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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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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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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오필리아 2001-08-20

다음날... 어머니가 오셨다...

들어서자마자...
"입원비 계산은 했냐?"
하고 물으셨다...

"네..."

"그럼.. 애를 받으러 가자.. 여기서 지체할 거 뭐 있냐?"

신생아실...
간호사는 딸아이를 흰 속싸개로 싸고...
다시 노란 겉싸개로 쌌다..
민첩하고 노련한 솜씨였다...

"아이가 참 이뻐요.. 근데.. 좀 예민해요.. 이렇게 이쁜 아이도.. 이렇게 예민한 아이도.. 드물어요.. "
신생아실에만 20년을 있었다는 老간호사는 아이를 내어주며 말했다..

"엄마가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아이가 예민해서..."

아이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꼭 껴안았다..
쌔근쌔근... 눈도 뜨지 못하는 어린 것은 나에게 숨소리로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예민하지만.. 눈물이 날정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아이.. 그 아이가 바로 그런 아이였다.. 내가 이 아이를 잘 주체할 수 있을까...신이시여.. 나에게 힘을 주세요..

어머니가 아이를 휙 하니 낚아채었다...

"아이는 내가 들고가마.."
어머니는 마치 화난사람처럼 빠른 걸음걸이로 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이도 같이 사라졌다.. 내 옆을 지키던 남편이 어머니의 뒤를 따라 연이어 사라졌다...

병실에 도착하자...시동생과 남편이 병실로 들어온 꽃바구니와 화분들을 들어내어 가고 있었다...

"나머지 짐은 니가 챙겨 오거라.."
어머니는 아이를 안고 일어서셨다...

소소한 준비물을 담은 배낭을 둘러매었다..
그리고 출산후 내가 사용하던 60개들이 대형 기저귀들이 담긴 주머니와 출산하러 들어올 때 입었던 옷들을 챙겨꾸린 보퉁이.. 그리고 병들이 소복히 든 음료수 박스 두 통... 손이 모자랐다...

배낭을 매고 팔에 걸고.. 어깨에 짐들을 나누어졌다...
어머니와 남편.. 시동생의 걸음걸이는 너무도 빨랐다..
출산직후라 걸음걸이는 아직 자유롭지 않았다..
엉거주춤.. 무거운 짐들을 들고 가는 나는 자꾸만 자꾸만 뒤로 쳐졌다...

어머니는 한번도 뒤를 돌아보아 주시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나면 버려지는 씨받이의 느낌....
하지만.. 아직 아들을 낳지 못했으므로.. 다행히 버려지지는 않았지만.. 미운털이 고스란히 박힌 가련한 씨받이의 느낌...

그런 느낌으로 머릿속은 꽉 들어찼다...

앞으로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두려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