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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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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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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BY 하늘 2001-10-15

따르릉...
전화벨이 울린다
"여보세요" "다음아 잘 들어갔니?"
"어..너..괜챦아? 신랑한테 한소리 안먹었니?"
"아휴 말도 마라 무지 혼났다 그날 내가 실수는 안했니?"
"실수는 무슨..그리고 친구사이에 좀 하면 어떠니"
"그럼 고맙고^ ^"
"나도 그랬어 대체 내가 무슨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암튼 기억이 안나서 신랑 눈치봤지 모야"
"ㅎㅎㅎ 그랬구나 그래도 니네 신랑 놀랐겠다
괜히 잘사는 너 데리고 바람 넣었다고 나 혼나지 않을려나"
"ㅎㅎㅎ 글쎄 그럴지도 몰라 암튼 덕분에 나 생전처음
울신랑한테 북어국도 얻어먹어봤다"
"정말? 재주도 좋다 니네 신랑 어찌 그런걸 다 끓인다니?"
"나도 놀랐어 근데 알고보니 즉석북어국이지 뭐니"
"ㅎㅎㅎ 그거라도 어디야 난 울애들아빠한테 파는 미역국이라도
한사발 얻어먹음 좋겠당"
"ㅎㅎㅎ 너보단 내가 나은거구나"
일상의 수다가 이어진다
늘 그렇지만 삼십분은 기본
아마도 지금 울집으로 전화넣는 사람들은 짜증이 날것이다

"너..혹시 무슨일 있는거 아니니?"다음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아니 일은 무슨...나야 모 편하지"
"그래? 그럼 다행이고^ ^"
"실은 너 정화알지?" "정화? 김정화?"
놀라 두눈이 크게 떠진다
"응 얼마전에 만났어 그래서 니소식 묻길래..."
"어머 왠일이니 잘산대? 지금 뭐하니? 아줌마 다 됐을까
어디 산다니 세상에..."
"그게..." "왜 무슨일이라도 있는거야?"
"자세한건 만나서 하자 지금 시간있어?"
"그럼 시간이야 모 만들면 되지"
"내가 그리로 갈까?"
"그래 그래 것도 좋구..."
"그래 그럼 내가 지금 그리로 갈께"

전화를 끊자마자 다음은 감회에 젖는다
정화는 다음이가 참 좋아했던 친구다
처음엔 사귀기가 넘 힘들었다 부자집애였고
늘 말이없이 책읽기에 바뻤다
특별히 이렇다하게 그래선지 친구도 없었다
차분하고 조용하고 암튼 집에서도 무지 귀하게
크는 그런 아이였다
오랫동안 그이름을 뇌리에서 잊고 살았었다
그러다 문득 들으니 무자게 반갑다
다음은 청소기를 들었다 전화받는사이
아이들이 금새 여기저기 어지럽혔다
"에구 정말 내가 몬산다..."
투덜투덜 다음은 또 열심히 치우기 시작한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뛰어다닌다
"에휴...정말 졌다 나도 몰라"
급기야는 포기다 에이..그래 편하게 살자
치워도 그게 그건데...

초인종이 울린다
기집애 빨리도 왔군...현관문을 열었다
"어!!!" "다음아~"
"어머 너..정화니...세상에 정말 정화맞아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데 어머...그래도 니얼굴 알아보겠다"
"너두 그래"
"언제까지 손님을 밖에 세워둘 참이야?"
친구의 넉살에 다음은 문을 활짝 열었다
"어머 내정신좀 봐 들어오렴 ..."
한발짝 그녀가 들어온다
한눈에 봐두 나 잘산다 표가 팍팍 난다
하긴 그애 부모들이 알아서 얼마나 뒷바라지를 잘했을라고
"흉보지 마라 나 이렇게 살아"
"ㅎㅎㅎ 흉보긴 다 그렇지 모 누군 모 별다르게 사니"
"ㅎㅎㅎ 그런가 하긴 다 거기서 거긴가"
"너는 그래도 행복해 보이네 신랑이니?"
"응?"정화의 눈길을 따라가자 신랑하고 찍었던 사진에
눈이간다 "어..그래 내 낭군님이시다"
"좋은분 같다" "좋긴모...그저 그렇지"
"아이들이니?" 방안에서 살짝 얼굴을 내민 아이들을 보며 정화가 묻는다"응 그래 나의 왠수들이다 사랑스러운..."
"왠수 ㅎㅎㅎ" "아휴 말도마 요즘은 정말 무자식이 상팔자란말
뼈저리게 느끼고 산다. 없음 또 보고싶은데 있음 또 귀챦지 뭐할래
커피? 마침 원두내린게 있는데 함 마셔볼래?"
"그래 고마워"

