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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다지


BY 마음 2001-12-03

단편소설-----강건너(1)

어쩌다가 이러한 소설을 쓰기 시작하게 되었는지...
여러분들이 어떠한 형태로던 제 글을 봐 주신다는 것이 저를 이렇게 만드나 봅니다.
격려, 조언, 그리고 따끔한 충고 모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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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을 깊이 파내는 데에는 굴삭기까지 동원이 되었다.
새장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묻어 줄 때처럼 그렇게 남편의 육신을 땅속에다 묻어 줄 때와는 달리 상여꾼들의 회다지에는 긴 시간을 들여서 다지고 또 다졌다.

어휴 저걸 어쩔꼬 저리도 꼭꼭 눌려 숨이 막혀 어쩔꼬
그네의 숨이 턱까지 차 올라 목구멍이 확확 달아 오른다.
휘휘 손을 내 저어 본다.

두어 걸음 뒷걸음질을 치다 기어이 엉덩방아를 찧는다.
누군가 그네의 팔을 잡아 이끌었지만 그네의 헛손질은 계속 되었다.
아이구,형님, 정신 놓으면 안됩니더. 네 형님!
와이카노, 언니야, 언니가 이카마 우짜노?
아지메요. 아지메요!!

그네의 얼굴에 차가운 물이 뿌려지고 상여꾼들까지 고개를 빼내고 돌아다 보고 있었다.
그네가 웃고 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무슨 쫗은 꿈을 꾸는 모양이다.
푸른색 순경복장을 한 잘생긴 남편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네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그 손을 잡아보려고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그네의 팔은 이미 다른 누군가가 잡고 있다.
누가 이리도 날 잡고 안 놔 주는 게야. 누가?
그네는 또 한번 두 팔을 그들에게서 빼내보려고 안간 힘을 쓴다.
그네의 팔이 축 늘어질 때 쯤에서야 겨울 하늘이 그네의 눈에 들어 온다.

우째 저렇게도 깨끗할꼬,
가을 하늘도 아닌데 우째 저리도 높을꼬
그네는 자신의 몸이 새털처럼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조금만 날개짓을 해보면 날 수도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네의 버선 발을 자신의 무릎에다 올려 놓고 조물거리며 좋아하던 남편의 얼굴이 왜 저 하늘가에 모아둔 흰구름떼 모양 피워오르는지...
그네는 금방이라도 그 구름에 쌓여서 자신도 그리 올라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어어어야. 낳아주고 길려주신...
어어어야. 부모은공 모르다가...
그네의 눈가로 한줄기 눈물이 순식간에 타고 내린다.
어어어야....이땅하고 이별하니 어어어야....


참말로 우습데이.
우째 이리 우습노.
이리 갈 거면서...
세상에 나와 그리 허무하게 갈거면서
자식 새끼 하나 못만들고 그리 바쁜 듯
갈거면서...

형수요. 그냥 잠깐이라도 눈 부치소.
시동생 목소리가 그네를 오히려 깨웠다.
그네가 다시 툴툴 털고 일어나 회다지꾼들 옆으로 간다.
어느 정도 봉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잔디를 심으면 이젠 완전한 묘 하나가 만들어 질 것이다.
그네는 봉분 주변을 천천히 돌아본다.
왜 이리도 조금할까?
당신 키가 요것 밖에 안되능교?
아무리 살이 빠졌다 해도 그래도 기본적으로 큰 사람이었는데...
그 속에 누우니 그렇게도 편안한교?
춥지는 않는교?
추워도 이젠 할 수 없구마.

거기가 이젠 당신 집이구마.
그런데 우째 이리 날씨가 좋은교?
눈이 다 부실 지경인 거 보니께 괜시리 화가 납니더.
이리 좋은 세상에 뭐가 그리 바빠서...
정신 없는 어머니 보기 싫어서 그리 서둘렸능교?
아니면 이생에서 못 얻은 자식 다음생에 라도 보고 싶어
그리 빨리 재촉을 했는교?
벌써 몇 바퀴째 그러고 돌고 있는지...그네의 발에 채여지는 것은
붉은 흙덩어리가 아니라 삶의 무게인 것만 같다.
그래서 이리도 버거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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