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남편이 된 동재와 선이 들어왔을때...
아빠는 어린 나를 옆에다 앉히고 차를 몰면서 나에게 말했다...
"너희 시어머니 될 자리는.. 인품이 아주 놀라우신 분이란다.. 물론 시아버지도 그렇고... 잘해봐라.. 한번.. 신랑감도 날개만 안달았지 그저 천사래.."
그렇게...
그렇게..
피상적으로 드러나는 숱한 오해들 속에서.. 나는 동재와 선을 보고 그와 결혼했다..
내가 인사를 드리러 간 날...어머니는...맨발로 뛰어나오셨다...
그렇게 새며느리를 맞는 그녀의 모습에는 한 치 허술함이 없었다..
그저 다정하고 자상하고 교양있고... 그러면서도 그 넘쳐 흐르던 정까지..그녀의 인품은 듣던 그대로 한치.. 틀림이 없었다...
딸이 없으신 어머니는..
나를 마치 딸과 같이 대해 주셨다...
그리고.. 나는 결혼 후 시댁에 들어가 살았다..
어머니는 내가 부엌으로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다...
내 손에 물 한방울 묻히는 것도 싫어하셨다...
어쩌다 후라이팬에서 부침개라도 부칠라치면...
어머니께서는.. 나에게서 뒤집개를 뺏으시며...
"아이구.. 그러다가 니 얼굴에 기름이라도 튈라... 이 고운 얼굴에.."
라고 나무라셨다...
"괜찮아요. 어머니.. 저도 이제 아줌만걸요..."
내가 백전노장처럼 씩씩한 웃음을 흘리며 불가까이 머물러 있으면..
어머니는...
"안된다.. 너는 앞으로.. 얼마나 날이 많이 남았는데.. 그 고운 얼굴에 흠이라도 하나 생겨서는 안돼..."
하셨다...
나와 그녀는.. 그렇게.. 그렇게 한치...나무랄데 없는 고부간이었다..
다른 집에서 존재하는 만리장성과도 같은 견고하고 높은 고부갈등의 벽은 우리집에서는 찾아 볼래야 볼 수 없었다...
그러던 사이.. 나와 남편 동재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임신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