이 독해서인지 긴장이 풀려서인지
자꾸만 비틀거려지는 몸을 고쳐 세우려해도 몸이 자꾸 땅을 향하는 기분을 느낀
은수의 뒤로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져 술기운 속에서도 긴장을 하고 돌아보니
승규 그가 서있었다
그 순간 은수는 기억을 잃고 만다

깨어질 듯한 머리를 감싸안으며 눈을 뜬 은수는 침대 옆 흐릿한 램프 빛 속에서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가 자신의 방의 침대와 다르다 는걸 느끼고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깨어질듯 아파서 도로 우며 보니 승규 그가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일까 분명히 내방으로 가고 있었는데]

순간 자신의 방갈로로 돌아가다가 승규를 만난 순간까지는 기억이 살아나고 있었다

[마지막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어쩌나 내가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은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자신을 살펴보니 저녁때 입었던 하얀 실크드레스 그대로 이었다
심한 갈증을 느낀 은수는 아직도 흔들리는 머리를 짚으며
살며시 침대를 내려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는 순간 소파에서 잠들었던 승규가 일어난다

일어났어"
"죄송해요 목이 말라서"
"자 앉아요 내가 줄께"

은수는 물병을 꺼낼 힘도 없었던 터라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승규가 앉았던 자리로 가서 힘없이 앉는다

물 잔을 건네는 승규의 시선에 은수는 부끄러워져 살며시 고개를 돌리며 물을 마신다 물이 이토록 맛있었는지 의문을 가지며 은수는 커다란 컵을 단숨에 비운다

"체해요 천천히 마셔 물에 체하면 약도 없다는데"
"네 고마워요 근데 어떻게 된 거예요"
"사람이 왜 그렇게 미련하니? 탱크 같은 몸도 못 견딜 판인데
최기자 저녁도 못 먹으러 나왔잖아 그렇게 힘들면 룸서비스 받고 방에서 쉬지 뭐하러 나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비틀거리며 자꾸 넘어지려고 해서 부축해주려고 했더니 나를 보자마자 쓰러지더라"
"죄송해요 피곤하면 못잘것 같아서 독한 양주한잔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취했었나봐요 저 실수는 하지 않았어요"
"귀엽던데"
"참! 놀리지 말아요 얼굴 화끈거려요"
"정말이야 아기처럼 잘 자더라 숨도 안 쉬고 자는 것 같아 혹시나 해서 몇 번이나 들여다 본줄알아"
"몇 시예요 방에 가야겠어요 남들이 보면 어떻해요"
"괜찮아 새벽 3시야 그리고 여긴 휴양지라 새벽에 일어나는 사람 없어 조금 더 있다 가도 돼"
"아니에요 저 갈께요"

은수는 말리는 승규에게 손을 내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이내 핑돌며 깨어질듯 아픈 머리 때문에 도로 주저 않고 만다
그런 은수가 걱정스러워 승규가 옆으로 와 앉기에 몸을 고추 세워 앉으려 해도 자꾸 몸이 옆으로 기우는 것 같아 어쩔 줄 몰라 하자 승규가 조용히 그녀를 안으며 은수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이게 한다
" 자 잠깐만 이러고 있자 아직 술이 덜 깨어서 그럴 꺼야
이러고만 있을께 안심하고 있어 부담스러우면 오빠나 아빠라고 생각해"
"...."
"눈감고 마음을 편하게 해"
"미안해요"
"미안하긴 난 너무 좋은데 오늘 내 인생 최고에 날인데
은수 안고 여기까지 왔지 잠자는 얼굴 원 없이 들여다봤지
그리고 이렇게 머리 기대고 있는 여자가 은수, 정은수 맞나
꼬집어 봐야겠다 아~야"

자신을 꼬집고 엄살을 부리는 승규 때문에 쿡 하고 웃음을 짓다가
문득 이렇게 까지 자신을 배려하는 승규때문에 마음이 아려온다

승규 자신의 어깨가 촉촉이 젖는 느낌에 은수를 보니
그녀가 울고 있었다
그녀를 바로 앉히고 그녀의 눈가를 닦아준다

"왜 울어 좋기만 하다는데 힘들어?"
"아니에요 미안해서요 늘 받기만 하는데 드릴 것이 없어요
너무 불공평해요"
"무슨 말이야 네가 있잖아 이 세상에 지금 내 곁에 네가 있잖아
나 그거면 돼 이제 더 이상 욕심 부리지 않기로 했어"

힘들텐데 힘들다 한마디하지 않고 자신을 배려하고 있는 남자 앞에서 은수는 한없이 약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승규의 부축을 받으며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승규에게 애써 미소지어 그를 보내고 자신의 방 침대에 몸을 던지고 은수는 가눌 수 없는 슬픔에
빠져버리고 만다
차라리 자신을 강제로라도 안으려 했다면, 이혼을 요구했다면
이리도 마음이 아프지 않을 것을 남편에게 받은 배신감에 몸을 떤 지가 얼마 되지 않은데 이번엔 자신이 남편을 배신하려하고 있는 상황이 은수를 더욱 춥고 외롭게 한다
사랑 없이 살면 않되는 것일까? 사랑이 뭘까? 사랑하면 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의무란 무엇일까? 아이들에 대한 의무감
자신의 분신에 대한 사랑이 그녀와 승규 사이를 막고 있었다
또한 자신을 사랑한다던 남편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일 꺼라 믿으며 맹목적으로 살아온 삶이었다 차라리 그때가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그때가 더 행 복 했 을 지 도 모 른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