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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BY 이슬비 2001-06-27

손에 누군가가 전화기를 쥐어준다.

"아버지 전화 오셨어..많이 피곤했나보구나.."

".......여보세요?"

"하빈이냐?"

"아빠..?"

"그래..여긴 경주다. 강릉에서 여기까지 오느라고..전화가 늦었지?"

그렇다면..난 꿈에서 또 다른 꿈을 꿨단 말인가?

"네? 네..엄마는 어떠세요?"

"엄마걱정은 마라..괜찮아..조금 더 둘러보고..집으로 내려갈까..한다."

아버지가 불러주는 호텔의 전화번호를 받아적으면서도..손끝은 떨리고 있었다.

"하빈아,,이제 저녁 먹자."

밥을 어떻게 먹었는지..뭔가에 홀린듯한 저녁이였다.





"휘문아..넌 꿈..을 어떻게 생각해?"

"음..이론적으론 꿈은 인간의 심리적.."

"이론적인 설명 말구..어떻게 생각하느냐구.."

"전생에 얽혔던 기억이나,느끼지 못할 사이 지나쳤던 느낌..때론 조금더 앞의 우리 현실..그런것이 투영된다고 보는데..왜?"

"응..그런 연결되거나 반복되는 꿈은?"

"왜..? 꿈에 시달려 잠을 못자거나,,그러니? 그래서 얼굴이 이렇게 안좋은거니?"

"아냐..그런건 아니구.."

"하빈아..어제 보낸 자료는 받아봤니?"

"어제? 미안,,못봤어.."

"미안하긴..그런것두 미안하니? 괜찮아..이제..얼마 남지 않았구나..어때? 자신있어?"

"자신? ..해내야지..꼭 이겨야 해.."

내가 꼭 이겨야하는 이유..이유..

돈..그리고 그를 이겨 나를 보여주고 싶다.

하지만,휘문이의 힘을 빌어 이긴다면..진정 나를 보여줬다고 할수 있을까?

순간..그의 진실했던 눈망울이 스쳐지나갔다.




한잔..두잔..오늘따라 술이 잘도 넘어간다..

취하려해도 취하지 않는다..

한껏 취해서 그녀를 오늘만은 잊고 싶은데..

술잔에는 그녀의 얼굴이 비쳐들고..그녀가 울고 있는듯 하다..

아니 나를 향해..저주를 퍼붓고 있는것 같다..

오늘로..1위자리에서 밀렸기 때문인가?

처음 보여줬던 마음..받아들여지지 않는 그 마음이 아파온다..

사춘기도 아닌데..어리석게도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

술에 취해서도..잊혀지지 않는 그녀의 전화번호에 손가락이 움직여진다..

"나..박현우요..축하해주려고 전화 했소..당신..축하받을만 하잔아.."

"..술 취하신건가요?"

"아니..오늘은 마셔도 마셔도 취하지 않는군..이제 삼일후면..모든것이 끝나는군.나..당신이 양보하라면 양보할수도 있어."

"양보라뇨?"

"2%쯤 따라잡기야 쉽지..하지만,,당신이 원한다면..나 없던걸로 할수도 있어.."

"지금..저 뿐만 아니라..많은 참가자들을..우롱하시는건가요?"

"당신..이하빈..왜 항상 그런식이지?"

"그런식이라뇨?"

"왜 항상..나를..이 박현우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거지?"

"난 당신이 술마시면서 쉽게 얻을수 있는 2%를 얻기위해 노력한다는걸..알기나해요?"

"그런게 아냐..당신이 생각하는게 아냐..아니라구.."

"...."

"당신이란 여자..참 내뜻대로 안되는 사람이야..내게 벅찬 상대라고 생각한적 없는데..내 오산이였나봐..수상식에서나 보겠군.."

"...."

"훗..그래..그때까지..잘 있길 바래.."

이렇게 끊으려는게 아니였는데..이런건..아니였는데..

휴..입안이 씁쓸해져온다..

그를 이기기 위해..노력했던건만은 아닌데..그는..알까?




아침부터 바빴다..오전중에 진료 예약된 환자들을 다 봐야했고..

오후엔..하빈이를 축하해주러 왔다.

그녀의 승리가 나의 승리인것처럼..기쁘다.

1위 아이디 빈의 하빈이가 트로피와 상금을 받고..

2위 엔은..보이지 않았다. 3위인 내가 그녀곁을 지킨다.

수상식이 끝나고 기념촬영도 끝났는데..그녀는 두리번거리고 있다.

"축하해..정말.."

"아니..다 네 덕분이야..고마워.."

"그래? 그렇다면..근사한 저녁정도는 얻어먹을 수 있다는 거겠지?"

"응? 응..그렇지..그런데 잠시만.."

하빈이는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회사로 들어가봐야할것 같다고 했다.

데려다 주겠다는 나를 만류하고..그녀는 택시를 타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친구라는 울타리에서 키워낸 내 사랑을..

그녀가 알아주는 날이 올까..?




그가..나오지 않았다. 회사에도..

언니에게 집주소를 알아내고 기억끝에 남아있던 택시회사에 콜을 해서 지금..그에게 가고 있다.

그가..과연 집에 있을까? 하는 반문에 나는 대답을 할수 없었지만,,

그의 집으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간절했기에..

집앞에..차가 세워져 있었다.

늘 불을 켜놓는다더니..

어두워지는 하늘아래에서 난 집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계세요...지점장님.."

거실로 들어서서 일단 불을 켰다.

조금 열려진 방문으로 다가가는데..술냄새가 퍼져나왔다.

술에 취해 잠들어 있는듯 한 그가..괴로운듯 신음소리를 냈다.

"지점장님.."

"..으음.."

"지점장님..?"

"..하..하빈..하빈낭자~"

흔들어 깨운 그와 나의 눈이 마주쳤을때..온 신경이 곤두서 머리로 ??구치는듯 했다.

몇초의 시간..아무말도 숨도 내쉴수 없었다.

그는..하빈낭자~라고 외치며 꿈에서 깨어나는 듯 했지만..

마음 깊은 곳의 그리움이 넘쳐 흐르는 눈물이 있다는데..난 알수 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울고 있는 나를 보고는 일어나 앉은 그가 내게 물었다.

"왜..우는건지..이유를 말해줄수 있겠소?"

"..알수 없어요..나도..그저..가슴에서 넘쳐온 뭔가가..흘러내리는거에요.."

그가..조용히 나를 끌어 안았다.

"당신의 눈물..볼때마다 가슴이 아프군.."

근원이 없는 슬픔은 그의 품속에서 희미해져갔다.

"왜..오늘 나오시지 않으셨는지 따지러 왔는데..당신이 이런 모습이니까.."

"축하해주러 가고 싶었어..아니..당신이 보고 싶어 가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