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부탁이 있어......
다시 만나고 얼마지 않았을때 무슨 결심이라도 굳게 한듯 그가 말했었다
ㅡ무슨...
ㅡ다시는....내 앞에서......사라지지마.....
갑자기 계절을 잃은 겨울 바람같은것이 가슴을 아프게 훑고 지나가는것 같았다.
ㅡ.....
내가 사라진다고? 내 앞에서 사라진건 분명히 당신이었는데,그때....
나는 다만 무엇인가를 뚜렷히 한후에 당신을 새로이 받아들이고 싶었던거였는데,갑자기 앞에 나타나 정신을 차릴수 없이 한순간에 나를 끝닿는대까지 밀어부치던 당신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좀 필요했을 뿐인데.
ㅡ내가 사라진적은 없어...
ㅡ아니,넌 그때 분명히 사라졌어 내앞에서.
ㅡ난 얼마동안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었어.그때 내가 처한 상황들 그것들이 나를둘러싸고있는한 당신을 내안에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ㅡ그랬었다고? 그러면 왜 미리 얘기해주니 않았니....
그의 목소리에 그토록 오랜 세월을 돌아 왜 이제서야 말하느냐는듯 짙은 원망이 묻어있었다.다시한번 시린바람이 가슴을 아프게 파고 들었다.
ㅡ난 그것도 알아챌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했지.내가 그럴수 밖에 없는이유를 말안해도 당신이 알아주길 바랬으니까.길지도 안았지,딱 한달.
내가 당신을 온전히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생각하고 돌아보니 당신은 이미 거기 없었어.
ㅡ한달?
ㅡ그래 겨우 한달...
ㅡ겨우라니....넌 하루 온종일 한가지것에만 니 모든 정신을 쏟아부어 생각해본적이 있니?그렇게 하루하루 일주일이 가고 또 다시 한주일이 지나고...그렇게 한달이었어,,내가 살아오는동안 그렇게 길게 느껴지던 시간은 없었지.그 한달, 내가 너를 기다리는 그 기간은 물리적인 시간으로서의 한달이 아니었어.
ㅡ그정도의 시간쯤, 날 정말 사랑한다면 얼마든지 기다려 줄거라고 혼자 판단했었지.그럴수 있었던 나이였잖아,그때는...
나를 온전히 태워올려 사랑할수 있는 사람이, 내 생의 단한번 사랑이라 이름지을 수있는 사람이 그일수도 있다는걸 어렴풋하게 알게되었을때 조금이라도 일찍 그에게 다가갔더라면.....
한자리에 꼼짝않고 서서 그가 먼저 다가와 나를 강하게 붙들어 주기를,지금처럼 ㅡ내앞에서 사라지지마 이렇게 말해주기만을 바라고 있었던게 어리석었다는것을 그때 알았더라면....나는 지금과 다른 삶을 살게 되었을까.
어차피 가지않은 미지의 길에 대한 동경은 그 길의 다른쪽에서 바라보면 평생 아련함과 알수 없는 애틋함을 남기게 되어 있는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