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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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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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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하늘 2001-10-13

흘긋 신랑을 보라보았다
여전히 화난얼굴
은근히 다음이도 화가 난다 따지고 보면
이런일은 그리 흔한일이 아니었다
어쩌다 한번...

하지만 남자들을 보라 허구헌날
모임이다 회식이다 계다 뭉치면 마시고
마시면 취하고 한시 두시...
때론 밤을 세는것 역시 예사일 아니던가
왜 나만 미안해야 하는거야
내가 모르는 또하나의 내가 고개를 든다
다음은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당신 대체 뭐하는 사람이야?"
다음은 남편의 얼굴을 어리둥절해 쳐다보았다
뭐하는 사람?
이사람이 정말 몰라서 이런말을 하는것일까 아님 다른의도?
"미안해"
"미안하면 다야! 지금이 몇신데 가정주부가 이시간에 술마시고
잘한다 정말"
"가정주부는...이시간에 술마시면 안돼?"
기가막힌 남편의 표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고 있어?"
"당신은...당신은 늘 마시면서 왜 난 마시면 안되는거야
당신은 회식이네 모임이네 하면서 늘 가면서
왜난 어쩌다 가는것도 이렇게 혼나야 하는거냐구"
"건 다르쟎아"
"다르긴 모가 달라 대체 뭐가 다르단거야? 나도 가끔은 술마시고 싶고 바람도 쐬고 싶고 그리고 놀러도 가고싶어
언제 한번 당신이 알아서 그래준적 있어
결혼하고 나선 쭈욱...난 항상 이집안에 살았어"
"그게 뭐 어떻단 거야 다른여자도 다 그러고 살아"
"다른여자? 다른여자소리 하지마 그딴거 나 몰라
나는 나야. 당신도 다른남편들과 비교하는거 넘 싫어하면서
왜 항상 나한텐 다른 아내들과 비교하는거야
당신이 싫은것은 나도 싫은데...나도 그런거 정말 싫어"
"취했다 오늘은 그만 가서 자...내일 이야기하자"

늘 이런식이다. 궁핍할때 신랑은 늘 다음으로 미룬다
그리고 그 다음이란 항상 돌아오지 않았다
"항상..항상 이런식이였어 당신은..
다음에 이야기하자 그러곤 늘 잊어먹쟎아
대체 당신 아내가 무슨생각을 하는지
어떤 기분인지 관심이라도 있는거야?"
"휘유..."가느다란 한숨이 이어진다
"다음아 나 피곤해 그러니까 제발..."
"피곤?그래 피곤하지 하지만 나역시도 피곤해
당신이 처자식 먹여 살린다는 이유로 일할때
나역시도 집안에서 아이랑 씨름하고
집안일 한단말야 왜 여자들의 노동이란 인정해 주지 않는거야"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평소라면 하지 못한채 입을 꼭
닫았을말들이 술술 이렇게 잘도 흘러나오는것은
술때문일까...술의 힘이 나를 이렇게 강하게 해주는걸까
"너 정말 오늘 왜이러니? "
"말해봐 가정주부란 그저 집에서 밥이나 하고 빨래나 하고
아이나 키우면 되는 사람이야? 굳이 밖에서 일을 해야만
그래야 할 명분이 서는거냐구"
"그래 내가 잘못했다 됐지?"
"그런말 듣고싶지 않아. 그냥 들어주면 안돼?
아주 가끔은....싫어도 별루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더라두
그냥 곁에서 가만히 내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면 안되느냐구"

가만히 남편이 다음의 얼굴을 응시했다
"그래 이제 말해봐"
"가끔은 나...정말 하루라도 자유로이
나로 돌아가고 싶을때가 있어 아마도 당신은 이해 못할테지만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가 아닌..그냥 그대로의 나
맘껏 시내를 쏘다니고 활보하고 싶고
걷다가 맘에 드는 까페라도 보면 불쑥 들어가
친구와 수다도 떨고 싶고..."
"그러면 되쟎아"
"휴우...당신은 이해 못하는구나
어린 아이들은 엄마손을 많이 필요로해
그아이들 데리고 내가 갈곳이란 그렇게 많지 않아
대부분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꺼리지
커피숍이든 음식점이든 말야
우리 주부들이 다닐데란 한정되어 있어
또 아이들이란 가만히 있지 않아 늘 움직이고 돌아다녀
그러니 자연히 아이들에게 신경이 곤두 세워지고
거기서 무슨 낭만을 찾고 음악을 즐기겠어
당신이라면...그것이 가능해?"

"......"
"늘 당신은 바뻤쟎아 당신일이 있으니까
어느면에선 그래도 당신이 고마웠어
힘들게 벌어서 돈들고 올때면 고맙고 미안하고
그래서 더 함부로 당신돈 못썼던거야"
"......"
"거리를 지나는 여자들 보면 하나같이 이쁘고 보기좋지
가꾸고 꾸미고...그러다 집에와보면 푹퍼진 마누라
그리고 빽빽되는 아이들
당신역시도 잼없겠지만
여잔 그래... 나두 이쁜옷 입고 좋은데 가서 머리도 하고
멋내며 살고싶지
하지만 그럼...분명 어떻게 될까
우린 아마 파산할걸 후후..."

"다음아..."
"어리석지 당신 와이프...나도 이런 내자신이 참 초라하고
참 한심해 보일때 많아
엄마모습이 그렇게 좋아보이진 않았었어
늘 양보하고 희생하고 헌신하고
나는..적어도 엄마처럼은 살지 말아야지 늘 그렇게 생각했는데
여자란것은...별수없는건가봐 정말루..."
한줄기 눈물이 볼위로 흘러내린다
"후후...나역시도 넘 배부른소릴 하는건가
오늘 친구를 만났는데 그애역시도 고민을 했어
암생각없이 살아오던 나였는데...
오늘은 내가 정말 왜이러는지 모르겠다"
"미안해...당신한테...나도 화가났어 어디갔는디
연락도 안되고...궁금하고 걱정되고 그래서 화가 났나봐"
"난 자주 그러는데...당신이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스트레스풀때
시계보면서 당신 언제 들어오나 기달리고 그리고 혹시나
오다가 무슨일 생긴건 아닌지 술마시고 혹시나 운전하는건 아닌지
그래서 사고나 나지 않을런지 걱정되고 궁금해. 그래서 전화를 하면
당신 핸드폰은 늘 꺼져있고...곤두레 만두레 취해온날은
술냄새 펑펑 나서 몸도 못가누는 당신안고
옷갈아입히고 힘겹게 침대로 끌고가 눕히고
다음날 속아파하는 당신보면서 해장국 끓이고
난 이제껏 그렇게 살아왔어...당신 그거 알아?
고작 하룬데...당신은 그것도 못참는단 말이지 아휴 정말 너무하네......

한참을 중얼거리다 다음은 슬슬
밀려오는 졸음속으로 빠져버렸다
취기가 밀려오는가보다
친구때문에 긴장했던 정신력도
집에오자 안심이 되는지 확 풀리고
그덕에 술이 갑자기 또 오르는가 보다

착잡한 그녀의 신랑만이
담배를 물고 위로 위로
솟구치는 담배연기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