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672

[제6회]


BY 이슬비 2001-06-15

버드나무 흐드러진 정자..

긴 옷자락이 바람결에 흩날리고 그녀의 슬픈 눈물이..바람을 가른다.

그녀의 슬픔이..내게 전해져온다.

왜 그리 슬퍼하는지..왜 이리 안타까운지..

그녀곁에 다가갈수 없는 나의 무력함 또한 느껴진다.

그저 한번..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만 간절해온다..

그녀가 돌아선다..그녀가..그녀..

"하빈!"

"어머..선생님..여기서 주무셨어요?"

박간호사는 나의 잠꼬대를 들었는지..짐짓 웃음을 참는 눈치다.

"아..네..일이 좀.."

간호사가 나가고 꾸었던 꿈들의 조각을 맞춰가지만..연결 되지 않았다.

그저..하빈이가 내꿈에 나왔다는게..마음에 걸린다.

책상위에 흩어진 서류를 치우고 핸드폰을 찾았다.




"전화가 오는데..비켜주시겠습니까?"

그는 가만히 내려다보더니..비켜주었다.

"네. 미래증권 비서실 이하빈입니다."

"하빈아.."

"누구..시죠?"

누구냐는 질문에 상대의 대답은 없었고 전화는 끊어졌다.

휴..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그의 말..어디까지 믿어야할지..

그리고 엄마..불쌍한 우리 엄마...

얼른 병원으로 달려가야하는데..그래야하는데...

"언니..무슨일이에요?"

"..왜?"

"지점장님이 갑자기 비서실에 오늘 하루만 자리를 지키라고..그러시던데.."

"그래? 그래..네가 자리 좀 지켜줄래? 언니도 아프고..난 급한일이 생겨서.."

객장의 미스 최가 자리를 지키는걸 확인하고 난 얼른 뛰어나갔다.

택시가 왜 그리 더딘지..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가는것 같았다.

병실을 확인하고 들어선 병상에는 창가를 바라본채..엄마는 홀로 잠들어 있었다.

"엄마..엄마,,왜 얘기 안했어..왜..."

"너..일할시간에..여긴 왠일이야..엄만..괜찮어.."

"괜찮긴 뭐가..뭐가 괜찮아..왜..엄마 몸도 하나 돌보지 못하고..이개 뭐야..이게.."

"울지마..네가 우니까 엄마 마음이 아프다..우리딸..넌 언제나 내게 웃음을 줬잔니..엄마는 걱정마.."

한참을 서럽게 울었다.

그러고보면..난 한번도 목놓아 마음 편히 울지 못했다.

조금은 아파 응석을 부리고 싶어도..

가슴을 져미는 슬픔이 있더라도 이를 꽉 깨물며..언제나 작은것에 행복해하는 사람이 되어야했다.

바보처럼..나름대로 노력한다고 노력했던 내 인생..이였는데..

엄마의 품에서 억눌렸던 슬픔을 토해내고 있었다.

"뭐하는거냐..누구 초상이라도 난거냐?"

아버지의 호령소리..였다.

"네 엄마 안죽었다..그리고 안 죽어..절대.."

그렇게 말하고 문을 박차고 나가신 아버진 저녁까지 돌아오시지 않았다.

또 술을 드시겠지..오늘은..유난히 아버지의 술잔이 슬프고 무거울것이다.

아버지는,,어머니의 아픔이 자신의 죄인것 마냥 힘들어 하고 있을것이다.

기쁨과 슬픔은..한길로 온다고 했다.

내게 온 슬픔의 길로 기쁨 또한 올것이다..난 그렇게 믿는다.

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난 일어서야할 이유를 잃어버릴것이다.




그저 왠지 그녀가 걱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했지만..실수를 했다.

아침의 실수에 하루종일 마음이 무거웠다.

나를 밝혀야 하지 않을까..그녀를 기만하는것은..아닌가?

수없이 되물어도..답은 아직은 아니라는것..그것이 결론일 뿐..

"어머..김선생님..지금 원장님..면담중이신데.."

"조금..기다리죠.."

아버지의 방문을 열고 나온것은..그녀였다.

그녀는 멍하니..복도로 나갔다.

복도를 따라 어디론가 사라진 그녀를..찾아 헤메였다.

"이런곳에서 뭐하시죠?"

그녀가 놀라서 나를 쳐다볼것이라는 기대..

누구냐고..물어보는것조차 힘들것 같은 그녀의 슬픔...

아무말없이 손수건을 꺼내 주었다.

손수건을 건네받은 그녀옆에 앉았다.

스르르..그녀의 머리가 내어깨에 기대여 졌고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아주고 싶었지만..난 그녀의 버팀목처럼..자리를 지켰다.

얼마나 지났을까..

"죄송해요..실례를 했네요.."

"하빈씨는..슬픔을 억제하며 살아오셨나봐요..이젠..그러지 마세요.."

"아뇨..정말..전 이만.."

이렇게 도망치듯 사라지는 그녀에게..어떻게 나를 보여줄수 있을지..





"언니..부탁해..난 병원에 가야하고..언니가 대신 전해줘.."

"하빈아..그래도..아냐,그럴께..너무 걱정마..네가 힘내야 돼..알지?"

"응..언니 나 강하잔아..걱정마.."

