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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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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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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dlsdus60 2001-06-13

3.움트는 이별

인호는 혜선을 만나기 위해 영등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혜선의 직장이 영등포역 근처에 있었기 때문에 인호는 자신이 그쪽으로 먼저 가겠다고
하였다.
홈이 패인 아스팔트 위를 달리는 버스는 뛰고 있는 인호의 심장만큼이나 덜커덩거렸고
영등포가 가까워지는 마포대교를 달릴 때에는 설레임과 초조함이 인호의 목을 조이는
것 같았다.
인호는 닫혀져 있는 창문을 반쯤 열었다.
시원한 한강의 바람이 콧속으로 잠시 스며들더니 이내 매연 냄새가 목을 칼칼하게
만들었다.
인호는 다시 창문을 다시 닫을까 생각도 하였지만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에는
도시에 중독된 바람이라도 쐬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리고 한강을 바라보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혜선을 머릿속에 떠 올렸다.

인호는 혜선을 처음 보고서 고향의 파란하늘 아래서 소박하게 피어나는 새하얀 찔레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목련꽃처럼 크지도 조팝나무처럼 너무 작지도 않는 찔레꽃은 텃밭 울타리나 돌담에 몸을
기대고 피어나는 꽃으로 화려하지도 않지만 초라하지도 않았다.
유난히 봄햇살을 좋아해서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지만, 숲이 우거진 응달에서도
쏟아지는 햇살만 있으면 꿋꿋하게 피어나 은근한 향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봄철에 돋아나는 찔레꽃 순은 유년시절 동네 아이들의 간식이 되었고 가을이면
콩알만큼 빨갛게 익는 열매는 동네 어른들이 따다가 청산가루을 넣은 후에 양촛물로
봉하고 밭으로 내려오는 산토끼를 잡는데 사용하였다.
찔레꽃은 작은 실바람에도 흔들리지만 쉽게 부러지지 않으며 가느다란 가지에 촘촘히
박혀 있는 가시 때문에 가까이 다가설 때마다 늘 조심스러웠다.

영등포역 근처에 정차한 버스에서 내린 인호는 혜선이 나와 있을 만남의 장소를 향해
달렸다.
8월을 넘어온 바람은 어느새 팔목을 덮은 티셔츠 소매를 파고들 만큼 차가웠다.
인호가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언제 왔는지 혜선은 가느다란 찔레꽃처럼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헉헉!"
"뛰어 오셨어요?"
"네, 저기 정류장에 내려서 뛰었어요."
"호호! 힘드시게 왜 뛰어요? 천천히 오셔도 되는데..."
"혜선씨는 달리기 못해요? 나는 초등학교 때 마라톤 선수를 잠깐 했거든요. 그래서
아직도 달리기는 자신 있어요."
"그랬어요! 와 대단하시네요. 저는 달리기는 잘 못해요."
"왜요?"
"지금까지 달려본 기억이 별로 없어요. 달리기에 소질이 없는지 달리기만 하면 숨이 차서
이내 포기하고 말아요. 그래서 초등학교 때 운동회를 하면 엄마가 내 대신 달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어머님은 달리기를 꽤나 잘 하시나 봐요?"
"모르겠어요. 그 이후에는 엄마가 달리는 모습을 더 이상 보지도 못하고 내 대신
달리지도 않았어요. 아무튼 인호씨는 달리기를 잘 해서 좋겠어요. 저는 달리기를
잘하는 친구들이 늘 부러웠거든요."
"달리기 잘하면 뭐해요. 다리만 아프지... 내말 맞지요?"
"호호호! 그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