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눈을 떠보니 짙은 안개로 앞이 잘안보일정도 였어요
제마음도 안개속 같다는 생각을 했죠
사람마음은 참으로 오묘해서 자신이 자신을 모를때도 많으니까...
******** 다영의 이야기 (중-1) *************8
"뭘하고 있니 나의 마드모아젤"
그에게 전화가 왔다
이제 나에게는 하루에도 몇번씩 걸려오는
그에 전화를 받는것도 즐거운 일과가 되어있었고
그는 회사가 끝나면 즉시로 나에게 달려와
둘이서 이리 저리 파리의 밤거리를 헤메기도하고
수정까지 끼어서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며
춤을 추러가기도 했다
수정은 우리에게 더 없이 든든한 후원자요
민철씨 다음으로 이세상에서 나를 생각해주는 친구였다
그시절이 내가 살아온 인생중에 제일 빛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고 난 항상 불안한 마음이었다
내가 갖기에는 너무 큰 행복인것 같아서...
일주일에 두번 월요일 목요일에는 그에게 노란 장미꽃이 배달되어온다
그리고 비가오는 날이면 그는 나를 그에 집으로 불러
요리를 해주곤하는데
파리에 야경이 너무도 아름다운 그에 집은
벽난로에 장작불마큼이나 따듯하고 아늑했었다
우리는 리빙룸의 소파에 앉아, 때론 테라스에서
파리의 야경을 구경하면서 미래를 설계하기도 했었다
테라스에서 야경을 구경할때면 그는 와인을 한잔만 따라와서
나를 뒤에서 껴안고 와인잔을 내손에 같이 쥐고
야경을 바라보며 내귓가에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속삭여 주곤 했었다 그럴때면 나는 와인에 취하기보다
그이의 사랑의 말에 더욱 취해서 볼을 빨갛게 물들이곤했다
그가 때론 나에게 시도 읊어 주곤했는데
특히 그는 이정하의 사랑했던 날보다는 시를 즐겨 암송해주었다
왜 그렇게 그가 그시를 좋아했는지
이제는 그이유를 알고 있지만
그당시는 다만 그에 부드러운 저음이 좋아서 듣고 있었다
" 그대는 아는가,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아는가 그대, 이별을 두려워했더라면
애초에 사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을.
이별을 예감했기에 더욱 그대에게
열중할수 있었다는 것을.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그는 시를 아주 깊이 있게 읊어주고는
나를 돌려세워 내눈을 뚫어 져라 쳐다보며 말했었다
"다영아 내가 너를, 네가 나를 떠나게 되는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영원히 사랑한다걸 잊지마 난 너를 알기이전
부터 너를 사랑했고 너를 보지 않게 된다해도 쭉 사랑할꺼야"
그리곤 나를 세차게 안아주었다
나는 불길한 예감속에서도 행복했었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
만나지 1년째 되던 달임과 동시에 내 생일날이었다
그가 나를 데리러온다는 전화에
정성껏 화장을 하고 아파트 앞으로 나가니
하얀 리무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리무진 기사는 나에게 커다란 박스를 몇개
주었고 나이가 지긋한 그는 웃으며 나에게 집안에 들어가서
선물을 풀어보고 오라며 그가 들고 있던 핸드폰을 건내주었다
"여보세요 민철씨"
"다영이니 차가 도착했나보구나"
"네 그런데 이게 다뭐예요"
"하하하 집에 들어가서 풀어봐라
내가 대충 짐작으로 구입했는데 맞을지 모르겠다"
나는 전화를 끊고 전화기를 리무진 기사에게 다시 돌려준뒤
서둘러 아파트 안으로 들어섰고
수정은 다시 돌아온 나에게 어리둥절해하다가
내손에 들린 박스를 건네 받아 내방 침대에
가져다 놓으며 박스를 풀어보기를 재촉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샤넬에서 보내준 감사의 카드가 들어있는
맞춤드레스로 보이는 자주색 끈없는 드레스에 쇼올
그리고 다른 박스엔 드레스 색깔에 맞춘 자주색 샤넬 구두와 핸드백이
또 다른 박스엔 내 생일인 9월에 보석인 루비와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귀걸이, 목걸이, 팔찌가 들어있었다
나와 수정은 눈이 둥그래져서 아무말도 못한체 쳐다만
보고 있었고 수정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아직도 허둥거리는 나에게 옷을 입혀주었지만 난 차마 보석까진
할수가 없어 상자를 들고 수정의 부러움에 섞인 배웅을
받으며 리무진에 올랐다
리무진 안에도 내가 좋아하는 노란 장미로 치장되어 있었고
나는 내가 보았던 루아스의 성들의 옛귀부인이 된 기분으로
그에 아파트에 도착하여 보니 그가 까만 연미복 차림에
나를 마중하여 테라스쪽으로 안내하여 주었다
온통 노란 장미와 각종 꽃들도 채워진 그에 테라스에는
4중주의 현악기를 다루는 팀들이 연주를 하고 있었고
하얀 테이블보가 덮여진 식탁엔 촛불과 함께
너무도 멋진 식사가 준비되어있었다
" 어머나 민철씨 "
" 아무말도 하지마 내가 해줄수 있는건 다해주고 싶어 너에게"
그는 나에게 의자를 빼주면 앉기를 권해주었고
그제서야 내가 보석을 상자를 들고 있다는걸 알았는지
상자를 받아서 나에게 목걸이를 걸어주고 귀걸이와 팔찌를 채워주었다
그리고 품속에서 조그만 우단 상자를 꺼내
목걸이와 같은 세팅이 되어있는 반지를
내 손에 끼워주면서 말하였다 내가 그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
"결혼해줘 다영아
너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께
어떠한 일이있어도 너를 지켜줄께"
그말을 들으며 나는 울고 있었다
부모님과 할머니가 아시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하늘나라에서 지켜봐주세요
전 이사람과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허락해도 되는거죠 제가 가져도 되는 행복이죠
"네 그럴께요 당신과 결혼할께요
나도 당신 곁에서 당신만을 사랑하며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