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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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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BY 안개 2001-08-28

후두둑! ..쏴아... 빗소리에 잠이 깨었다.
몇시가 되었는지 캄캄하다.
성냥불을 켜기위해 더듬 더듬 손으로 바닥을 더듬으니 까칠한 볏자리가 만져진다.
여기가 어디지?
휴우...머리가 깨질 것 같아 손가락으로 귀 위를 누른다.
담배냄새와 술냄새가 후끈한 공기와 섞여 숨을 쉬기 힘들게 한다.
아! 참 여긴 이장네지.
주천댁하구 술을 먹구...무슨소릴 한거 같은데...
맞어. 그랬지. 아이구, 내가 주천댁 한테...!
후다닥 몸을 일으키려다 갑자기 이상한 기운을 느낀다.
가만히 들어보니 누군가의 숨소리같다. 그럼?
문쪽을 둘러보니 누군가가 비 들이칠까봐 건조장 문을 닫아 놓았다.
천천히 손을 뻗어 주천댁을 더듬어 본다.
여름이라 팔이나 다리는 맨살이다. 갑자기 손이 떨리며 마음이 급해진다.
웅크리고 자는 주천댁을 바로 눕히고 다리 한짝을 살며시 걸쳐본다.
곤히 자던 주천댁이 흠찔한다.
언젠가 소릴 지르던 주천댁이 생각나 입을 황급히 손으로 가리자, 완전히 잠이 깬 주천댁이 두 팔로 완강하게 복수아버지를 밀어내려한다.
온 힘을 다해 주천댁을 누르려는 복수아버지와 자다가 갑자기 당한 주천댁이 엎치락 뒤치락 하는 바람에 윗목에 놓아두었던 술쟁반이 와장창 소리를 낸다.
그 소리에 놀란 주천댁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에 두 팔로 주천댁의 어깨를 내리 누르자 주천댁의 팔에서 힘이 빠진다.
덜덜 떨리는 손을 들킬까 후다닥 주천댁의 아랫도리를 벗겨내는 복수아버지의 머리로 갑자기 어젯밤 꿈이 떠오른다.


어쩐지 이번엔 꼭 아들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