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저녁..
우리 부부는 문주를 데리고 시내로 나들이를 갔다..
문주 옷도 샀고...
이것저것.. 장난감도 샀다..
목욕할 때.. 목욕통안에다 띄울 소리나는 펭귄도 샀고...
이제.. 젖병을 떼기 시작하는 아이를 위해..
빨대가 달린 컵도 샀다..
사자의 갈기와..
도마뱀의 빨판이 입체적으로 느껴지는 책도 샀다...
남편은 전날, 나에게 무섭게 퍼부었던 그 질타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나와 아이의 쇼핑에 충실한 짐꾼이 되어주었다.
식당에 앉은 나는 말을 꺼냈다..
"나.. 아이 가질래.. 둘 째..."
남편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지나갔다..
하지만.. 그 표정의 끝에는 살짝 밝음이 서렸다..
"수정이.. 너 힘들지 않겠어?"
"하지만.. 이왕 낳을 거니까.. 빨리 낳고 싶어.. 언젠가는 해야할 숙제 미뤄둔 기분.. 그런거 싫어서말야..."
"난.. 니가 그래준다면 고맙지만... 어머니 저러시는 거 풀 방법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하지만.. 문주 아직 어리고..수정이 너 몸도 자꾸만 수척해지는데.. 그럴 여유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말 못 꺼내고 있었는데.. 정말 너 그래줄 수 있겠어?"
남편이.. 야속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편도.. 나름대로... 풍랑을 만나 좌초되기 직전인 우리 가정을 구하는데 신경을 쏟고 있는 것을 접하니.. 남편이 측은해지고..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인 양 미안해졌다..
"이거.. 다 나 위해서야.. 당신 고마워할 필요없어.. 내 몸 아끼려고 그러는거야.. 나이 들어서 애 낳으면 좋을 거 없대.. 나는.. 말이지.. 나는... 당신 젊은 나이에 애 둘 달린 아빠 만드는 거 그게 미안해.. "
거기까지다...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눈물이 솟아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였다..
"바보.. 울지 마... 나중에.. 나중에.. 정말 행복하게 되면 그 때.. 지금 얘기 하자.. 그럼.. 그 때.. 그 맵고 매웠던 당신 시집살이도 웃으면서 유별나게 재미난 추억거리마냥 떠올리게 될 날 분명 올거야..고마워.. 수정아.. 정말 고마워..."
그 날 밤..
우리 두 부부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하지만... 하혈이 시작된 건...
바로 그 날..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