다음이 주방으로 들어섰다
맨날 보던 집안의 구석구석이 왠지 오늘따라 더
작고 초라해 보이는 느낌은 왜지
다음은 찬장을 열어 이쁜 커피잔을 찾아 커피를 따랐다
"마셔" "고맙다" "근데 대체 어찌된거니 니들 정말 어디서 만난거야?" "우연히 였어 정말로 백화점에 장을 볼려고 갔는데
낯익은 뒷모습이 있는거야 가보니 정화드라"
"그랬구나 정화 넌 여전히 이쁘다"
"이쁘긴 나도 인제 나일 속이기 힘들다
눈가랑 목의 주름은 정말 어쩌질 못하겠는걸
그리고 허리의 군살도"
다음이 정화를 훑었다
"뭘 그정도면 아직 훌륭한데"
"그리 봐주니 고맙다"
"난 매일 울신랑한테 구박듣고 산다 내가 뭘 먹으면
살찐다고 구박하고..노이로제 걸릴지경이라니까"
"마자 울신랑도 그런걸 아이들 밥남기면 정말로 아깝쟎아
그리고 과자도 그렇고"
"그래 정말. 그넘의 디지몬이 뭔지 껌도 걸로만 살려고하고
빵도...먹기나 함 말이나 않지. 말마라 이불 벼개. 그 그림이 없음
싫단다" "우리 어릴적보다는 정말 애들이 물질이 풍부하니까
부족한걸 모르는거 같다"
"그래 정말...우리 어릴적엔 제사때가 가장 기다려졌지
제사지내고 주워먹던 약과랑 과자들
지금애들은 거 안먹을걸"
"그래 우리도 다 버린다"
"다들 그렇구나 정말 사는모습은 다 거기서 거긴가보다"

"정화 니 이야기좀 해봐라 어디서 사니
아이들은 몇이야 신랑은 모해?"
"야 하나씩해라 정화 정신없겠다"
"그런가? ㅎㅎㅎ" "후후..난 모 이렇다 하게 말할건 없어
아이들은 나도 둘이야 아들만 둘이지"
"그렇구나 너도...넌 왠지 결혼안하고 멋지게 살거 같았는데"
"그랬니 나도 내가 지금 이런모습으로 살리라곤 정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냥 운명이랄수밖에..."
"근데 넘들은 하나도 낳기 힘들다는 아들만
어찌 둘을 두었누 혹시 비법이라도 있는겨?"
"비법..글쎄...많이 힘들었어 힘들게 낳았구"
"얘는 누구는 안힘들게 낳니 다 물어봐라 아기낳을때
다 죽을뻔했다고 하지 쉽게 순풍순풍 낳았다고 하나
열에 아홉은 아마도 같을거야"
"난 그런게 아니고..."정화의 표정에 어둠이 스쳐간다

"처음 임신이 되었지 너무 떨렸고 그리고 기뻤어
내안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거
믿기지 않을만큼 신기하고 놀라웠다 남편이랑 시댁어른
모두 좋아하셨어" "첫아기는 다그렇지"
"근데 딸이더라구" "모?"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들만 둘인애가
어찌 딸일수 있는가
"의사가 잠시 착각을 한 모양이다 그치
그래 그런경우 있다더라"
"아니 진짜루...어머님이 그러시더라구
손이 귀한 집안인데 딸은 안된다고 그래서..."
"그래서...지운거야?" "응." "저런..." "세상에 어쩜"
"난 내가 여자란 사실을 한번도 후회하거나 원망해 본적이 없었어
그때까지는...그런데 딸은 환영받지 못할 존재인가봐
그때 알았지. 많은 죄의식과 함께 살아야 했어
어머님은 그때부터 아들낳는 비법을 찾아 가지고 오시곤 했어
우리 친정엄마도 아들 몇낳은 사람의 속옷이라더라
이걸 입고 자라 하시면서..." "정말 너무한다"
"난 내가 사람이기보다는 하나의 뭐랄까
자손을 이어야만 인정되고 유지되는 그런 존재인걸 아프게
알아야 했지 그들에게 있어 나는..그래야만 되는 사명을 띤
사람인걸" "정화야 세상에...그게 말이되니 지금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세상에 어쩜..."
"그게 현실이더라 아프지만 인정할수없는..."

뭐라 말할까 맘이 아프다
여자들만이 이해하고 그리고 공감할수있는 이야기다
나도 딸이다 엄연히 여자다
하지만 이시대.이사회는 여자란 그저 남자들을 위한
보조존재다 아프지만 사실이고 그리고 인정해야하는
그런 현실이다
"힘들었겠다 정말" "그래 그래도 지금은 괜챦아
아들을 둘이나 두었쟎니" 위로랍시고 건넨 말에 정화가 피식 웃는다
"그래 이젠 둘이지 첫아들 낳았을때 생각난다
울어머님 막 달려오시더라 처음으로 아가 수고했다 고맙다
그러시더라 나 시집가서 아무리 잘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말씀 한마디 않으시던분이...처음으로 생전 첨으로
내앞에서 눈물 보이시면서 그러시는데 그때알았어
어머님도 눈물을 흘리실줄 아는 그런 평범한 분이시란걸..."
"에고..." "내평생 정말 그런말 들으리란걸 포기했었다
다 내 운명이고 팔자려니...그렇게 생각했었구
누군들 다르게 살까 이렇게 사는데...내가 모 특별하다고"
"정화야...왜 연락않했니? 진즉 알았다면 너 힘들때
곁에 있어줬을건데" "연락하기 부끄러웠어 넘들 다 낳는
아들 하나 못낳는 내가...자격지심이었지만 그랬다
그때는...한없이 부끄럽고 모자란 내가 친구한테 연락한다는게
왠지 자존심 상했구...미안..."
"아니야..." 말안해도 알수있다
그건 비단 정화뿐만이 아닌 대한민국 며느리라면
한번씩은 다 부딪혔을 그런 이야기이기때문이다
굳이 그다음을 잇지 않아도 정화가 흘렸을 수많은 눈물
아픔.고통을 이해할것만 같다
다음도 눈물이 난다 여자로 태어난죄...
늘 엄마가 말씀하셨던...
정화는 정화대로 친구는 친구대로 그리고 다음인 다음인대로
충분히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