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만났다.
메일을 주고 받은지 한달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
너무 빠른 만남이었다.
그만큼 그사람은 내게 가깝게 다가와 있었다.
물론 나도 그 사람에 대한 확실한 신뢰감이 있기에
만날 용기도 났었고,
다분히 호기심이 있었다.
메일로서 사진을 봤지만 만나기로 한 장소에서
저 만치에서 "안나씨" 부르며 내게로
다가서는 그 사람의 첫인상은 깔끔했다.
하얀SM의 옆자리에 앉아 그가 가는대로
따라갔다. 조금 한적한곳의 모텔이 딸린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시켰다.
"뭐 드실래요"
"함박 먹을래요"
처음본 남자앞에서의 식사는 먹는둥 마는둥하였고
커피를 마시면서 그제사
서로의 얼굴을 찬찬히 마주 보았다.
하얀 와이셔츠에 세련된 넥타이를 매고,
양복입은 그의 모습은 갓 물에서 나온 생선마냥
싱싱해 보였다.갑자기 그의 부인은 어떤 여자일까 궁금해졌다.
그 순간에 왜 그 생각이 났는지...
죄책감때문이었을까.
"나이보다 젊어보이는데요"
"아녜요. 그렇게 보일뿐이예요.주름이 많아요"
그렇게 허공에 날려버릴 속없는 이야기들만 주고 받은채
나의 기차시간에 맞춰 일어났다.
차안에서 그는 자기 회사의 이야기들을
했다.뭘 만드는 회사이며 공장은 구미에 있고,
본사는 서울에 있으며 한달에 두번 구미에 내려온다했다.
역이 가까워 오자 그는 내손을 잡았다.
얼굴이 화끈거렸다.가슴도 두근거리고..
얼른 손을 빼냈다.
"잘가요, 다음에 또 만날수 있겠죠?"
환하게 웃는 그의 모습에 빨려 들어갈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두번째 운명은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