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혈이 심했다...
남편은... 병원에 가보아야 한다고 했지만..
마음이 선뜻 내키질 않았다..
하혈이 멈추면.. 그 때 가보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며칠이 흐르고 하혈이 멈추었다...
시동생은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어머님은 시동생의 결혼에 눈코뜰새없이 바빴다..
시댁은 막내 아들의 결혼식에 잔뜩 여유를 부렸다...
시동생이 공부를 마치지 않고 있었던 우리의 결혼식 때와는 모든 상활이 사뭇 달랐다..
그리고 동서가 될 아가씨도.. 나와는 달라서..
모든것에 똑부러지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어머님.. 저희요.. 형님네 아파트랑 같은 평수로 사주셔야 해요.. 그리고 패물이랑 다른 건.. 형님이 하신 그 집에서는 안 할래요.. 너무 후진 것 같아요.. 그냥.. 돈으로 주시면 저랑 동석씨가 가서 맞춰서 저렴하게 할게요.. 패물은 간소하게 하고 남는 돈으로 저희들 사고 싶은 거 사면 안돼요?"
애교가 많았다..
어머님은 그런 동서를 딸같이 여기셨다...
동서가 다녀간 날.. 어머님이 나와 남편을 부르셨다...
"이제.. 동서도 보고 하니까.. 너희들도 이제 집의 가장이 된 셈이나 마찬가지다.. 너희 아버지가 이제 퇴직하셨으니... 나도 인제 손주 손녀 재롱 가까이서 보고 살고 싶구나.. 게다가.. 우리가 가진 돈으로 동석이 집장만은 무린것 같으니.. 니네가 좀 맡아주었으면 좋겠다.."
"엄마도.. 저흰들 무슨 그런 큰 돈이 있겠어요?"
어머님이 아파트를 장만해 주셨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능력있는 아들 집까지 사서 며느리에게 얹어주었다고 여기저기 생색내며 다닐때가 있었다...
그런 시어머님 앞에서 나는 더욱더 초라한 죄인이 되었었다...
그런데... 그런데...이제와서...
어머님께서 말씀을 이어나가셨다..
"너희들이 그럼 들어와라.. 어차피.. 합가할 거... 이번 기회로 하는 것이 좋겠다.. 너희 동서에게 니네 아파트를 내주는 것이 좋겠다.."
"엄마.. 그건..."
"그건 뭐냐?"
"그 아파트 살 때.. 엄마가 완전히 해 주신거 아니었어요.. 제가 번 것도 보탰다구요.. 동석이는 전세 얻어주시면 되잖아요.. 그래요.. 엄마말대로 언젠가 저희들이 엄마랑 아버지 모실거에요.. 그 때까지만 저희에게 자유를 좀 주세요.. 아니면 동석이네가 들어와서 살면 되겠네요.. 제수씨 엄마 좋아하시잖아요.. 수정이는 못마땅해하시면서 왜.. 수정이 데리고 사실려고 하세요?"
어머니는 남편의 말을 끝까지 듣더니... 벌떡 일어서셨다...
"하여튼 아들이라는 것들은.. 다 지 마누라밖에 모르지.. 그래.. 나는 니 마누라나 구박하는 못된 시어미다.. 내가 죽으마.. 내가 죽으면 되겠구나... 그럼.. 너는 니 마누라랑 호강하며 잘 살테지.."
"아니에요.. 어머님... 모든게 제 잘못이에요.. 용서하세요.. 저희가 들어와 살게요.."
"아니다.. 그럴 필요 없다.. 나는 나랑 같이 살기 싫어하는 인간들이랑 안 산다.. 절대로... 나가거라.. 이제 우리는 남남이다.. 그리고 너희 아파트는 내 돈 반이 들어간 거니까.. 빠른 시일내에 처분해서 너희들이 이사하고 내 돈은 동석이 결혼에 보태거라.. 그리고 이걸로 우리는 이제 남남이다.. 알겠니? 내가 며느리 잘 봐서 다 키워논 아들 하나 뺏기는구나.. 너는 속이 시원하겠다..."
"여보.. 어머님한테 잘못했다고 해... 어머님.. 제가 이렇게 빌게요.. 어머님.. 용서해주세요.. 저희들이 들어와 살게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그날밤...
남편은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어두운 아파트에 불이 켜지고...
문주를 침대에 눕혔다..
남편은 거실로 와서 앉았다...
"수정아.. 이리 와봐.."
내가 남편의 곁에 앉았다...
"수정아.. 우리 헤어지자..."
남편의 입에서... 헤어지자 라는 소리가 맥없이..
하지만.. 아주 또렷하게 흘러나왔다...
"너를 행복하게 해 줄려고 했어.. 그런데... 그럴수가 없어.. 나 너 절대 다시는 그 집에 다시 데리고 들어갈 수 없어... 지금 이상황 영원히 끝나지 않을거야.. 니가 그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는 다시 너를 예전처럼..."
"아니.. 아니야.. 아니야.. 자기야... 내가 잘 할수 있어.. 내가 잘할게.. 나 아이도 낳을거고.. 어머님이 기뻐하시는 일만 할거야.. 동서처럼 그렇게 어머님한테 애교도 부리고.. 잘 할거야... 문주 생각 안해? 자기야.. 문주 생각해... 문주.. 어떡하라고...."
눈물이 흘렀다...
남편도 같이 울었다...
그날밤....
불면의 밤...
영원히 어둠이 밝아오지 않았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었던 그 불면의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