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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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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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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BY 하늘 2001-11-26

정화와 몇일 묵은 호텔
슬슬 아이들이 얼굴이 떠오른다
참 이상하지...
나도 어쩔수 없는 엄마인가 보다
할머니에게 맡겼으니 어련히 알아서
핏줄 잘 챙겨줄까마는...
그래도 걱정되고 보고싶은건 할수없나보다

다음은 전화기에 손을 뻗었다
무슨정신에 그 번호를 다 눌렀는지 모르겠다
"엄마!"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아이 목소리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응 잘있지?" "엄마 어디야 ? 언제 올건데?"
선뜻 답을 못하겠다
"응...조금있다가" "엄마 마니 보고싶어~"
"그래..." "빨랑올거지?" "음... "

전화를 끊고서도 눈물은 주체할수 없다
내가 왜이러지 꼭 바보가 된거 같다
"애들보고파 우는거야?"
"울긴 뭘..." "괜챦아 억지로 감추려 하지마
눈물은 자연스런 거야 세상에서 핏줄만큼
강하게 땡기는것이 있겠니...울어머님도 첨엔
날 미워하셨지만 지금은 애들때문에 더 이뻐해주시는걸"
"그래? 많이 좋아져서 다행이다"
"음...그래 힘든날이 가면 기쁜날도 오는거겠지
다음아...이런말 안할라고 했는데..고만 돌아가지 않을래?"

의아한듯 다음이 바라보자 난처한듯한
정화의 표정이 보인다
"왜? 애들때문에? 그럼 올라가 나 개의치 말구~"
"그런게 아니라...사실은...니 신랑은 신신당부했는데 말야"
"음..." "여기 와있다"
"뭐?" "걱정할까봐 내가 전활했어 니신랑한테
사실은 너 첨온날 왔었는데 하도 부탁하는 바람에
내가 암말 않한거야 하지만 어쩐지...
그래선 안될거 같아서 말야
니기분 알지만 신랑 기분도...좀 측은해 보여서말야 "

다음은 암말도 할수없었다
날 기다려주었다고?
한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하다

정화는 억지로 다음을 신랑이 체크인한 방에
밀어넣었다
방문은 잠겨져 있지 않았다
여기저기 어지럽혀진 옷가지들하며
벗어놓은 양말
낯선것이 하나있다 어지럽혀져 있는 술병

환한 낮이건만 아직 잠을 잔다
다음은 창가로 가서 커튼을 쫙 거뒀다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와 어둠을 밝힌다
"으음..." 머리가 아픈지 관자놀이를 눌러댄다
"문도 안잠그고 뭐하는거야 여기서?"
다음의 목소릴 들어서일까 화들짝 놀란 그가
몸을 일으킨다

"어..당신!!!"
"얼른일어나여 지금이 몇신데 아직까지 자는거야
그리고 벗어놓은 옷가지들좀 봐여
여전하네 정리정돈 안하는건..."
다른때 같으면 분명 찡그렸을텐데
그의 입가에 웃음이 돈다

다음은 기가막혀 말이 막혀버린다
"뭐에여 남은 화나는데..."
"당신 잔소리 정말 그리웠다"
"모..."
"마니 힘들거 같아서...생각해보니 당신한테
별로 이렇다하게 쉴틈을 안준거 같아
늘 우리아이 동생네 아이 봐주느라
분주했고 집안일 하다보면 하루가 다 갔구
글타고 이렇게 표나는게 아니라
집에오면 나한테 면박받기 일수였고 말이지..."
"당신..."
"장모님 돌아가시기 전날이던가
장인어른이 그러시더라구 자넨 나처럼 살지 말게...
그말씀이 무슨말인지 잘 알지 못했어
사람은 늘 곁에 있는 사람이 항상 그자리에 있을땐
잘 알지 못하나봐...
나 역시도 그랬구 당신이 떠나고나서야
많이 당신 빈자리가 느껴지더라구
많이 힘들었겠구나 싶구...
그런데 돌아보니 난 별로 도와준게 없는거 같구...
미안해"

이렇게 혼자 아펐을 그를 생각하면
왠지 미안하다
나는 내가 혼자 힘들고 내가 혼자 마니 아프고
슬플거란 생각을 했다
이렇게 나를 기다려 주는 사람을 생각하지 못했었다
"장인어른이 지난번보다 많이 야위신거 같아
장모님이 안계신탓도 있겠지만
당신이...자주 들려서 돌봐드려"
다음은 두손을 얼굴에 가져가 대었다
쉴새없이 흐르는 눈물

이렇게 따스한 사람을
제대로 볼려는 노력을 나는 했던가
늘..언제나...불평과 불만안에서 나는 살아왔던듯 싶다
"미안..미안해 정말루..."
"아니야 이해해...당신 힘들었던거
그래서 연락 못했던거야 정리될때까지 기다려 줄려고"

이제서야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은거 같다
그토록 열심히 나를 통해 찾으려했던 해답들...
다음은 남편과 정화가 묵고있는 방을 찾았다
하지만 그곳에 정화는 없었고
대신 간단히 적힌 메모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