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에 겨울비님은 바람님 까지 동원하고 오셔서
옷들을 한거플 벗으셨던 나무님들의 마지막 옷까지 벗기셨네요!
이제 낙엽만이 밟히는 완연한 겨울에 문턱입니다.- 건강에 유의하세요!
************ 영우의 이야기 (하-3) ********************
그녀를 처음보았던 그날이 생생히 생각난다
저 현관을 나오던 그녀!
그녀의 그가 거짓말처럼 깨어나고 벌써 두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은 완연한 여름이라 아침부터 습기를 머금은 더위가 기승을
부려 출근하면서 가슴이 턱턱 막히고 있었지만
오늘은 그가 퇴원하는 날이였기에 부지런히 출근을 하려
병원의 현관 계단에 발을 내딛다가 문득
그녀를 처음보았을때가 기억되어 그자리에 서버리고 말았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그보다 더 하얀얼굴의 그녀가
잠시 내게 눈길도 않준체 스쳐지나간 것뿐인데도
첫눈에 반한다는 것이 어떤 감정인지 처음으로 알수있았던
그날이 지금도 바로 오늘일인듯 하다
그후에 다른남자에 부인 그것도 나의 환자의 부인으로
다시 그녀를 조우했지만 불길같이 일어나는 내감정은
애를 태우다 못해 재가 되어버렸고 혼자서 쌓아갔던
성들은 이제 허물어져 폐허가 되어버렸지만
난 이자리에서 다시금 그녀를 생각하고 혼자 상념에
빠져서 계단을 다 올라가지도 못한체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이 한없이 한심스러워 심호흡을 한번 크게 하고는
계단을 성큼성큼 뛰어 건너 병원안으로 들어섰다
"이제 거의 완치하신거나 마찬가지입니다만
교통사고로 인해 제일 위험한것은 후유증입니다
특히 정민철씨는 차에 받힌후 쓰러지시면서 뇌를
다치셔서 장기간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경우셨으니
더욱 지속적인 체크가 필요하다는거 잊지마시고
계속 통원치료 게을리하지 마십시요"
"감사합니다 다영이에게 말씀 많이 들었지만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했군요 하마터면 다영이도 못보고
저세상 갈사람 이렇게 건강한 몸으로 퇴원까지 시켜주시니
뭐라고 감사를 들려야 할지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감사는 부인께 드리십시요
저또한 부인에 의지가 아니었다면 의사로써의 사명감 운운하며
민철씨 아버님의 의지를 꺽지는 못했을겁니다
그렇다고 민철씨 아버님의 뜻을 오해는 하시지 않으시겠지요
다 며느님을 생각하시는 크신 생각에서 비롯되신거니까요"
"압니다 알고 말고요 저라도 아버지 경우에 그렇게 했을겁니다"
말끔히 면도하고 푸른 와이셔츠로 갈아입고 침대에 앉아 있는 그는
이곳이 병실만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나의 환자였다고는 생각도 할수 없을만큼 건강해보였다
그가 내가 다영을 사랑하는 감정을 눈치채고 있을까
나의 눈 깊은곳을 들여다보는것 같은 그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여 보이고는 병실을 나와 진료실로 돌아와
자리에 앉아 녹음이 짙푸러진 병원의 뒷뜰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니
노크소리와 함께 다영이 들어선다
나는 의외의 그녀의 방문에 조금은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환자보다도 하얗던 그녀의 얼굴이 발그레 홍조가 돌고
그녀의 남편 못지 않게 얼굴이 밝아지고 행복해보으며
또한 늘 하얀색 옷을 입던 그녀가 하늘색 여름 니트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색깔있는 옷을 입은것도 처음 보는것 같다
그들을 변화시킨것이 다름아닌 그들에 뜨겁고 식지 않는
그들만의 사랑이라고 생각하자 나도 모르게 부러움반 질투반에
얼굴이 굳어졌는지 그녀는 조심스레 문가에 서서 어쩔줄 모르고 있었다
"무슨일로?"
"인사 드리러 왔어요 그동안 너무나 많은 신세를 졌어요"
"신세는요 제가 의사로써 해야할 도리였는데요
다영씨 얼굴이 많이 밝아져서 보기 좋네요
이제 다영씨 건강도 돌보시고 남편분과 행복하게 사세요"
그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어
애써 미소지으면서도 이제 이얼굴을 자주 못보겠구나
그녀의 남편이 통원치료하러 올때나 볼수 있을까 생각하니
가슴 한구석에 자그마한 통증이 일어 파도친다
"선생님도 행복하세요!
수정이 아주 좋은여자예요 두분이서 행복하심..."
