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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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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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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BY 오필리아 2001-08-23

돈이 없다는 말은 핑계였던것 같다...

우리가족을 시댁으로 불러들이려는 어머님의 핑계...

결혼식도...
피로연도..
그리고 신혼 여행도...
그리고 동서가 맞추었다는 예물들도 모두가 내가 가진것보다 훌륭했다.

그런 모든 고급스러움들 속에서...
아름다운 동서는 더욱 빛이 났다...

사람들은 모두들..
애교많고.. 이쁜 동서를 칭찬했다...

곰같은 맏며느리..
토끼같은 둘째 며느리...

"동서 보느라 샘나서 그런가.. 새댁 얼굴이 많이 안됐네.. 얼굴에 그림자 졌어.. 어린 사람 질투하면 윗사람 도리가 아닌데.. 하하.."
사람들은 우스개 소리로까지 나의 마음을 할퀴었다...


동서가 그렇게 결혼을 하고...
우리가 시댁으로 들어가 산지도..
석달이 흘렀다...

문주도 돌을 지나.. 이제 아가씨티를 내었다...

하지만 아이는 들어서지 않았다...

이유없는 하혈이 있었다 사라지고.. 다시 있었다 사라지고...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시집살이에 짬을 내기가 어려웠다...

산부인과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꺼낼수는 없었고..
어떤 핑계로.. 몇 시간의 외출을 할 짬을 낼 수가 없었다...
거짓임이 밝혀지면.. 또 아버님이나 어머님의 어떤 불호령이 떨어질 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동서가 찾아왔다...

"어머니.. 저 왔어요.."

"아이구.. 니가 왠일이냐? 동석이는 어쩌구?"

"그이도 좀 있다 저녁에 올거에요.. 형님.. 오늘 저녁 맛있는 걸로 준비해주세요.. 동석씨랑 저..두식구 여기서 밥 먹고 갈거니까요.."

"그래.. 그래.. 잘 왔다.. 잘 왔어.. 너.. 큰 애 뭐하냐? 얼른 쌀 씻어야지.."

"아.. 참.. 맞다..이젠 두식구 아니지.. 이젠 세 식구에요.. 어머니..저 임신했어요.."

동서가 배를 쓸어내렸다...
어머님이 기뻐하시는 모습이 부엌에 들어와 있는 내 머릿속에도 환하게 각인되었다...

"그래? 정말?"

"그럼요.. 제가 거짓말 할까봐서요... 저 오늘 임신 테스트 해보고 이리로 바로 오는 길이에요.. "

"병원은?"

"병원은 있다가 다음주 월요일에 가볼려구요..."

"그래?"

"요즘은 그 임신 테스터가 100프로 믿을만 하대요.."

"그러냐?"

"그럼요... 어머니.. 저.. 동석씨 말 들으니까 형님이 문주 임신하셨을 때.. 축하금 주셨다면서요? 저도 그거 주세요.. 근데요.. 저희 친정 엄마가요.. 태몽 꾸셨대요.. 근데.. 커다란 용 한마리가 엄마 품으로 와락 달려드는 꿈이었대요.. 그럼.. 아들 맞죠? 어머니.. 저는 아들이니까 축하금 두 배로 주셔야 해요...네? 어머니..."

"그래.. 그래.. 두 배 아니.. 열배라도 주마.. 어휴.. 귀여운 우리 새끼.. 사돈께서 그런 꿈도 꿔주시고.. 고마우시구나...얘 얘.. 큰 애야.. 너..큰 엄마 되게 생겼다.. 축하 안해주냐? 니네 동서한테..."

부엌에서 쌀을 씻다말고 얼른 앞치마에 손을 닦으며 뛰어나왔다..

"동서 축하해..."

"형님도 기쁘시죠.. 이제 큰엄마 되게 해드렸으니까 저한테 고마워하셔야 해요.."

"그래.. 고마워.. 동서.. 내가 저녁 지을테니까.. 밥 먹고 가.."

"네.. 형님.. 아이구.. 우리 문주.. 많이 컸나, 작은 엄마가 안아볼까?"
동서는 옆에 서서 테이블을 만지작 거리던 문주를 번쩍 안았다...
어머님이 놀라셔서 말길도 못 알아듣는 문주에게 소리치셨다.

"얘.. 문주야.. 어서 내려와..작은 엄마 동생 가졌는데.. 큰일 낼려고.. 하여튼 애가...원...하는 짓이.. 꼭 지어미를 닮아서..그리고 너도 그렇다.. 너는 내가 꼭 말을 해야 와서 동서 축하해..하냐? 내가 말하기 전에 달려와서 동서 축하해.. 하면 어디 덧나? 꽁한게.. 속은 좁아서 어디 윗사람 노릇이나 제대로 하겠니? 보면 작은애 니가 형 같으다.."

"아휴.. 어머니도 왜 그러세요? 형님이 아들만 낳으셨으도..형님이 안 그래도 문주가 딸이라서 걱정하고 계신데.. 제가 덥썩 애를 가지니까.. 걱정되셔서 그런거에요...맞죠? 형님...그래서.. 제가 형님 둘째로 아들 보시면 애 가지려고 했는데.. 죄송해요.. 형님.."

"무슨 소리냐? 니가 무슨 죄송할게 있어? 딸 낳은 주제에 애도 안 갖고 있는 저게 저.. 똥배짱이지.. 원.. 애도 염치가 있으면 저리는 못할거다..."

"어머니... 아들 제가 낳아드릴게요.. 꼭 맏아들만 아들 낳으라는 법 있나요? 제가 낳으면 되죠... 형님.. 저녁 하는 거 제가 거들게요..뭐 하면 돼요?"

"아냐.. 동서.. 동서는.. 그냥...쉬고 있.."

"그래.. 그래라.. 넌 입덧 안 하냐? 니 형도 입덧 하느라고 그 땐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내가 다 했어.. 원.. 입덧을 유별나게도 하더니... 다 딸 낳으려고 그러는 모양이지.. 난 아들만 둘 낳아서 그런지.. 입덧에 입 자도 몰랐다.. 너는 어떠냐?"

"저도.. 어머니 닮았나? 입덧 안 하는데요.."

"넌.. 하는짓마다.. 그렇게.. 신통하냐? 들어가자.. 들어가서 좀 눕거라. 오느라 고단했을텐데..."

"예.. 그럼 형님.. 수고하세요.."

동서가 어머님을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