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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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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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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회]


BY byelover 2001-11-22

-기억9-
"남자와 여자"

그가 내민 손을 잡은 순간 영은은 결심했었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그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러나 그건 어쩌면 바보같은 오기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영은은 지금 그를 견디기 힘들다.
아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런 광경들을 그녀는
더이상 참아낼 자신이 없다.
자신이 이렇게 보고 있는데도 어떻게 저런 얼굴을 하고 있을까...?!
그는 자신의 노래를 듣고 취기에 추파를 던지는
여학생의 옆에 앉아 그녀의 얘기를 미소띤 얼굴로 듣고 있다.
영은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혜영이 영은의 부은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듯 한마디 던진다.
"언니!뭘 그래.펜서비스 차원이라고 생각해.
그런 얼굴 언니한테 안 어울린다."
영은이 일어섰다.
"혜영아!가자."
"언니 왜 그래?금방 들어와선..."
혜영은 지금 무대에 선 남자가 마음에 들었는지
볼멘 목소리를 했다.그러나 영은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그녀는 알았다며 옷가지를 챙겨 들고 미적미적 따라 나온다.
두사람이 일어서는것을 보고 있던 그가 여자의 귀에다 무어라
속삭이자 그녀는 곧 까르르 소스라치듯 웃었다.
그리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껴안기듯 그에게 쓰러졌다.
영은은 더이상 보고 있을수가 없어져서
이를 악물고 카페안을 빠져 나왔다.
뒤에서 혜영이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혜영의 뒤로 그의 모습도 보였다.
영은은 그와 마주치고 싶지 않아 혜영을 남겨둔채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나 달려온건지 알수 없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빠져 나가는것 같아 잠시 멈춰섰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영은은 한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다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이런식으로 사람을 기만했다.
영은은 자신이 왜 이런 삼류소설속의 여자중
하나가 되어야 하는지,
분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그에게 영은은 여자가 아니었다.
늘 보고 싶었다며 그녀를 찾아와서는 아무런 말없이
자리를 지키다 또 그렇게 아무말없이 가버렸다.
그래도 좋았다.
언제든 그를 볼수 있었고 그녀가 원하면 그가 노래하는곳에
가서 늦도록 그의 노래를 들었다.
하루만 그를 보지 못해도 영은은 그가 그리웠다.
진이는 그런 두사람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그리고 진이가 자신에게 무슨 말이라도 할것 같아 보이면
영은은 일부러 그녀를 피해 다녔다.
진이에게 미안했지만 영은은 그녀를 질투했다.
그와 함께 있는 장면이 자꾸만 상상이 되어 미칠것만 같았다.
진이를 원망할수도 없는 일이었지만 영은은 그를 만나는 동안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기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친구의 슬픔에는 눈감고 자신의 사랑만을 지키고 싶은 자신이
한없이 비열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어쩔수없었다.
영은에게 그는 마약과도 같았다.
이성적으로 설명하기엔 너무도 미묘한 감정이었으므로...
진이와 그,그리고 자신과의 관계는 시간이 흘러
모든게 자연히 치유되고 정리되어 잊혀지기만을 바랬다.
그에 대한 영은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지만
그와 영은의 거리는 늘 그대로였다.
그는 오히려 영은을 처음보다 어쩌면 더 멀리서
지켜보고 싶어하는것 같아 보이기도 했다.
간혹 영은을 보는 그의 눈동자가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는 늘 그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그녀도 처음엔 그런 그의 태도를 좋게만 받아들였다.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듯한 그의 배려에 감사하기까지하며...
인호가 자신에게 들려준 그에 대한 얘기가 궁금했었다.
그가 살기까지 했다는 여자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러나 의외로 영은이 묻기전에 그가 먼저 그녀에게 말했다.
늘 하듯이 피던 담배에 다시 불을 붙이며...
그것은 그의 묘한 버릇이었다.
담배에 불을 붙이던 그를 영은이 신기하게 바라보자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그는 말했다.
"왜...?이상해보이니...?"
"네.왜 새걸 피지 않으세요?"
"그러게...나쁜 버릇이야.끝까지 피면 몸엔 더 해롭대는데..."
"일부러 끝까지 피고 싶어서...?"
그는 영은의 물음에 알수없는 웃음을 보였다.
"아니.그건 아닌데...버릴수가 없어서...버릴수가 없어서 그래."
그녀는 그의 대답에 담긴 의미를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자신이 불을 붙여 핀 담배가 몇번 피지도 않고 버려지는게
뭐가 그리도 미안했던걸까...?
그런 그의 습관에 검소하다는 표현은 너무 어울리지 않았다.
"여자가 있었어."
그렇게 그는 과거형으로 말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의 입으로 듣는'여자'란 표현은
너무 가혹하게 느껴졌다.
영은은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할것 같아 그의 입만 쳐다보았다.
"네가 알고 있을것 같아서..."
그의 말은 '네가 몰랐다면 말하지 않았을거야'란 뜻 같았다.
"써클 동기여서 애들이 다 알거야."
그제서야 그가 말한 이유를 알것 같았다.
언제라도 알게 될 일이니 그는 미리 말해두는것 같았다.
그 여자에 대해서는 질투의 감정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다.
영은은 자신이 '동거'에 대해 그다지 큰 거부반응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오히려 놀라울뿐이었다.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개방적인 사고에,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그의 일에...
그녀는 오로지 그가 사랑했을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것만이 궁금했다.
그래서 물었다.
"어떤... 사람이었어요?"
영은의 담담한 표정에 그는 의아해하는것 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냥 여자야.여자..."
자신이 먼저 꺼내놓고 스스로 기분이 상한듯 그는 말을 끊는다.
더이상 그녀는 물어볼수가 없었다.
어떤 사람이길래 같이 살고 싶었냐고,
그런데,왜 헤어졌냐고...
어쩌면 자신이 묻기에는 많이 아플것같은 질문같기도 했다.
그나,자신이나 피차...
그와 여자는 헤어진것 같았다.
자신 때문이었을까...?
그는 어떤말도 더이상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은에게는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모든건 다 지나간 일들이다.
앞으로...앞으로의 그와 자신만을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움츠러 들었던 마음이 밝아졌다.
영은의 얼굴에 화사한 생기가 돌았다.
그제서야 사랑을 하는 여자의 얼굴이 되어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잠시였다.
카페로 어떤 여자가 찾아 왔다.
그를 기다리던 영은의 눈에도 한눈에 묘한 느낌이 전해졌다.
그와 여자는 눈이 마주치자 서로 웃음을 주고 받았다.
그는 영은을 미처 보지 못한것 같았다.
여자는 긴 생머리를 어깨까지 늘어뜨리고 있어 아주 앳되보였지만
여자의 말투나 분위기는 성숙했다.
무심코 자신을 보아주기만을 기다리던 영은은
생각지도 못했던 장면에 가슴이 내려 앉는것 같았다.
몇테이블 되지 않는 손님이었지만 어두운 카페안은 조금만 움직여도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분위기였다.
여자는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그를 힘껏 껴안았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감싸고 그에게 깊은 키스를 했다.
그는... 아무 저항도 하지 않았다.
몇몇 손님은 그 둘에게 휘파람을 불며 박수까지 쳤다.
영은은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광경을 도저히 믿을수가 없었다.
어떻게...어떻게...!
일어서서 그를 부르려하던 그녀는 자리에 도로 주저 앉았다.
고개를 들던 그는 그제서야 영은을 본것 같았다.
그와 영은의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