<행복하라고 당신 보기보다 잔인한 사람이네
내가 당신을 보지 않고도 행복할수 있을까
보면서 마음아파도 당신을 매일 볼수 있어 행복했는데
다영이 당신을 한번만 안아볼수 있다면 영원히 가슴에
당신을 뭍고도 행복할수 있을텐데...>
<죄송해요 저의 사랑은 둘일수가 없네요
반으로 쪼갤수 만있는거라면 전 기꺼이 반쪽을 당신께
드렸을꺼예요 하지만 제 사랑은 하나뿐이고 반으로 나누기에는
너무나 작아요 ...>
그녀가 고개를 깊이 숙이고 나가려고 한다
이제 나의 그녀가 간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그녀를 돌려세웠다
놀라움에 몸을 떨며 늑대에게 잡힌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다보는 그녀를 내품에 안고는
그녀의 귓가에 다급하게 속삭인다
"알아요 알아 잠시만 잠시만 이렇게 있어줘요
나를 불쌍하다 생각하고 동정이라도 좋으니
잠깐만 이렇게 안고있게 해줄래요 이대로 당신을
보내버리면 나는 평생 후회하게 될꺼예요 이후에
나를 미워해도 좋으니 지금은 잠시만 이대로 있게 해줘요"
반항도 못한체 그대로 굳어져 버린냥 서있는
그녀를 더욱 세게 꼬옥 안고는 터져나오는 눈물을
감추지도 못한체 나또한 그대로 그녀와 함께 굳어져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천천히 그녀의 두팔이 내 등뒤로 올라와
나의 등어리를 토닥여 준다 마치 어미가 새끼의 등을 토닥여주듯이
"선생님 지금 바깥에 비가 오네시네요
소나기! 선생님의 사랑이 저렇게 한여름의 소나기처럼
잠시 이땅에 머물다가 무지개 뒤로 가버리는 소나기처럼
그렇게 잠시만 선생님을 괴롭혔으면 해요 선생님이
오래동안 괴로워 하신다면 저또한 마음껏 행복하지 못할꺼예요"
"그래요 그럴께요 당신말대로 할께요
잠시 한여름 소나기 쏟아진후 언제 비오셨냐고 햇살 쏟아지는
날씨 처럼 당신을 잊을께요 이제 당신을 향한 마음 거두어들일께요
당신을 사랑했던 나의 마음에 한점 후회없기에 당신을 향한 마음도
거둬들이기 쉬울터이니 당신은 이제 당신의 사랑하는 사람곁으로가
마음껏 사랑하고 행복하길 바랄께요"
나는 천천히 그녀를 내품에서 떨어트려 작별을 고했다
그녀의 까만 두눈동자가 나를 쳐다본다
그녀의 작은 손하나가 내얼굴로 올라와 내눈가에 눈물을 딱아주곤
그녀의 얼굴이 내뺨에 다가와 살짝 그녀의 입술을 부딪고는
진심으로 내 행복을 바란다는 말을 남긴채
얼른 나의 진료실을 빠져나갔다
가슴 한구석이 뻥하니 뚫린체로 나는 허수아비처럼
텅비어버린 머리속을 가누지 못한체 의자에 주저 앉아 버렸다
이제는 정말로 그녈 나의 가슴속에서 떨쳐버려야 할것같다
그녀는 나에게 그녀의 사랑을 거두어 가버렸나보다
말끔하게 흔적없이 무엇인가가 나에게서 송두리채 빠져
나가버린 느낌! 이제 페허도 되지 못한 내사랑의 존재는
그깊이도 상실해버려 어둠보다 깊은 나의 마음속으로
그형체를 가두어버렸다!
병원앞 그녀가 떠난다
그녀가 그렇게도 사랑하는 그녀의 남자와
다정히 손잡고 배웅나온 남겨진 병원사람들에게
일일이 목례를 한다음 나에게도 똑같은 목례를 남긴다음
차에 올라 손을 흔들고 떠났다
윤간호사가 눈물을 훔치며 그동안 정들었던
그녀와의 이별에 대한 아쉬움이 그나마 그녀의 행복한
뒷모습에 위안이 된다며 김간호사에게 이야기하는 동안
하늘을 쳐다보니 소나기 쏟아진 다음에 잠깐 떠오른
무지개가 저하늘 끝에 걸리어 내눈속으로 쏟아져 들어오는걸
보고 있을때 누군가가 아는척을 해왔다!
"영우씨 무지개가 아름답죠 좀처럼 도시의 하늘아래서
보기 힘드는데"
"아니 수정씨?"
"다영이가 전화했어요 민철씨 퇴원 축하해주러 오라고
그리고 떠나며 영우씨 한테 저녁사달라고 하라며 절 떼놓고
가버린거 있죠 오라고 할땐 언제고 저 배고픈데 저녁 사주실래요"
뾰루퉁하게 말하는 수정의 얼굴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그녀에게 손을 내밀어 본다
"나 자격 없지만 기다려 줄래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수정씨가 원하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께요!"
"아니요 노력하실 필요 없어요
시간이 약이란건 제가 더 잘아니까요
기달릴께요 언제까지고 기다릴께요"
사랑은 사랑으로 잊으라고 했던가
나에 첫사랑은 마음속 깊이 뭍히겠지만 그렇다고
다시 시작할 사랑에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나의 내민 손을 잡아주는 수정의 손을 꼬옥 잡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