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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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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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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BY 오필리아 2001-08-17

임신 기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돌이켜보면.. 꿈같은 세월이었다..
나에게는 남편이 있었고. 뱃속에는 아기가 있었다..
그리고 내 주위에는 항상 오래고 깊은 그늘처럼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시부모님이 계셨다...

시집살이라는 명목하에 친정에 자주 갈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어머니가 싫어하시는 일은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었다..

며느리의 친정 출입을 달가와하지 않는 시부모가 한둘이랴..
생각하며 위로했다...

엄마도 아빠도 참 많이 보고 싶었지만.. 명절때조차도 어머니는 나를 놔주지 않으셨다...

친정 얘기만 꺼내면.. 어머니는 어두운 낯빛을 드러내셨다...

그 때만큼은...
어머니도 아버지도 어린 딸을 대하는 자상한 눈빛이 아니라 매섭고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나무라셨다...

"이제 거기는 너희집이 아니다.. 거기서 너는 항상 손님이고.. 니 부모님도 이제는 너에게 남인 것이야.. 니가 거기에 갈수록 폐가 되는 것이다.. 내 자식이 남의집에 가서 폐를 끼치는데.. 어찌 우리가 부모가 되어서 그 댁에 고개를 들 수 있겠느냐?"

열달이 흐르고 나는 아이를 낳았다...
딸 아이였다...
보석같이 아름다운 눈과.. 깊게 드리워진 쌍커풀.. 그리고 짙은 속눈썹까지.. 아이는 말 그대로 작은 천사였다...

하나 흠이 없는 복숭아처럼 귀하디 귀한 아이였다... 나에게는...

훗날.. 엄마의 표현을 빌자면...
내가 딸 아이를 낳았던 그 날 저녁...어머니는..
"딸이에요.."
하는 의사의 말에...귓볼까지 붉어지시고.. 눈가에는 눈물까지 맺히셨다고 한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시더니...
"따 ~ 알 이 야?"

하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아이를 신중히 바라보시지 않으셨고...
쌍커풀이 있고... 유난히 아름다운 아이라는 남편의 말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으신채.. 딸이라는 사실... 자신의 맏며느리가 첫판부터 딸을 낳았다는 데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신 것 같았다...

불행의 시작은 거기부터다..내가 기억하는 한...
하지만.. 내 불행과.. 나와 그녀와의 갈등의 시작이 나의 이 보석같이 아름다운 딸 아이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다만...
모든 것이 나의 불찰이라는 것...
나의 미흡함이 그 원인이라고 접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