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아빠가 왔다...
아빠는 딸아이를 보고 즐거워하였다...
하지만.. 아빠의 표정이 어두웠다..
"너희 아빠는 니가 딸을 낳아서 서운해했다.."
엄마는 아빠의 어두웠던 표정을 설명했다...
전화벨이 울렸다...
"수정이냐? 나다..니네 엄마는 갔냐?"
"아뇨.. 아직..."
"내 인제 출발하마.. 그러니... 니 엄마는 이제 가시라고 해라..."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어머님이니?"
엄마가 물었다...
끄덕끄덕....
"뭐라시니?"
"지금 오시겠대.."
"그럼 좀 있다 가면 되겠다...너희 어머님 오시면...너 부탁드리고.."
"아냐.. 엄마랑 아빠랑 가..나 혼자 있을게.."
"아니야... 너 아직 걷기도 힘들잖아.. 화장실이라도 갈려면..엄마가 너희 어머님 오실 때까지 있을게.."
"아니야.. 아니야.. 엄마 가."
어머니의 따가운 눈총을 사게 하고 싶지 않았다.. 엄마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엄마와 아빠가 나에게 떠밀려서 병실을 나섰다...
엉거주춤.. 내가 따라 나섰다...
엄마가 나에게 봉투를 쥐어준다...
"이걸루.. 너 먹고 싶은거 사먹어라.. 응? 그리고 어머니한테 뭐든지 불편한 거 있으면 말씀드리고... 너 산후조리 잘 해야한다.. 몸 상하면 안돼.. 알겠지?"
눈물이 떨어졌다...툭....
슬리퍼 위로 떨어지는 눈물 방울이 늘어난다...
엄마는 황급히 아빠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를 잡아타고 사라진다..
닫혀지는 엘리베이터 사이로 눈물을 훔치는 엄마의 옷자락이 보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닫히자 털썩 주저앉아버릴만큼 힘이 없어졌다...
털썩....
털썩...
간호사가 다가온다...
"어머, 무슨 일이세요? 괜찮아요..???"
대답할 수가 없다...
오후가 되자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아이를 보시곤 환히 웃으셨다...
"잘했다..."
아버지는 짧게 말씀하셨다...
"형제는 많을 수록 좋다.. 자꾸 자꾸 낳거라.. 알겠느냐?"
아버지는 완고하고 고집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당부하셨다...
그 말은 아들이 아닌 딸 아이를 낳았다는 어떠한 꾸지람이나 질책보다 내게 더 큰 의미와 충격으로 그리고 부담으로 와 닿았다...
그 날 저녁...
아버지와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남편은.. 입맛이 없어 밀쳐놓은 나의 저녁식사를 대충 비워내고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 눕자마자 곯아 떨어졌다..
피곤하다고 했다...
아이를 보러 갔다...
면회시간이 되지 않아 아이를 볼수 없었다.. 신생아실 입구는 분만실 입구와 맞닿아 있었다...
꽃다발들이 눈에 들어왔다..
초조하게 출산소식을 기다리는 남편들과 친정부모, 시부모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오래 오래.. 빈의자에 앉아 그들을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코너에 마련된 공중전화에 시선이 옮겨졌다.. 동전을 넣었다.. 그리고 번호를 눌렀다.. 엄마가 받았다..
"여보세요?"
엄마.. 엄마.. 엄마.... 눈물이 쏟아졌다...
엄마가 참 많이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