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아휴 머리야..
깨질듯한 두통에 다음은 눈살을 찌푸렸다
"엄마...인제 일어나여"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이 달려와 몸을 흔든다
"얘들아 엄마 자게 냅둬라"
신랑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괜챦아?" "머리가 아파 죽겠어"
"당연하지 어제 많이 취했던데 속도 많이 쓰릴걸"
"아휴 이런술을 대체 왜들 마시는거야"
"ㅎㅎㅎ 일어나 아침먹자"
맘같아선 침대에 더 누워있고 싶다
하지만 다음은 얼른 누르고 일어나
관자놀이를 누르며 주방으로 갔다
어느틈에 차려진 식탁
"와..북어국이네"
"특별히 만든거야"
"와...정말?" 다음은 한수저 떠서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는데..."
"그럼 누가한건데" "흠..진즉에 이렇게 잘하는줄 알았으면
종종 해주십사 부탁을 드렸을건데"
"엄마 사실은 이거 파는거야"
"어..너!" "즉석북어국이야 엄마"
"ㅎㅎㅎ" 그러면 그렇지...
그래도 이게 어딘가 누군가 날위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다는것도 역시 기분좋은일이다
"고마워여" "고맙긴...오늘 이거 끓이면서
당신 기분이 되어볼라고 애썼어
자주는 못그럴테지만 그래도 일찍 다니도록 노력해볼께"
다음의 눈이 놀라서 크게 떠졌다
"오늘 이상하다 정말 무슨날인가?"
아무리 머릴 굴려도 또렷이 생각나질 않는다
내생일도 아니고...
"어제 당신이야기 듣고 나도 반성 많이 했어
용서해줄거지?"
어제?...아뿔싸...어제 대체 내가 무슨 이야길 한거지
다음은 신랑의 눈치보기에 바쁘다
"모 실수 한거라도?"
"했지 것도 아주 많이..."
"미..미안해여"
"안했어. 다만 당신이 좀 용기가 생겨서
아주 씩씩했었다는거야 하지만 넘 자주는 그렇게 변하지마
무서우니까 ㅎㅎㅎ"
비로소 다음의 얼굴에 안도감이 퍼진다
"당신 힘들지 하지만...넘 그렇게 당신 자신을
움츠리려고 하지는 마. 내친구 와이프들을 보더라두
넘 자신에게 투자를 안하는 건 좋아보이지 않아
사람이 산다는건 얼마를 살겠어 백년 아니 천년
고작 몇십년인거야 너무 그렇게 참고살면 병난다
난말야 그런거 고마워 안할거야 하고싶으면해
넘 자주는 말고 알았지"
다음은 대답대신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끔은 술마시는것도 좋을거 같아 속마음도 알수있으니
좋쟎아..."
세상 많은 오해들이 어쩌면 말을 하지 않는데서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사람들은 말을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돈이 드는것도 아닌데
나는 이렇다고 그러니 받아들여 달라고
그리고 이런 내 모습조차 사랑해 달라고
왜 좀더 당당히 요구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럼 상배방도 좀더 쉽게 다가올텐데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쩜...
그런 자신을 상대방이 거부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과 그리고 무서움에서 비롯되는것이 아닐까 싶다
어제일로 그래도 남편은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한거 같다
지금 이모습이 사실상 다음에겐 낯선남편의 모습이지만
이모습또한 남편이 가지고 있는 모습중의 하나이리라
레테르란 얼마나 무서운가
그사람은 어떤 사람이야 이런 단정이 들어가면
나의 뇌는 그것을 입력받아 그를 그런사람으로만 받아들인다
그의 다른 측면.그가 가진 모습들은 볼려고 알려고도 않은채...
다음은 신랑을 바라보았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알게모르게 쌓인 섭섭함 미움 원망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새로운 눈으로 그를 보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