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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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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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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BY 안개 2001-08-25

새참으로 나온 닭죽을 먹으니 조금은 속이 든든하다.
새참을 먹고 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면서 복수아버지는 이장한테 꿈이야기를 해준다.
"형님이 엣날 아주머닐 아직도 못잊어서 그런꿈을 꾸는거지 별뜻은 없는 꿈 같네요. 요즘 형님 몸도 좀 허해지시고 해서 그렇게 꿈자리가 사나운 거라구요."
"한동안 안보이다가 그런식으로 나타나니까 걱정이 되는구만. 복수한테 뭔일이 있는가 싶고. 근데 주천댁은 왜 꿈에서까지 나타나서 참.."
"옛날 누님하구 친했으니까 그렇겠지요. 복수도 다음주면 휴가라고 온다면서 쪼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걱정을 하는 복수아버지를 이장이 살갑게 안심시킨다.
복수는 차를 타고도 한나절은 걸리는 곳으로 시집을 갔기 때문에 일년이면 사위 여름휴가때와 복수아버지 생일이 있는 봄에 다녀가곤 한다.
담배 밑동이 보이는 것을 보니 앞으로 한 두 곳만 더 따면 되지 싶다. 내년에는 담배를 안하고 다른 것을 해보겠다고 하는데 무엇을 할지 걱정이다.
무슨일인지 자신도 힘닿는껏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그래도 이장네 일을 해주면서 밥술이나 먹고 살았다. 몇 년전부터 다른집에서는 복수아버지와 품앗이을 하려고 하질 않는다.
복수아버지의 일처리가 문제가 아니고 해자엄마가 딸네미 셋을 데리고 따라 다니는 탓이다.
세 아이들이 어질러놓는 집안처리도 문제지만 애들 건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멀뚱히 앉아 말도없이 하루종일 있는 해자엄마를, 집안일 바깥일에 종일 동동거리며 바쁜 동네여자들이 답답해 하다못해 못마땅 해 하는 것이다.
뭔 상전이라고 그눔의 여편네한테 밥상까지 바치냐고들 한다.
그나마 복수네 집 형편을 아는 이장네만이 무던하게 몇 년 동안 일을 해달라고 하는 것이다.
"형님, 뜨거운데 이제 그만 들어가십시다. 그래도 쟤들이 날라줘서 훨씬 빠르네요. 하도 빨리 날라서 미쳐 뜯을 새도 없네." 이장이 늦게 시작했는데도 빨리 끝낸 것이 기분 좋아 하는 소리다.
"지금이야 햇빛이 나도 저 산너머 보니까 어제 저녁부터 비가 몰려올 것 같더 라구요. 조금만 더하고 가야지." "여기부터 저 위에는 더 뜯을 것도 없는데요 뭘. 잎이 작아서 다음 곳간에나 넣어야겠어요." 두 여자가 있는 집에 가기 싫어 핑계를 대어 보지만 이장은 이런 마음도 모르는지 경운기 쪽으로 내려간다.
"저희 저기 위에 있는 저수지에 갔다가 가도 되요 고모부?"
"뭐 볼게 있다구, 점심 밥 먹기 전엔 와야한다."
두 놈이 겅중겅중 뛰더니 저수지 쪽으로 뛰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