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화를 돌려보내고 다음인 벌개진 눈을 들여다 보았다
우쒸 나쁜사람들 같으니라고...
아직도 그런사람들이 있다니
정말 달려가서 한대 쥐박아주고픈 그런 심정이다
저녁을 먹음서 흘끗 다음은 딸을 바라보았다
왜지 내딸에게 문득 내가 미안해 지는 이유가...
이다음 혹시나 내딸이 엄마 날 왜 남자로 낳지 여자로 낳았어
이런말 하지 않을까...
"당신 모해?"
신랑이 쿡쿡 찔른다
"무슨일 있어 왜그래 자꾸...당신답쟎게 심각해져서는"
"나..나말야 울딸 시집 안보낼래"
"뭐" 기막힌다는 신랑의 표정이들어온다
하긴 왠뚱딴지 같은말이냐고 할만하다 아직 딸은 어리니까
"낮에 친구를 만났었어 그애 이야기가..."
다음의 말을 들은 신랑역시도 화를 낸다
"정말 나쁜..."
"그렇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난 울딸 넘 이쁘기만해
물론 가끔 말썽피고 고집부릴땐 밉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열달동안 내뱃속에서 길르고
아프게 고생고생 낳아 기른 눈에 넣어도 안아픈 그런 귀한딸인데 말야 이다음 우리딸도 만약 그런데 시집가믄..."
"고만해. 넘 비약하지마 이애들이 살아갈 시대는 그런시대 아닐거라고 지금도 많이 좋아지고 있고 그리고 여자들 목소리도 이젠
커지고 있쟎아 당신이 괜한 걱정을 하는거라고"
"괜한걱정...나도 그랬음 좋겠다 정말 정말루..."
"나도 남자지만 그런남자 정말 맘에 안든다. 그리고 만약 그런사위라면 나도 울딸 안줄거야"
"그렇지. 남존여비사상이 하지만 아직은 넘 뿌리깊어
아직도 수많은 여자애들은 수술대위에서 죽어가쟎아
단지 여자란 이유로 말이지..."
다음의 신랑은 담배를 꺼내 문다
"켁켁..아빠 매워요"
정신이 든듯 얼른 베란다로 나간다
딸의 말이라면 정신없이 들어주는 아빠
다음의 신랑역시도 그런 사람이다
"아들은 말야...든든한 맛이고 딸은 키우는 맛이지
애교가 살살 녹지 정말 이맛에 집에오고 싶어진다니까"
항상 신랑은 그런말을 한다
그래선지 딸을 더 이뻐한다
다음이나 신랑이나 한번도 이다음을 생각해 보진 않았다
딸은 키워 남의집으로 가야하는존재...
어쩐지 그런생각은 서글퍼진다
나도 그랬지만 아마 언젠가 딸도 시집을 가믄 그럴까
오늘은 왠일인지 친정엄마 생각이 난다
부지런히 다이얼을 돌렸다
"뭔일이라니?" 걱정스런 목소리
문득 목이 메여 온다
"엄마 무슨일은 무슨...일있어야 전화하는거유 그냥...했다니까"
"괜챦은거지?" 거듭 거듭 확인을 하듯
엄마는 몇번이고 되묻는다
알수있을거 같다 이제서야...비로소 보이고 느끼고 들리고
자식을 키워야 비로소 사람은 철이 드는걸까
"엄마 그냥 보고싶어서"
"다큰애가 무슨 어리광은...다들 잘 있지?"
"그럼.." "그럼 됐다" "엄마 엄마는 안섭섭했어여? 나 시집보내놓고..." "새삼스럽게 무슨...안섭섭할리가 있니
여러달 배안에 담고 배아퍼 낳아 힘들게 기른딸인데
너라면 안그럴수 있겠어?"
"ㅎㅎㅎ..그래 엄마 그렇지...미안해여"
"잘살거라 쌈하지 말고 그러면 되는게야"
"알았어요 잘살께"
왜 진작 나는 몰랐던걸까 좀더 잘하고 좀더 생각해 드리지 못했던걸까 늘 그랬다 엄마는...
당신 자신보다 나의 염려 나의걱정. 늘 좋은것은 마다하고
나의앞에 미뤄주시고 그런데도 나는...정작 나는
당연스럽게 받고 가지면서도 그맘조차 헤아려 드리지 못했다
"장모님이셔?"
"응..으응.." 암말없이 신랑이 손을 어깨위에 올려놓는다
말하지 않아도 부부란 이런걸까
따스함이 가슴한켠으로 다가온다
"잘 계시지?" "응. 그래"
"엄마 보고싶다고 운거야 어린애들처럼?"
피식 신랑이 웃는다
"그래여 나 아직 덜커서 그래 엄마젖 못먹은 생각이 나서
그리워서 그래"
"ㅎㅎㅎ 오늘은 정말 당신답지 않네"
나다운것..그것은 과연 어떤것일까
나 역시도 하나둘 나일 먹어가는것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는건...
어쩌면 이제사 어른이 되어가는 중인지도 모른다
내가 이랬듯 나의 부모님역시도
나에게 하나 기대나 어떤 그런거없이
당신들것을 나눠주시고 그랬을것이다
단지 내가 내자식들에게
건강하게 그리고 밝게 세상을 잘 살길 바라듯이 말이다
이다음 나의 아이들 역시도 이런내맘 알아줄려나
그리고 기억해 줄까
이런 엄마 모습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