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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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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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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BY 하늘 2001-10-19

아니나 다를까 곧 전화기가 다음에게돌려졌다
당신이 받아 눈짓을 아무리 해도 신랑은 시큰둥 나몰라 한다
으이고...미워라
다음이가 수화기를 받아들었다
"여보세요~아가씨에여?" "언니 지웅이가 하는말이 무슨소리에요?"
다알면서 넉살을 부리네
"네 둘이 좀 싸웠어요 늘 그렇쟎아여..."
"언니 신경좀 써주세요"
신경...그렇게 걱정되믄 왜 맡긴거야
정말 한소리 하고픈것이 억지로 목에 감긴다
"네" "언니만 믿어요"
무엇을 믿는다는 소린가 정작 믿지도 못하면서

수화기를 내려놓음서 텔레비젼에 열중한채
나몰라라 하는 신랑이 다음은 한심하다
나만의 아이인가 나보담은 자기 조카인것을
왜 다 내가 해야하는것이란 말인가
"당신이 애들좀봐 아휴 힘들다"
"엄마가 봐야지 애들은"
엄마가? 육아는 무조건 엄마의 몫인가
"당신 정말 넘한다 육아는 부부공동의 것이야
누구것도 아닌..함께 사는거라고 모 착각하는거 아냐?"
"에이 다른집도 다 그렇쟎아"
또 이러네 다른집..."요즘은 안그런집이 더많아
당신이 늘 바뻐서 그렇지 쇼핑도 함께하고 애들하고도 함께 어울려주고 뭐든지 함께라고 ..."
"왜 남 이야길 하냐 울집은 안그렇쟎아"
"이제부터 함께하믄 되쟎아"
"당신이 더잘하쟎아 나보담은...그리고 난 일해야지"

결국 뭔가 아내란 자린 빨래하고 청소하고 애기보고
말이 좋아 아내이지 월급없는 파출부에 가정부 탁아모인가...
왜지 문득 이렇게 회의가 드는것은.....
오늘은 왠지 짜증나고 힘들기만 하다
"당분간만 그럼 해줘 아이들 넷 나 넘 힘드니까"
"그래 도와줄께"
아냐...그렇게 큰소리로 말해주고싶다
도와주는 개념이 되어선 안돼 당연한거야
나만의 아이가 아니쟎아 우리둘의 공통된아이라고
결국 그런것인가
밖에서 일하지 않음 모든것이 다 아내의 몫인걸까
그나마 일하는 사람도 남편의 협조가 없으면
고스란히 아내의 몫인것인가
뭔가 불합리하단 생각이 든다 이건...
나도 신랑만큼 배웠는데
나도 신랑만큼은 울집에서 귀하게 대접받고 컸는데...

다음날 다음이는 슈퍼에 다녀오면서
엄청 많이 생활전단지를 가져왔다
아이들과 놀아주던 신랑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야 그건?" "어..나도 일할거야"
더 커진 신랑의 눈동자"뭐?"
"뭘 그렇게 놀래 일할거라고 일하고 싶어"
"집은 애들은?" "집? 나 없어도 집 안가져가
경비아저씨가 알아서 지켜주실것이고
아이들은 엄마한테 맡기던지 아님 어머님한테 맡기던지
아님 맡길곳을 찾아봐야지"
"왜그래?" "왜라니...애들도 저정도면
좀 큰편이고 집에서 이러고 있느니 나도 나가 일하믄
좋지 뭘그래 요즘남자들 맞벌이 무지 좋아한담서"
"농담이겠지" 다음은 남편의 얼굴을 뻔히 바라봤다
"농담? 내가 그렇게 심심해보여?"
정말이구나! 그제사 신랑이 눈치를 챘는가보다
아주 심각한 어조로 신랑이 말을 건넨다

"그만둬라 다음아"
"왜?" "애들 잘키우는것도 돈버는거야
밖에서 돈버는것만 돈버는거니 그리고 엄마가 애들을 키워야지
그래야 올바로 자랄수있어"
"당신은 정말 이기주의군 왜 당신 동생 일하는거 보고는
그래 여자도 할수있음 해야지 하면서 나는 안되는거래?
그건 당신의 이기심아닌가 오히려 협조해주고
응원해줘야 하는거 아냐 부부라면은" "......"
"나 맨날 이렇게 당신 동생 뒷바라지 해줘야하는거야
출장가믄 애 다봐주고 그래서 몸살나도 좋은소리 한번
못들어봤어 그렇게 살았다고 시러 이런내자신...
나도 좀 일도 해보고 사회생활도 해보고 바람도 쐬고
좀 그렇게 사람사는것처럼 살고싶어 맨날 집에서 설겆이통에
손담그고 아이 남편 그것만 의존하고 사는 삶이 아닌
이해해 줄수없어 이해해줘 나도 해보고 싶단말야!"
"그래 맘대로해 대신 나가는날 끝장인줄알아"

꽝 현관문 닫고 나가는 신랑 소리가 들린다
무너지듯 다음이 쇼파위에 주저 앉았다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언제나 나를 위해주고 그리고 사랑해줄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 그는 이전에 내가 알던 그사람이 아닌거 같다
결혼은 현실이다
결혼은 사랑만 가지곤 살수없어...
수차례 날 향해 들려오던 소리들
그소리들이 인제사 크게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런거 였나...
이래서였나...
골치가 아퍼온다 다음은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