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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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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블루 2001-12-11

서로 묻진 않았지만 우린 어렴풋하게나마 아니 확실하게 서로에 대해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사랑한다 말하고 난후에 바로 전화를 걸어야 할 다른곳이 있을것이다.올해 유치원에 입학한 6살쯤 된 귀여운 딸아이가 있을것이며 그위로 개구장이지만 든든하게 여기는 아들과,집안 꾸미기를 좋아하는 아내가 아직은 예쁜얼굴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변함없이 장을보고 식탁을 차리는.....그렇게 여느가정와 다름없는 한집안의 가장으로 변함없이 생활해나가야 하는 그 곳.지방 발령이 난후로는 주중에 혼자 지내는 날이 많지만 그렇기에 가족이 만나지는 주말이면 사랑하는 마음이 더 생기게 되는 화목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그는 앞으로도 책임을 성실하게 이행해갈것이다.

ㅡ너와 내 가족은 별개야.내가 가정을 사랑한다고 해서 널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생각진 않아.너를 향하고 있는 이마음,그것도 나에겐 똑같이 소중해.널 그누구와 비교는 안해.내마음속에 널 다시 들인 후부터 넌 그자체만으로도 내게 기쁨이 되는 존재이기 충분하니까.

아침 신문의 사회면에 실린 기사가 떠올랐다.정숙하고 청순한 이미지로 한창 떠오르고 있던 어느 여자 연예인에 관한 내용이었다.'정..양 유부남과 간통으로 고소' 화장기없이 경찰에 연행되는 고개숙인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함께 실려있었다.그들도 사랑하고 있었을까 서로를...
누구나 그렇게 믿고 싶어한다.자신들의 이야기만은 절대로 사랑이라고.그렇기 때문에 신문사회면은 늘 그런 기사가 끊이지 않고 있어왔던것이 아닌가.

ㅡ남들눈에는 다 똑같은 걸로 보이는거야.당신이 사랑이라고 부르고 싶어하는 우리 사이도 그런 식으로 신문에 실리면 다를바가 없게 보일수도 있어.바람이라는이름으로.....

그렇게 말하고 있으려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서른몇해를 몸담고 살아온 이 사회의 잣대는 분명히 그렇게 규정지을것이다.'가정을 가지고 있는 모든 남자와 여자간의 사랑은 불륜이라는 이름으로 심판받아야 마땅하다.''결혼한 여자와 남자간에는 또다른 사랑이라는 감정이 ?아들지 못하도록 마음의 문들은 항상 꼭꼭 닫아걸고 살아야 한다'
그는 낚아채듯 내말을 자르고 나섰다.

ㅡ바람..그렇게 부르지마.우리 관계는 바람이 아니야 한순간 왔다가 흔적없이 사라져버리는 그런게 아니야.얼마나 간절한데 다시 만난후로 널 향한 그리움은 이토록 날마다 커져만가는데....사랑한다.......

피식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의 간절함이 묻어있는 목소리 때문인가 한순간 가슴 한구석이 감전 된듯 전기가 통하는게 느껴졌다.결혼한후로 잊고 지냈던 감정이었다.남편에게 안겨있을때 그런말을 듣는다해도 아무 느낌도 안 생기지만 건성으로라도 그런척 연기를 해야하는 건조한 날들의 연속.뱉기 귀찮아진 껌처럼 단물과 향이 다빠져나가버리고 난후 그저 하릴없이 질겅거리고 있을뿐인채 아무일도 일어날수가 없게 되어버린 내 하찮은 일상.
그런감정이 다시 살아나오다니. 내게서 오래전에 없어졌다 믿어온 그런것들이 어디에 숨어 있다가 기다렸다는듯 쏟아져 나오려하고 있는가.난 막아낼수없었다. 아니 막기 싫어서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지도 모른다.

ㅡ사랑한다.....보고싶다.....

비오는날 푸른 시누대숲에 이는 바람소리 같은, 새벽산사의 고요한 풍경소리 같은 그의 말들이 메아리치듯 가슴속을 휘젓고 돌아다녀 그렇게 차마 잠들 수가 없었던 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