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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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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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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BY 안개 2001-08-28

이장네 집으로 오는데 마을 회관 마당에서 해자가 흙장난을 하고 있다. 엄마는 어딨어,하고 묻자 해자가 손가락으로 집을 가리킨다.
경운기에서 내리려다 그냥 해자만 불러 경운기에 태우자 좋아서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이장처는 점심을 준비하고있고 주천댁 혼자서 담배를 끼고 있다. 해자엄마는 왜 갔냐고 물으려다 성격급한 주천댁이 스스로 얘길 하겠거니 싶어 가만있는다.
해자가 들어서는걸 보고 어느새 이장댁이 닭죽 한 대접을 찻상에 들고 가지고 나와 마루에 놓는다. 소금으로 간을 맞춰주니 해자가 좋아라하며 맛있게 먹는다.
담배를 쇠줄에 끼워놓자마자 예비 건조장에 쌓아 두어야 하는데 혼자 들기 힘이 들었는지 마당에 주욱 펴놓았다. 이장이 경운기에서 담뱃단을 내릴 때 복수아버지는 담뱃발을 들고 예비건조장에 밀어 넣는다. 사실 복수아버지 혼자 힘으로도 버겁다.
"그거 혼자 드는게 무거워 같이 좀 들자고 했드만 담배 진 묻을까 엉덩이는 한 짐 빼 쌓고...언제부터 지몸이 그리 깨끗했다고 내 참..." 복수아버지 들으라는 듯 주천댁이 혼잣말을 한다. 그것 때문에 내려갔단 말인가?
"저 담배 꼬라지 해논 것 좀 보세요. 다 눅질 않아서 한다리로 살살 눌러주면서 빼야하는데 뭔놈의 손이 닿기만 하면 일을 저질르는지...저 저 담배 다 뿌러뜨린거 아까워서 어째. 내가 안봤으면 다 버릴뻔 했지, 어휴!"
이제야 이유를 알것같다.
이장이 조리실에 갖다놓은 담배를 들추더니 인상을 쓴다.
"어디 봐. 많이 뿌러뜨렸나?"하고 보니 족히 한 포는 나올 듯 싶게 해놓았다.
"이걸어쩌나..하필이면 색도 잘나온걸..."복수아버지가 미안해하며 어쩔줄 몰라하자,
"아주머니가 하도 옆에서 잔소리를 하니까 겁먹어서 그런거 아니에요?
가뜩이나 아주머닐 보면...어차피 이렇게 된거 이거 형님 가져가 피세요. 이러게 좋은건 수출하는건데 형님 올 겨울 호강하네요."하며 사람좋은 이장이 얼굴을 펴며 말한다.
"내 잔소리야 다 지를 위한거지. 웬만하면 몇번 떠들면 들을 건데도, 세상에 내 그런 벽창호는 첨 봤네. 그렇다고 휑하니 가버리면...으이구 소갈머리하군..."
못 들은 체 하며 쇠막대기를 가져다가 담배를 끼기 시작한다. 뜨거워서 담배를 뜯지 않는 시간에 앉아서 줄여 놔야 시들어 버리는것도 막고 일도 빨라진다. 아무말 안하고 담배만 끼니 눈치가 보이는지 주천댁이 먼저 말을 부친다.
"내가 애 엄마한테 그랬다고 삐치셨수? 누구 닮아가나..."불같은 성격이라 금방 화라락 거리다가도 누구하고 싸우면 조금 지나 먼저 말을 부치는 성격이라 사실은 자기가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말을 건다.
"다 바른 말 했는데 뭐 잘했다고 그러겠수. 그냥 저 사람한테 미안해서 그러지."
"형님도 우리사이에 뭐 그런거 가지구 그러세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구."
닭죽을 다 먹은 해자가 복수아버지 옆으로 오더니 담배를 만진다.
"아이고, 저리 비켜라. 벌써부터 그런거 안 만져도 살다보면 더 한것도 만져지게 된다.
뜨거운 마당에 있지말고 마루로 올라가 있어."주천댁이 해자에게 웃으며 말한다.
애들 엄마한테는 투박하게 굴어도 애들은 이뻐하는 편이다.
이장댁이 밥상을 차려놓고 부른다. 애들은 노느라 정신이 없는지 아직까지도 오지 않는다.
주천댁이 마당에 있는 수돗가에서 손을 씻으며 마루에 있는 해자를 부르더니 손이며 얼굴을 씻겨준다.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혼자살아서 그런지 나이보다 십 년은 젊어 보이는 것이 꼭 해자 엄마정도밖에 안보인다.
"난 아까 닭죽을 하도 맛있게 잘 먹어서...밥 조금먼 덜어 주세요."하며 밥그릇을 이장댁에게 내밀자,
"형님도, 죽하고 밥하고 같아요? 한 그릇 다 드세요." 이장이 도로 놓는다.
주천댁이 해자를 옆에 앉혀놓고 김에다 밥을 싸주며 오이 냉국도 떠먹여 준다.
조금전에 닭죽을 먹어서 배가 든든할텐데도 넙둑넙죽 잘도 받아 먹는다. 이상하게 그 모습이 복수엄마의 모습같이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하니 주천댁이 새삼 편안하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