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어오셨다..
"들어오세요.. 아버님..."
아버지는 생소한 아버님이라는 호칭에 놀라는 눈치였다..
"내가 따끔하게 혼 좀 냈어요.. 이제 수정이 저도 애엄만데.. 호칭이 그게 뭐에요..이제 나도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구요.. 며느리 눈치보는 건 이제 그만하고 싶다구요.."
어머니는 퉁명스레 내뱉으시곤 부엌으로 들어가셨다...
"그래.. 그건 좋은 일이다.. 호칭이라는 건 그 사람의 인격과도 같은 것이다.. 나도 수정이 너의 그 호칭에 대해 한번 크게 나무랄 생각이었다.. 니 어머니가 하시는 말씀은 고깝게 듣지 말고 새겨 들어라.."
"네,아버님.."
아버지는 한번 나를 향해 웃어 주셨다...
그 때, 남편이 들어왔다...
남편이 들어오자.. 어머니는 대뜸...
"수정이는 지네 친정에 잠깐 보내기로 했다.. 지가 하도 원해서 내가 허락했다.."
남편은 저녁을 마치고 석연치 않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당신이 정말 엄마한테.. 친정에 가야겠다고 말씀드렸어? 정말 그런거야? 당신도.. 정말 너무하는군.. 어머니가 그렇게 산후조리까지 당신이 해주시겠다고 하셨으면 당신이 좀 힘들어도 참아야 되는거 아냐? 그리고 힘이 들면 뭐가 그리 힘이 들겠어?"
"아니에요.. 아니야.. 어머님이 가라고 하셨어.. 내가 그런거 아니야.."
"그래?"
남편이 대뜸 거실로 나갔다..
"어머니.. 어머니가 수정이더러 친정에 가라고 하셨어요? 그러셨어요? 왜요? 하시겠다고 우기실땐 언제고 지금은 또 무슨 마음이세요? 왜 이랬다 저랬다 하세요?"
"뭐야? 누가 이랬다 저랬다 하디? 수정이 니가 그랬어? 니가 니 서방한테 내가 우겨서 너 여기 산후조리하게 데려오고.. 또 지금은 내가 내 몸 힘드니까 너 가라고 등 떠밀었다고 그랬어? 응 정말 그랬어?"
어머니는 다짜고짜 내게 삿대질을 하고 나오셨다...
"어머니.. 왜 이러세요? 수정이는 아무말도 안했어요.. 제가 생각한거라구요.."
시동생이 나섰다..
"형.. 정말 왜 이래? 응? 장가가고 나니까 엄마는 눈에도 안보이는거야? 형수뿐이냐구? "
남편이 화가 나서 집을 나섰다...
내가 원한것이 아니었다...
이런건....
"넌.. 니 엄마한테 전화하고 짐 꾸려서 당장 떠나거라.. 동재는 내가 알아서 하마..."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눈물이 나서 전화 통화를 하는데.. 목소리가 떨렸다..
"엄마.. 어머님이 거기 가 있으래..문주 데리고.. 그래서 나 좀 데릴러 와.. 지금..."
"지금? 지금은 너무 늦었는데.. 문주 괜찮을까?"
"응.. 괜찮을꺼야.. 얼른 와..."
엄마가 알면...엄마가 알면...
딸이 이렇게 시댁에서 쫓겨나간다는 것을 엄마가 알면...
얼마나 슬퍼할까????
마음이 저려왔다...
문주만 아니라면..
문주만 아니라면..
나는 그렇게.. 동재 곁을 떠나도 될 것 같았다...
아니.. 동재의 곁을 떠나 줄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님의 노여움이 풀어지시고...
남편은 다시 사랑스러운 당신의 아들이 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런데.. 내게는 문주가 있다...
문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