"그래..잘 다녀와.."

병원의 벤치를 보자..문득 어제밤의 일이 생각났다.

그 사람..김휘문..

핸드백 어딘가에 있을 그의 명함을 찾았다.

아름다운 치과..심리치료의 김휘문?

심리 치료의라..내가 볼수 없었던 작은 글자..였다.

"김휘문씨?"

"네..누구..혹시 하빈씨?"

"네..어떻게 저인지.."

"목소리가 예쁘잔아요..하하..어쩐일로.."

"어젠..정말 죄송해서.."

"어제 일은..어제로 끝난거 아닌가요? 어디..회사는 아닌것 같은데.."

"병원이에요..어제 그 병원.."

"네..어머니..때문이세요?"

"어떻게..아시죠?"

"제가 아느분이..그 병원에 계시는데..어떻게 알게 되었어요.."

"네..지금은..제가 경황이 없어서..하여튼 어제일은 정말 죄송해요..그럼.."

휴..원무과를 들러서 왔더니..머리가 아파온다.

이제 문제는 돈과 엄마의 의지..

살아날수 있다는 단 1% 의 확률에 난 도전 해야한다.

인생 최대의 배팅..이 될것 같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던져서라도 엄마를..살려내야 한다.

꼭..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시다가 하늘의 부름을 받고 가셔야한다..

고생으로 얼룩졌던 엄마의 삶을 암이라는 고통으로 생을 마감하게 하실수는 없다. 절대로..절대로..

병원 로비를 지나다가 보인 컴퓨터...

그를 찾아야 겠다는 생각..

난 제우스에게 메일을 보냈다.

난..이번 대회에서 꼭 이겨야한다고..날 도와달라고..짧은 메세지를 전송했다.




"좋은아침..이하빈씨는..."

"지점장님..이거..하빈이 휴직계입니다."

"휴직계요?"

어머니의 병환으로 인한 그녀의 휴직계..

찾아와 주어도 될것인데..나를 정말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이건가?

그녀에게 전화를 하려다 전화기를 들기를 수차례..

마음이..무겁다.

그래도 사직서가 아니라 다행이지 않는가..라면서 조금은 불안한 나를 위로하려한다.




엄마의 치료가 시작되면서 아버지와 동생들은 집으로 내려보냈다.

자신의 몸보다는 남편과 자식의 걱정이 먼저이신게 당연하니까..

이젠 들어갈 돈도 돈이지만..내가 엄마를 지켜야한다.

언제나 엄마에겐..내가 희망인것을..누구보다 잘 알기에..

점심시간이 지나서인가..간호원이 나를 불렀다.

"어머님..심리 치료도 같이 하시는게..어떠세요? 환자가 살겠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하잔아요.."

그녀의 말또한,,맞는 말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엄마의 고통은 지금은 참고 계시지만 표현될것이고

나중에는 돈걱정 자식걱정에 삶을 포기하려 할수도 있을것 같았다.

정말 계속 되는 우연..순간 내 머리를 스치는 그에게 또 전화를 했다.

오후쯤..그가 병실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가 잠이 들었기에 밖으로 나가자는 신호를 보냈다.

"하빈씨..제가 하빈씨를 도울게..두가지가 있더군요.."

"전..심리치료를 부탁한것 뿐인데..."

"보이는게 전부가 아니고..보이지 않는다고 다 거짓은 아니에요.."

"무슨말인지.."

".....하빈아..나 제우스야..너의 사이버친구 제우스.."

"정말..정말 제우스?? 설마..했는데..."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한번 말할 타이밍을 놓치니까..여기까지 왔네.."

"세상,,참 좁고도..넓다더니..전부..내 주위에 있었네.."

"응? 전부라니?"

"아..아냐..하여튼..날 도와줄수 있겠어?"

"그럼..널 돕기 위해 여기 왔잔니.."

그와 엄마의 심리치료가 시작되면서 난 복도끝의 창가에 기대여 잠시 눈을 감았다.

엔..제우스..주위의 사람들이였다니..

엔..그와는 아직..할말이 있는데..그의 진심을..확인하고 싶은데..





'하빈낭자!낭자! 여봐라..의원을 들이라.어서! 하는수 없이..당신이 지키고자 했던 이 사람때문에 내게 온거요?

하빈낭자..당신을..이렇게 죽게 놔두진 않을거요..이렇게..하빈낭자!'

"하빈아!"

꿈과 현실이 교차되는 순간의 교감..등골이 오싹하다..

"휘문..아..내가 깜빡 잤나봐.."

"너..많이 지쳤나보다..네가 건강해야지.일단 간병인을 구해야겠다."

"아냐,,괜찮아..난..사실 그럴 형편이 안돼.."

"걱정마..앞으로 3주 남은 대회에서 우승하면 돼잔니..그러니..자..받아"

"뭐니? 노트북..이걸 왜?"

"너랑 나랑 정보를 주고받아야 이길것 아냐..빌려주는거니까..부담같지말고.."

"그래도.."

"됐어..나중에 우승하면 한턱 내..그럼..들어가봐..널 찾으셔.."

"정말 고마워..너무.."

"아마 전생에 내가 너한테 빚이 있었나봐.너한테 줘도 줘도 모자랄것 같은 느낌이 왜 드는건지.."