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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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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블루 2001-12-08

밖에 눈이 내리고 있었다.언젠가 한번은 와본듯한 눈에 익은 장소였다.그와 나란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내 어깨를 감싸고 있던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가고 있는게 느껴?병?
나는 스르르 눈을 감아 버렸다.그의 호흡이 나직하게 들리면서 감고 있던 내 눈위로 그의 입술이 느껴졌다.잠깐동안 속눈썹에 머무르고만 있던 뜨거운 입술이 아래를 향해 가기 시작했을때 그만 소리를 지를뻔했지만 입술을 움직일수가 없었다.마음속으론 이러면 안되는데...하고 끝없이 스스로에게 외치고 있었지만 몸은 오래전부터 그를 원해왔었다는 듯 아무저항없이 순순히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창 밖으로 겨울의 중반에 접어들어 내리는 눈이 이리저리 흩날리고 있었다.눈이 그렇게 내려쌓일수록 바람이 더욱 차갑게 불어올수록 나는 더 강하게 그에게 매달렸다.나를 안아줘,제발 ...내가 당신을 사랑 할수 있게.당신도 나를 사랑한다면 나를 놓지마.절대 이 잡은 손을 풀면안되.이대로 세상이 끝날때 까지 함께 있어줘.아무대도 가지마,제발......

너무나 선명히 기억나는 지난밤의 꿈이었다.그가 끝끝내 나와 함께 있어주었는지 가물거리긴 했지만 ,속눈썹에 머물던 따뜻한 그의 입술의 흔적.잠이 깨고나서도 남아있는것같아 다시 눈을 감아보기도 했다.그를 붙잡고 그렇게 간절하게 애원했던 것은 물론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었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해서 그를 잡아두었어야 했을까.
어떻게 해서라도 그에게 다시가서 이젠 당신을 받아들일 수있게 되었다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을까.

그날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꼭 10년전의 그 해 겨울. 학교정문을 나와서 왼쪽의 횡단보도를 건너면 카페가 하나 있었다.2층으로 난 계단을 올라가면 삐걱거리던 소리가 들리고, 고동색 갈참나무 간판에 '둥지'라고 불화인이 굵게 찍혀져 있던 곳이었다.조금 이른 아침이었고 자다깬 얼굴을 한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문을 열어주었었다.그곳, 지난밤 꿈에서 처럼 그에게서 입맞춤을,내 생에 처음 입맞춤을 받은 곳이었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것처럼 캄캄하던 시간이 지나고 창밖을 내다봤을때 눈이 날리고 있어서였는가 세상이 환하게 다시 열리는것 같이 느껴지던 아침이었다.그렇게 얼마를 함께 있었고 그곳을 나왔을때 그는 내손을 꽉움켜쥐고는 어떤 결심이 담긴듯한 걸음으로 골목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었다.여관.붉은 아크릴 간판에 정자체로 선명하게 드러나있던 그 글씨.한쪽귀퉁이가 조금떨어져나간채 날리는눈을 고스란히 맞고 처량맞게 매달려있던 그 간판을 보는 순간 , 도망치듯 그의 손을 뿌리치고 걸어나오며 되내었다.이건 아니야.지금은 아니야......뛰다시피 걸어나오는 내 등뒤로 울음섞인듯한 그의 목소리가 눈발을 타고 들려오고있었다.너를 내?효?두고 싶어.이렇게라도 해서 날 사랑하게.....가지마......

그날이후 한달동안이었다.내가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필요했던 그 시간동안, 그가 나를 잊고자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했던 그 한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