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남편이 출근하자.. 집을 대충 치웠다...
"어머님..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어딜?"
"저.. 병원에 좀..."
"무슨 병원? 너 어디 아프냐? 하긴 심보를 그렇게 사납게 쓰니 어디 몸이 성하기나 하겠어? 그래.. 무슨 병원 가는데?"
"저.. 산 부 인 과..."
"뭐? 너는 니 동서가 애 뱄다는 얘기 들으니까.. 그 새 또 심술이 나서.. 병원에 가보겠다는 거냐? 언제 한번 가볼려나.. 그렇게 기다려도 안 가더니.. 못된 짓도 가지가지다...원... 얘.. 산부인과라면 관둬라.. 죽은 나무에 꽃 피는 거 봤니? 넌 이제 글러 먹었다.. 그리고 니가 낳은 애.. 나는 하나도 달갑지 않어.. 애미 피가 저까짓거.. 앤들 옳은 것이 나올까? 그건 관두고.. 니네 동서 밥 하기도 어려운데 장이나 봐서 밑반찬이나 만들거라.."
문주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시장...
시장...
시장앞에.. 산부인과가 눈에 들어왔다..
문 밖으로 얼핏보니.. 사람이 없어보인다..
주위의 눈치를 살펴 산부인과 안으로 들어갔다..
"김수정씨!"
간호사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하혈이 자주 있어서요.."
"어디.. 한 번 봅시다..."
초음파... 막대기가 나의 배를 훑고 지나갔다...
의사가 책상으로 다시 와 앉았다..
야단을 들으려는 초등학교 1학년생마냥 가슴이 마구 뛰었다..
"자궁근종입니다...커요.... 아무래도 수술을... 하지만.. 다시 정밀검사를 해 보셔야겠습니다.."
"선생님.. 수술이라면?"
"만에 하나... 크기를 보고.. 자궁을 덜어내셔야 하는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뭐..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 걱정마십시오.. 그리고 이렇게 이쁜 따님이 있으신데...다음에 오실 때에는 보호자랑 같이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자궁을 덜어내지 않고는?"
"네.. 그럴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임신도 가능해 지시구요..."
산부인과 문을 닫고 나서는데...
맥이 풀렸다...
만약에...
수술을 한다면..
수술을 한다면...
내가 아이를 못 낳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 장을 보았다...
집 앞에 어머님이 나와 계셨다...
어머님은 문주와 나를 발견하자 성큼 성큼 달려오셔서 장 봐온 것을 뺏아 패대기를 치셨다...
"너 뭐 하느라 늦었어? 응? 왜 놀다가 오고 지랄이야? 응? 너 내가 니 동서한테 반찬 몇 가지 해 주랬다고 삐졌니? 응? 그래서 늦은거야? 그럼 니가 나가면 되잖아.. 니가 내 눈앞에서 사라지면 되잖아.. 내 아들한테서 떨어지면 되잖아.. 하여튼 거머리같이.. 딱 붙어서.. 질기기도 해요.."
"어머님.. 잘못했어요.. 용서하세요... 다음부터는 안 그럴게요.."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다음부터는? 넌 항상 이런 식이었어.. 다음.. 다음.. 다음.. 그러면서 똑같은 일 다시 저지르고.. 나만 못된 시어머니 만들지.."
"죄송해요.. 정말 제가 잘못했어요.. 한번만 용서해주세요.. 어머님.."
"어휴.. 내가 동네 챙피해서 못살지.. 못살아.."
어머님은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채소며.. 장 봐온 것들이 길거리에 나뒹굴어 있었다...
찢어진 비닐에 대충 주워담아 안으로 들어갔다.. 문주가 아장 아장 따라 들어왔다..
부엌으로 들어가자 어머님이 식탁에 앉아 계셨다..
"너.. 산부인과 갔다 왔지?"
속으로 뜨끔했다...
"아.. 아니에요..."
"하긴.. 니가 그렇지... 너는 말로만 그러지.. 애 낳을 생각은 전혀 없지.. 없어... 하여튼...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나는 그래도 니가 나 몰래 산부인과에라도 다녀온 줄 알았다.. 그런데... 진짜.. 그냥 놀고만 오다니...빨리 만들어서 니네 동서 좀 갔다줘라.."
어머님은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방안으로 들어가셨다...
혼란스러웠다...
이제 이 일을 어떡해야 좋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