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바다 저편에 유유히 가로져어가는 배를 보노라면 사람들은 낭만을 느끼고 누군가와 함께인 이는 그 어깨에 무거운 머리를 기댄다. 마치 계산된 행동처럼 여유를 누린다. 하지만 그 배와 함께 한 어부는 자신의 땀으로 그물을 올려 생활을 힘겹게 이어나가는데 어느 누구하나 그 땀은, 그 힘겨움은 같이 느껴보려 하지 않는다.
5년전에 나 또한 그랬다. 남의 일은 눈감아 버리고, 아니면 눈뜬 장님처럼 무관심하게 지나치려 했다.
사는 것은 나의 몫 만으로도 힘겨웠기에 남의 것까지 느끼고 우울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
무척 싫어하는 나의 이름이다. 왠지 슬픈 일을 끌고 다닐것만 같았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누가 내 이름을 부르면 불안하고 슬펐다. 그래서 막 화를 냈다. 내 이름부르지 말라고...
흔히 말하는 있는집 자식으로 태어난 아버지는 있는집 자식대접을 받지 못하고 할아버지에게서 무일푼으로 쫓겨나셨다.
이유는 할아버지의 숨겨둔 여인을 머리를 쥐어뜯어 내쫓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술 좋아하고 여자좋아하는 할아버지 밑에서 머슴처럼 이십대 청춘을 바친 아버지의 몫은 이불보따리 몇개 뿐이었다.
동네 총각들 뿐만 아니라 이웃 동네 건장한 총각들이 그 모습을 한번
보기 위해 밤이슬을 밟으며 허름한 초가집을 대가집 기와집보다 더 드높게 보게 했던 미모에 여인이 우리 어머니였다.
그 총각들 틈에 낀 아버지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어머니는 그 집 대문 한번 보고 말 없이 시집갔다.
자기집처럼 보리밥은 안 먹겠구나 싶었다나...
언젠가 어머니가 저게 내 친정집이었단다... 하시며 보여주셨던 그 집은 꼭 우리 할아버지 집의 헛간 같았다.
그런 사연들을 뒤로한채 우리는 도시로 이사를 왔다. 아니 쫓겨나왔다. 남들이 유유히 낭만을 찾으며 바라봤을 통통배를 타고서 철없는 나와 동생들은 도시로 간다고, 친구들이 부러워할거라며 언젠가는 찾아와서 친구들에게 잘난체 해야 겠다고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