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듬해 2월이 되었다..
시동생은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2월 화공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되는 그에게는 7년동안 사귀고 있던 아가씨가 있었다...
그들의 결혼 발표는 임박해 있었다...
2월... 22일...
시동생의 학위수여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날...시동생의 연인도 그 자리에 함께 했다...
갓 피어난 꽃처럼 싱싱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였다...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시동생은 한송이 갸날픈 꽃송이마냥...그 아가씨를 위해 주었다...
식사가 시작되기 전...
어머님이 나를 부르셨다...
"니가 저 아가씨한테 이것저것 좀 물어보거라.. 부모님은 뭘 하시는지.. 형제는 몇이고 또 뭘하는지.. 그리고 뭐.. 그런 것들... 나는 도통 동석이가 말을 안해서 알 수가 있어야지..연애는 이래서 안좋아.. 너 때는 중매라서 이런 게 수월했는데..."
"어머님이 물어보시지 그러세요?"
"아니다.. 내가 물어보면 보기가 영 좋지 않아.. 니가 해라.."
"그럼.. 나중에.. 도련님한테 물어보시면..."
"아니라도 그러네.. 하여튼 니가 해.. 하라면 할 것이지.. 너 지금 시어미한테 대드는 거냐? 못 배운 것 같으니라구..."
"네.."
다시 식탁으로 와 앉았다..
식사가 시작되었다...
웨이터가 ?좇?날라오자... 나는 아가씨에 말을 걸었다...
"저... 부모님이랑 같이 사세요?'
"네.."
"그럼.. 다른 형제들도 다 같이요?"
"아뇨.. 오빠는 직장 때문에 딴 도시에 가 있어요.."
"아.. 그래요? 직장이라면?"
"아버지 일을 물려받을려구요.. 아버지가 공장 가지고 계시거든요.. 작은 공장..."
"네, 부모님 연세가 많으신가봐요.. 이제 오빠가 물려받으시는 걸 보면..."
"네.. 결혼이 늦으셔서요.. 두 분다 환갑 지나셨어요.."
대화가 진행되자....시동생이 석연치 않은 낯빛을 드러내며...
"형수, 이제 그만하시죠... 정은이가 불편하겠어요.."
"그, 그래.. 당신.. 고만해.. 왜 그래? 당신 갑자기..."
영문을 모르는 남편도 거들었다..
어머니가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나에게 계속 하라는 눈치를 주셨다.
"그럼... 아가씨는 요즘... 뭐 하세.."
"수정아!"
묵묵히 듣고만 계시던 아버님이셨다..
"이제 됐다.. 그만해.. 궁금한 것도 도가 지나치면 못쓴다.. 나중이 되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을... 어른들도 가만있는 자리에서 어린 니가 버릇없게 무슨 짓이냐?"
아버님이 나를 나무라시는 소리가 레스토랑의 구석구석까지 울렸다..
사람들이 힐끔힐끔 우리 테이블을 쳐다보았다...
"좋은 자리였는데.. 니가 망쳤구나.. 어서 식사하고 일어서자.."
눈물이 눈가에 가득히 고였다...
눈물방울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어머님이나 아버님이 보시기라도 한다면....
걱정이 앞섰다...
안으로 안으로 삼켰다...
부모님을 모셔다 드리고 오는 차 안에서..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수정아.. 너 왜 이러니? 왜 이리 극성맞아져? 엄마 닮아가니? 엄마보다 니가 더한것 같애.. 오늘도 엄마는 가만있는데.. 니가 왜 그 자리에서 그런 걸 묻고 난리야?"
"그건.. 어머님이..."
"또, 또, 또... 또 엄마 핑계야? 엄마가 너한테.. 그렇게 하라고 시키시기라도 했단 말야? 지긋지긋해.. 그 소리.. 엄마는 한번도 나한테 니 욕 한적 없는데.. 너는 입만 열면 엄마에 대한 불평뿐이니.. 너도 나중에 아들 낳으면.. 니 며느리한테 고스란히 받게 될거야...너같은 앤 아들 낳지 말아야 해.. 나중에 며느리보면 굉장할 거야.. 하여튼.."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그런게 아니라고...
사실은 이런거라고...
나에겐 잘못이 없다고...
왜..티부이 드라마에서 보면.. 주인공이 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오해를 가슴에 묻어버리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것같았다...
그런 상황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돌을 던져도...그 돌을 맞받아 던지지 못하고 맞고만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
나는 돌을 맞고 있는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