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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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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BY asa3535 2001-12-30

과거의 회상이 한 편의 영화처럼 지나가고 난 뒤 나는 그 라이터를 다시 보게 되었다.
'만약에 이 라이터가 그 때 산 그 라이터라면......' 이런 상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이었다. 하지만 애써 그런 상상을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판타지스러운 각종 매스컴으로 인
하여 오염된 나의 대뇌에서 그럴싸하게 이 라이터를 포장함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컴퓨터 게임, 소설, 영화 등등 모든 것이 판타지스러운 이 시대에 살면서 나도 어느세 쇠뇌
상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이 라이터가 내게 대단한 모험을 시켜줄거라는 망상은 쉽게 지워
지지 않았다.


나는 담배를 끄고 나서 책상 앞에 앉았다. 여전히 나는 소일거리를 찾아 헤매었다.휴학계를
내고 마땅한 아르바이트를 기다리는 나로서 독서란 유일한 삶의 샘물이었다. 그래서 독서로
시간을 때우기로 마음먹고 책장 앞에 섰다. 책장 앞에 서 있노라면 저 수많은 책을 언제 산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거의 병적으로 책을 산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혼자 지내는 시
간을 좋아하는 나에게 서점은 안성맞춤의 공간이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있지만 아무도 나
에게 말을 걸지 않으며 내가 하는 행동에 신경쓰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책을 훔지는지, 아
니면 의심스러운 행동을 하는지 나를 노려보는 몇개의 감시 카메라와 내 외모에 반해 말을
걸려고 하는 몇몇 푼수 같은 아가씨를 빼노라면 서점은 울창한 숲 속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장소였다. 그런데 막상 서점에만 가면 그냥 나오기가 서먹하다. 그래서 두, 세권의 책을 꼭
사오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책들을 전부 읽지는 못한다. 3일데 한 번 꼴로 서점에
가고 매번 두, 세권의 책을 사오니 그 책들을 모두 읽으려면 하루에 한 권의 책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거대한 나의 책장에서 읽은 책이 극히 드물다.



어쨋든 나는 그 수많은 책들을 둘러보는데 읽고 싶은 책이 없자 매우 실망스러웠다. 그동
안 수 없이 들고 온 책들이 정작 독서를 하고 싶은 지금 무의미하게 되자 허탈한 마음이 들
었다.마치 말라서 거북이 등껍질 모양 갈라진 호수 바닥 틈새에서 한 줄기 물을 찾느라 헐
떡이는 갈증난 짐승처럼 나는 책장 앞을 방황했다.



나는 짐을 채여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 곳은 나에게 바다 같은 곳이니 그 곳에 가면 나
의 이런 갈증을 잠시켜 줄 만한 양서가 있으리라는 심사였다. 어쩐지 행운을 가져다 줄 것
만 같은 그 파란 라이터를 챙긴 채 나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내가 가고 있는 도서관은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만 걸으면 나온다. 단호라는 이름의 이 도서관은 일제 시대에 지어진 건물
이어서 왠지 유서가 깊어 보이고 새로운 느낌을 주는 도서관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 특별한
느낌의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이끼가 낀 브라운 색의 벽돌로 이루어져 있는 이 도서관의 지하에는 가종 신비로운 책들
이 많이 있다는 소문이 있기도 했다. 중세 유럽, 마녀들의 마술 책이라든가, 일제시대 제작
된 보물 지도, 엄청난 모험이 담긴 소설책들( 하지만 이 소설책들은 저주로 봉인되어 있다
고 한다)이 도서관의 지하에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 지하실은 굳게 봉인된
채 관계자외 출입금지여서 나는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했다. 어쩌면 하나의 입소문에 불과
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 자극적인 호기심을 안겨주는 그런 지하실이었다.



아무튼 나는 그 도서관에 다다랐다. 도서관의 수위아저씨는 나를 알아보고는 먼저 인사를
거네었다. 나 또한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를 건네고 소설분야의 창구로 들어섰다. 평일이
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나는 숲 속에 온 듯 깊은 숨을 한 번 들이시고 이
곳 저곳을 둘러보며 내 마음을 적셔 줄 한권의 소설 책을 찾아 나섰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날은 가지런히 책장에 꼽혀져 있는 책들이 한낱 장식품처럼 느껴졌다. 그렇다. 죽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메마른 내 가슴을 저 죽어 있는 책들은 적셔주지 못할 것 같았다. 눈에 딱
들어오는 살아숨쉬는 책이 없었다. 나의 갈증은 그럴 수록 더욱 증폭되어져 갔다. 그래서 아
무 책이나 손에 잡히는데로 들고 로비의 테이블로 갔다. 대략 10권 정도의 책을 닥치는 대
로 읽기시작했다. 하지만 내 마음을 사로잡는 글귀로 시작하는 소설이란 단 한권도 없었다.
나는 다시 책을 들고 창구로 돌아 와 제자리에 책을 꼽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권을 꼽아넣으려던 순간 이상한 점이 발각되었다. 그 책이 원래 있던 빈 자리
에 왠 쪽지 하나가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닌가.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 쪽지를 읽지 않고는 못
결딜 것 같았다. 나는 누가 보고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다. 그 창구에는 나 혼자 있었다.
서둘러 그 쪽지를 낚아채고 몸을 낮추었다. 그 쪽지는 십자(十子) 모양으로 접혀져 있었는
데 이제껏 그렇게 접은 쪽지는 처음 봤었다. 호기심으로 가득 떨리는 내 손은 그 십자 모양
의 쪽지를 ?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폈다. 왜냐하면 상태가 온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꽤 오래 방치된 듯 했다.



그 오래된듯한 쪽지를 편지를 펴는 순간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쪽지에는 바로
이렇게 쓰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초대합니다.

환상적인 모험의 나라로.

당신의 파란 라이터로

이 쪽지를 태우십시오.

어서!



놀란 마음은 진정되지 않았다. 그 누군가가 내가 이상한 파란 라이터를 가지고 있고 이
책을 다시 제자리에갖다 놓을 것을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그는 과연 누구란 말인
가. 나는 재빨리 파란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꺼내었다. 그리고는 어떻게 해야할지 잠시 망설
였다. 앞으로 펼쳐질 일들이 궁금하기도 하면서 무척 두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자 여러
분도 알다시피 내가 이 쪽지를 파란 라이터로 태우지 아니하면 이야기가 전개될리 없다. 나
는 떨리는 손으로 곰팡이가 누르스름하게 핀 그 쪽지를 태웠다. 쪽지는 연기를 피우며 한
줌의 재로 변했다. 하지만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한 줌의 재만 남아있을 뿐이
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여전히 단호 도서관의 소설 창구에 있었고 날씨 또한 여전
히 화창했다. 왜 영화나 만화에서 보면 이런 순간에 먹구름을 동반한 폭풍이 밀어닥치고 땅
이 갈라지고 전혀 새로운 세계로 가지 않나. 폭소를 트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두려
움과 호기심으로 괴상한 쪽지를 태웠건만 아무런 변화가하없다니 참으로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을 마자 꼽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엄청난
여행이 시작된 것은......





계속이어집니다...



앞으로 본격적인 판타지의 세상이 펼쳐집니다...








예고 : 곧 엄청난 일의 전초전이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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