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753

[제8회]


BY 오필리아 2001-08-21

남편이 운전을 하고.. 시동생이 남편 옆에 앉았다..
그리고 아이를 안은 어머니와 내가 뒤에 나란히 앉았다..

가족들을 태운 차가 시댁을 향해 출발했다...

갑자기...남편이 차를 세우고 말했다..
"차 뒤쪽 밖에 꽃이 한송이 흘렀어요.."

꽃바구니에서 흐른 모양이었다..
시동생이 안전벨트를 풀고 일어서려하자..어머니는 시동생의 어깨를 황급히 눌렀다..

"얘야.. 안전벨트 맨 사람이 굳이 일어설 필요가 뭐 있냐? 수정이 니가 내리거라.."

무릎에 지고 있던 짐들을 서둘러 발아래로 내리고 차 문을 열었다.. 빨리 일어서지지가 않았다.. 몸이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탓이었다.. 저녁 늦게 아이를 낳아서.. 아직 이틀이 채 되지 않은 탓이었다..

나의 이런 굼뜬 행동이 어머니의 화를 샀다..

"뭐하니? 얼른 하지 않구선.. 뒤에서 차들이 기다린다... 어서 좀 해라.."

차 문을 잡고 겨우 몸을 일으키고.. 어머니가 앉은 자리의 문 옆에 떨어진 꽃 송이를 줍기 위해 차 뒷쪽으로 빙 둘러 걸어갔다.. 힘들게 몸을 구부리고 꽃 송이를 주웠다...

앉고.. 차 문을 닫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얼른 가자.. 원 저리 느려서야...쯧쯧..."

병원 앞은 차들이 많았다..
토요일인 탓이었다...

시댁으로 가는 길은 짧은 거리였으나..
꽤 시간이 걸렸다...

집에 도착하자.. 어머니는 남편과 내가 예전에 쓰던 방문을 열었다.

우리 부부는 출산 직전 분가를 한 상태였다...
남편이 분양받은 아파트가 완공된 때문이었다...

남편이 쓰던 방은.. 시동생의 물건들로 어질러져 있었다...

"동석이가 지 방 하나로는 모자라서 방 두개를 쓴다.. 그래서 방안에 물건이 좀 많아.. 그래도 내가 너 온다고 치웠어.. 그리고 깨끗이 닦고 이불도 펴놨다.. 넌 들어가서 좀 눕거라.. 우린 거실로 가서 에어컨을 좀 틀어야 겠다... 어찌나 덥던지.. "

방은.. 나와 아이가 눕기에도 빠듯한 작은 공간을 제외하고는 발 디딜틈이 없었다.. 그 작은 공간에 두터운 이불이 한채 펴져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 쓰던 침대....
작은 일인용 침대가 방 한구석에 다시 들어와 있었다...

"동재는.. 그 침대를 쓰렴.. 아무래도 애랑 다같이 자면 동재랑 수정이 너 둘 다 잠 설친다.. 둘 중에 하나라도 제대로 살아야지.. 안 그러냐?"

어머니는 문을 쾅 닫고 나가셨다..
그리고... 나의 곁을 지키던 남편도...
"이 방 너무 더워서..."
하고 슬그머니 밖으로 나갔다...

아이와 나만이 방안에 남았다...

시아버지께서 아이를 보고싶다고 하셨다..
아이까지 거실로 불려나가자 나만 홀로 남았다...

천정...
천정...
희뿌연 천정...

그 막막하고 답답한 느낌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